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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작 넥스트 Lazenca - 고맙습니다, 해철씨
2010-01-11 , Monday


아주 오래전 우리 사이트의 한 독자분이 '음악성이란 뭘까요?'라는 댓글을 올리신 적이 있다. 그때 나도 생각해보았는데, 가장 먼저 떠오른 판별기준은 '시간'이었다. 대중성이야 당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느냐로 금방 판가름난다. 하지만 '시간의 테스트'를 이겨내는 음악은 따로 있다. 그리고 그런 음악들은 '음악성'이라는 평가에서 대개 높은 점수를 받는다.

기준이 꼭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음악성이 높다고 생각들지만 몇년 지나지 않아 심드렁해지는 음악이 있다. 가령 실험적인 음악들은 대개 음악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지만, 역사의 뒤안길로도 잘 사라진다. 밴드의 음악은 가수의 음악보다 더 음악성 있는 것으로 평가받지만 역시 뒤안길로 잘 사라진다. 연주를 기가 막히게 하거나 보컬을 끝장나게 한 음악들임에도, 이상하게 두어해 후에 사라져 버린 음악들도 있다.

즉, 음악성은 - 음악 자체의 구조나 특성이 두드러지는 '음악성'이 강한 음악이 있을 수 있고, 오랜 시간 청자의 마음과 기억 속에 남아 긴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음악성'을 구현하는 음악이 있다. 그리고 세상은 전자보다는 후자를 훨씬 더 '진정한 음악성'의 범주로 넣는다. 그래서 '음악성이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접했을 때, 내가 '음악 자체의 특성'보다는 '시간'이라는 기준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신해철이 리더로 있는 그룹 넥스트는 1992년 첫 음반을 냈다. 신해철은 데뷔 초부터 한국 가요계 기존의 틀을 깨는 '음악성 있는 음악'을 많이 만들어냈지만, 어느 순간에는 일종의 '음악성 마케팅'류의 느낌을 주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보기 쉽지 않았던 명문대 가수, 의식이 담긴 가사, 젊은 감성을 캐치해낸 음악들, 실험적 시도들 때문이다. 그냥 '음악성이 있다'라고 하면 될걸, 왜 '음악성 마케팅'이라는 느낌을 가졌냐 하면, 그 모든 음악성과 실험성들 갈피 갈피에 뭔지 모르게 달짝지근하고 풋내나고, 자기 의식적인 구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달짝지근한 구석들 덕분에 그의 음악들은 '무게'가 꽤 있음에도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나 역시 그와 넥스트의 음악을 대단히 좋아했지만, 그 '달짝지근함' 때문에 - 그의 음악들이 세월을 꽤 타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난 문득 문득, 신해철이 정말로 좋은 음악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을 한다. 사운드는 분명 바래어가는데 반해, 원 곡조의 힘은 시간이 갈수록 명쾌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대에게'가 여전히 대학축제에서 사랑받는 것처럼 말이다. '내 마음 깊은 곳의 너'가 정말로 좋은 노래였다는 사실을 이제야 실감한달까.

오늘 소개할 이 1997년작 앨범도 마찬가지다. 라젠카(Lazenca)는 국내 애니메이션 '영혼 기병 라젠카'의 주제가로 만들어진 곡이다. 그런데 넥스트는 아예 이것을 테마로 정규 4집 앨범을 만들어버렸다. 이 앨범은 당시에도 상당히 좋다고 생각했고 즐겨들었는데, 어찌된 셈인지 한해 한해가 갈수록 더 좋아진다. 그리고 요즘엔 '정말' 좋다. 마치 이 앨범이 세상에 나왔어야할 시간은 지금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난 젊은 가수들이 언젠가는 이 음반의 트리뷰트 버전을 제작하길 바란다. 어떤 젊은 그룹이 Lazenca, Save Us 정도 되는 스케일의 음악을 해내면, 아니면 아예 이 곡을 시원스럽게 리메이크해준다면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 생각하기도 한다. 리메이크를 바라는 것은 신해철의 보컬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이 음악의 힘이 하나의 '고전'으로 자리잡고, 현재의 뮤지션들에 의해서 계속 기념되고 살아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음반의 특징 - 전곡이 빼어나다. 당시 한국에 전무하던 프로그레시브락적 스타일을 근간으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들뜬 정서가 전혀 없다. 동양의 아련하고 애상적인 정서가 서구적 락과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전 음반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소년의 꿈'이라는 테마다. 만년 소년인 신해철은 이 테마를 더할 나위없이 자연스럽게 끌어안는다. 첫곡부터 마지막곡까지 탄탄하게 주조되고 구성된 곡의 흐름이 이어진다. 멜로디의 힘을 이만큼 찰기있게 살려낸 락음반을 찾기란 참 힘들다는 사실을 이제야 뼈저리게 느낀다. 연주도 훌륭하고 신해철의 보컬은 부드러우면서도 장중하게 마음을 울리며, 심지어 사운드도 지금 듣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또(!) 이 음반을 꺼내어 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젊었던 시절, 신해철이란 뮤지션이 함께 했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고마운가. 서태지와 아이들도 좋았지만(서태지는 '당신이 있어서 좋았다'라는 얘기는 실컷 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신해철이, 그리고 넥스트가 있어서 참 좋았다. 꿈을 꾸는 사람들, 도전할 줄 아는 사람들 - 그리고 자신들의 꿈과 도전을 음악으로 만들어 우리에게 전해줄 수 있는 뮤지션들과 청년 시절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축복이었다.

