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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음악 잡담 - 비, 이효리, 동방신기, 지드래곤
2010-04-11 , Sunday

*요즘 가요계에도 이런저런 화제가 만발하고, 또 그것과는 별개로 이어나갈 이야기들도 많은데, 저희도 사이트 자체를 손보느라 따로 얘기도 못하고 지나가네요. 그렇다고 사이트를 제대로 손보지도 못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쪽지나 메일로 이것저것 문의주신 분들께 급한 건이 아니면, 답변도 제대로 못해드렸습니다. 이해 바랍니다.

*비가 컴백했지요! 음악 얘기는 따로 천천히 하겠습니다, 오늘(날짜로는 어제) 그는 '쇼! 음악중심'에도 나왔는데, 순간적으로 아주 미세한 부분에서 '우와 대단하다'라고 생각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리고나서, 나중에 '뭐였더라'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방송 영상을 보다가, '아, 저것때문이었지'하고 기억해냈습니다. 바로 그가 상의을 제껴 목 뒤로 올릴 때 말이에요. 너무 멋지게 옷을 '뒤집는' 겁니다. 허리춤에 넣은 옷을 꺼내서 올리는 건데, 이건 사실 정해진 안무 동작이 아니잖아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평범한 안은, 박력있게 확 꺼내서 뒤집어올리는 것. 혹은 (비가 그럴리야 없지만) 좀 어색하게 주춤주춤 꺼내는 방식일텐데, 비는 그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극적으로 해냅니다. 마지막으로 옷을 확 돌리며 깨끗이 빼내어 뒤로 올리기까지 동작에 도무지 군더더기가 없네요. 게다가 그 동작에서마저 어떤 감정이 분출되는 느낌이 들 정도죠. 대단한 쇼맨쉽이고 연기력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비는 이번 곡과 안무에서, '남성성'을 120% 정도 분출합니다. 그건 아시아에서 전통적으로 남성엔터테이너들이 보여주는 정도의 남성성이 아니죠. 예전 'It's raining'을 부르던 무렵의 비가 '동양인에게서도 저런 연출이 나오나'하는 느낌이었고, 그후 콘서트장에서 중국식 무술을 이용한 안무를 선보일 때에는, '백인들이 가진 오리엔탈리즘적 환상에 부응하는 남성성'을 보여주었다면, 지금은 둘 다 아닙니다. 그냥 '비'인데, 그리고 동양인인데, 백인 헝크들이 보여주던 그 남성성을 태연자약하게 자기화된 형태로 보여주는 겁니다. 그것은 '닌자어쌔신'을 통해서, 세계 시장에서 남성성을 드러내면서 그가 가지게 된 자신감의 또 다른 형태처럼 보이지요. 사실 요즘엔 미국에서도 그런 스타는 없습니다. 120%의 남성성은 못 드러냅니다. 못 드러내는 게 아니라 안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없습니다. 그런데 비가 태연자약하게 '난 드러낼래!'하고 드러내는 겁니다. 이거 재미있지 않나요? 뭔가 판도가 바뀐 겁니다. 이러한 방식이 비의 매력을 드러내는 가장 좋은 연출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여러 의견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이, 이 세상에서 오로지 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임은 확실합니다. 이럴 땐, 일단 즐겁게 감상하고 보는 겁니다.

*이효리의 타이틀곡 티저도 또 다른 의미로 근사하더군요. 그녀 또한 여성성을, 특히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성을 120%쯤 드러내면서 등장할 것 같더군요. 이 무슨 호강이랍니까. 그런데 그녀의 티저가 - 단지 그녀가 백댄서들과 걸어오기만 할 뿐인데, 우리를 압도하는 이유는 '비쥬얼'의 너머에 있습니다. 그녀가 뮤지션으로서 최고로 가지는 미덕은, 노래나 춤이 아니라 놀라운 프로듀서로서의 자질입니다. 실력있는 힙합 뮤지션들, 작곡가들을 알아보고 파트너를 이루어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현대 댄스 뮤지션으로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능력입니다. 그녀는 1집 음반부터 그 능력을 과시해왔죠. 그런 카리스마가, 그녀가 TV에서 보여주었던 호쾌한 여장부적 기질에 투사되면서 그녀의 음악과 영상에서도 힘을 발합니다. 우리 모두는 저 멀리에서 '폼잡고 걸어오는' 그녀가 정말로 '센 여자'라는 걸 알고 있는 겁니다.

*동방신기는 일본에서도 활동이 '휴지(休止)'상태로 들어간다고, 에이벡스가 발표를 했네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예견된 것이기도 했죠. 그러나 이것을 크게 섭섭해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6년간 동방신기는, 개인활동은 거의 없이, 합숙을 해가며 다섯이 하나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해왔습니다. 그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의식과 자존심이 누구보다 강할 청년들이 그만큼의 팀웍을 이루기 위해선, 억누르거나 물러서야 했을 부분도 있을 겁니다. 소속사가 합리적인 매니지먼트를 했다면, 또한 다섯명이 적절히 개인활동을 통해서 긴장을 풀고 독자적인 성취를 할 기회를 가졌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았겠지만, 그러질 못했죠. 따로 떼어놓고 보아도 탁월한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이니 이제 각자의 궤도를 모색하고 활동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수순일 겁니다. 그런다고 이제껏 이들이 만들어낸 음악과 무대가 어디 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동안 이들을 지켜보면서 '저러다 일나겠다'싶을 정도로 혹사되는 느낌의 순간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래도 이제 다섯명 모두 다 건강하게 자기 할 일들을 준비하고 있으니 뭐가 문제겠습니까. 독자적인 길을 걸어가기로 한 세명의 멤버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프레임도 궁금하고, SM과 계속 일하기로 한 두명의 멤버들이 이루어낼 성취도 기대됩니다. 동방신기가 멋진 팀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다섯명 모두가 철저하게 다른 개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었지요. 그룹 활동을 통해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개개인의 멋진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지드래곤의 라이브 음반이 나오면서, 플로 라이다가 피처링한 버전의 Heartbreaker도 공개가 되었네요. 원곡과 또 다른 느낌의 멋진 변용을 이뤄내 수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매료되었습니다. 피처링 자체가 표절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표절이야'라고 생각하는 거야 자유죠. 제 경우엔, 설사 플로 라이다가 '표절이다'라고 얘기했어도,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했을테니까요. 하지만 상식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제 그 논쟁은 일단 물 건너간 셈이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젊고 걸출한 뮤지션에게 들러붙었던 무거운 사족이 떨어져나간 점은 다행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나저나 이 플로 라이다 피처링 버전을 듣다보면, 이 버전도 대단히 재미있지만, 지드래곤의 솔로 음반에 수록되었던 원 버전의 Heartbreaker도 얼마나 훌륭한 버전인지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습니다. 플로 라이다와 함께 하느라, 이 곡의 악절을 몇덩어리로 끊어서 멜로딕하게 구성해낸 것이 라이브 음반 버전이라면, 원 버전은 전혀 다른 내적 구성을 보여줍니다. 예의 그 저음부 랩을 바닥에 깔고, 수평적 랩의 파동을 차츰차츰 키워가며 자연스럽게 보컬로 이행하죠. 랩에서 보컬로 이행하는 과정에 끊김이 없는 겁니다. 그렇게 수평적 플로우 위에 파동형 멜로디의 층을 번갈아 쌓아올려가며 8겹 샌드위치같은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 솔로 음반 버전입니다. 한층 한층을 이루는 프레이즈들이 비슷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모두 다릅니다. 상당히 치밀하죠. 이것은 공교롭게도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에서 가장 '오리지낼러티'가 강한 구조적 성취를 이룬 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타이틀곡으로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곧 또 많은 가수들이 가요계로 컴백하겠군요. 올해도 지난 2008년 '케이팝의 전설'이 만들어졌던 해처럼 멋진 음악, 멋진 무대들로 풍성하길 바라마질 않습니다.