내 머릿 속에선 아직도, 젊은 시절 친구들과 캠핑을 가면서 차 안에서 크게 틀어놓고 듣던 넥스트의 음악이 떠오른다. 하늘은 푸르렀고 이들의 음악이 함께여서 그 날들은 이제 더없이 아름다운 기억이다. 그때 우리들은,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 굉장한 것들을 만나게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순간들이야말로 굉장하던 것이었음을 이제 알겠다. 이럴 때면, 먼 하늘에 대고라도 '고마워요, 해철씨!'라고 소리치고 싶다(이해하시라. 요즘 우리들이 대책없이 회고적이다).

가요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음반을 한번 찾아들어보시길. 1990년대 가요계의 황금기 시절, 우리나라 가요가 얼마나 어디까지 확장되었는지 보여주는 소중한 앨범이다. 그리고 인터넷을 한번만 검색해보면 아시겠지만, 이 음반이 명반이라고 감동의 눈물을 주룩 주룩 흘리며(ㅠ ㅠ) 아직까지 즐겨듣는 사람들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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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니님의 댓글  2010.01.17    
넥스트.... 참 어릴때 많이 들었던 음반이었는데...
전 개인적으로 넥스트 2집을 참 좋아라 했습니다.
그 때 당시의 넥스트 2집은 정말 충격 그 자체 ㄷㄷㄷㄷ
아직도 들어도 전혀 꿇리지 않는... 라젠카 앨범도 역쉬나
좋아라 하는 앨범중 하나.. Lazenca, Save Us를 들으면 그 당시 넥스트 콘서트 오프닝이 생각나면서 그 웅장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사실 지금도 맘속으로는 무지 좋아하고 있지만 예전만큼 즐겨듣지를 않는데 오늘 리뷰를 보니 다시 시디장에서 얘네들을 꺼내어 1집부터 쭉 듣고 싶네요



참새님의 댓글  2010.02.05    
넥스트 팬입니다.. 4집도 좋지만 진짜 명반은 2,3집이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사운드가 지금들어도 감탄할만한 소리인듯^^



버블님의 댓글  2010.02.07    
뒤늦게 이 앨범을 구하려고 노력많이했는데 결국 못구했던 생각이 나네요. 이 앨범 정말 명반이죠.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정말 영원히 잊지 못할것같습니다.



labonita님의 댓글  2010.03.03    
사운드나 스케일면에서 Lazenca, Save Us는 명작이죠. 문제는 현재로서는 그런 스케일이나 사운드를 내기 힘들다는 현실이 그저 눈물날 분입니다.



purple님의 댓글  2010.03.04    
뒤늦게 글을봤네요. 저는 정말로 20년이 넘도록 신해철씨 팬입니다. 제가 넥스트 앨범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 바로 이 4집 라젠카 입니다. 고3때 얼마나 눈물나도록 들었으며, 마지막 해체콘서트때 얼마나 많이 울며 공연을 봤는지 아직도 생생하네요. 이 앨범은 정말 하나도 빠지는 곡이 없으며, 테마도 분명하고 사운드도 훌륭하고 보컬도 다이나믹합니다. 특히 마지막곡 Hero의 가사는 제 마음을 많이 위로해주었습니다. 이 앨범을 내고 바로 넥스트가 해체하는 바람에 이 훌륭한 앨범이 화자되는 기회가 적어서 너무너무 아쉬웠었는데, 13년이 지난 지금에라도 언급되어지는걸 보니 참 좋습니다. 앞으로도 과거의 명반들이 가끔씩이라도 리뷰되었으면 좋겠네요. 제 서랍속에 있는 참으로 소중한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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