* 오는 6월 2일은 지방선거일입니다. 벌써부터 열기로 후끈해지기 시작한듯 합니다.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지금 아시아 각국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 브랜드 KPOP의 진정한 완성은 '멋진 K', 멋진 대한민국을 만드는 겁니다. 모든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가요팬들도 우리 가수들과 음악을 응원하는 그 뜨거운 열정으로 선거에 관심을 갖고 투표에 적극 참여한다면 정말 근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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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님의 댓글  2010.04.12    
우리나라는 싱어송라이터나 가창력이 엄청나게 좋은 가수가 아닌 경우 뮤지션, 아티스트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조차 고깝게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만 전 작곡을 하지 않아도, 디바스러운 가창력을 갖지 못했어도 이효리는 훌륭한 아티스트라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작년 3집 음반과 활동을 보면서 그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효리는 대중이 자신에게 갖는 이미지와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진 않죠. 그걸 그대로 들고 나왔다면 오히려 식상하다, 변화 없다는 소리만 들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취향, 하고 싶은 것과 소비자 혹은 수용자의 기대 사이에서 절묘한 접점을 찾아내어 보여주는 그 능력은 볼 수록 감탄스럽습니다. 이효리를 프로듀싱하는데 있어 이효리보다 좋은 프로듀서는 없다는 것을 증명해냈죠. 톱스타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이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전 그래서 이효리의 4집도, 그리고 4집 활동도 기대하고 있어요.

지금 상황이 좋지는 않습니다만 동방신기의 경우 휴지에 들어간 것이 어찌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2006년이나 2008년도 연말에 멤버들의 라이브를 들으면서 조마조마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딱 들어도 목소리에 피로감이 어마어마했어요. 팬들이 꼽는 가장 목상태가 좋은 라이브가 항상 연초에 있던 일본 팬미팅이나 작은 공연 등에서 나왔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어요. 고작 일주일에서 열흘 간의 휴식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그들은 1년 동안 피로해있던 목소리를 생생하게 되돌려왔죠. 작년 연말 심란하던 마음을 추스르고 일본 연말 시상식이며 방송을 볼 수 있었던 건 라이브감은 살짝 떨어졌을지 모르지만 활동을 하지 않는 사이에 푹 쉬어서 좋아진 목소리 때문이었습니다. 작년 상반기의 기가 찬 스케줄을 생각하면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있었어요.

위에 이효리의 이야기를 했는데요, 2008년도에 이효리의 3집 활동을 보면서 동방신기라는 팀이, 동방신기 각 멤버들이 가장 모범으로 삼아야 할 사례가 이효리가 아닌가 생각을 했었더랍니다. 그리고 그 생각에는 지금도 크게 변함은 없네요. 물론 팬으로서 멤버들이 어떤 길을 가든 모두 응원해줄 마음입니다. 그들 각각의 재능과 매력을 마음껏 펼쳐보일 날을 즐겁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도리님의 댓글  2010.04.12    
첫 문단의 작년은 작년이 아니라 재작년입니다. 2010년이 1/4이 지나갔음에도 아직도 2010년이라는 게 실감이 잘 안 나나봐요^^;;



생수통님의 댓글  2010.04.16    
이효리의 음악활동 가운데 중요한 부분이 방송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컴백무대는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철지난 힙합하며 없으니만 못했던 어설픈 랩은 예능을 하자는건지 참 당혹스러울 정도였고요. 강해져서 돌아와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제대로 소화도 못하는 노래에 무리수를 던졌다고밖에는..



anna님의 댓글  2010.04.16    
동방신기 휴지에 대한 차분한 말씀덕에 마음이 한결 진정되는 기분이네요. 여기저기서 해체, 해체 하는 바람에 마음이 동하고 3인 유닛 소식에 또 기분이 나빠져버린 상태였는데,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겠구나 싶구요. 개성 강한 다섯의 개인 활동, 정말 기대됩니다. 말그대로 휴지일뿐이고 유닛일뿐이니까요.. 그나저나 한국언론은 오리콘 정상, 등의 좋은 소식은 내지도 않았으면서 이번 휴지 소식은 해체,라면서 대문짝만하게 실었더라구요. 참, 남 잘 되는 꼴 못 보는 사람들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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