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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에 관한 몇가지 남은 이야기
2010-03-11 , Thursday

작년 가을에 '표절 논쟁이 마녀사냥이 되지 않으려면... '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지드래곤의 Heartbreaker와 관련한 표절 시비가 너무 위험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취지에서 올렸던 글입니다. 그런데 몇가지 이야기를 더 추가해야할 듯 해서 다시 글을 올립니다. 사실 앞의 글은 '표절'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마녀사냥의 불필요성'에 대한 얘기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하자면 너무 큰 이야기라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 여기저기 올라온 반론들을 읽어보았습니다. 꽤 긴 글인데도, '읽고 화내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고맙게 의견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몇가지 논점으로 축소해서 간략하게 얘기해 보겠습니다.



표절의 기준 - 베끼면 무조건 표절이 아닌가

모방도 되고, 트렌드 차용도 되고, '안 걸릴 정도로 베낀 것'도 제외시켜 주면, 도대체 표절이 되는 게 뭐가 있는가...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도의상, 조금만 베껴도 엄연히 표절이 아닌가 라는 의견이죠.

부분 표절의 경우, 즉 베낀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 곡(song)은 아니고, 프레이즈(phrase)인 경우 - 베꼈다고 해서 무조건 표절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해당 소절의 성격을 봐야합니다. 가장 큰 기준은 이것입니다.

1. 일반적 표현(generic expression)
2. 고유한 표현(unique expression)

해당 표현이 '일반적 표현(generic expression)'인가 아닌가가 중요해집니다. 그 표현 자체가 대중음악, 혹은 해당 장르에서 일반적으로 쓰였던, 혹은 쓰이는 표현인가(1번), 아니면 원곡에만 있는 표현인가(2번)의 여부입니다. 1번이면 통상적으로 표절로 여기질 않고, 2번이면 표절이 됩니다. 그런데 2번이라고 해서 또 다 표절은 아닙니다. 이것은 1차적 기준일뿐, 어떤 식으로 변용을 시켰는지도 체크합니다. 이것은 제 얘기가 아니라, 표절 판례가 많이 축적된 미국에서 표절 논의를 할 때 진행하는 기준입니다.

가요와 팝 넘버 사이의 표절 여부를 따질 때에는, 여기서 엄청난 판단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우리는 아무래도 미국인들보다는 팝송을 덜 듣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1번의 범위가 좁습니다. 이건 트로트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 트로트 음악에는, 비슷한 노래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걸 표절이라고 목소리 높여서 비난하고 고발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그건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에겐, 트로트 음악의 '일반적 기법'에 관한 방대한 라이브러리가 머릿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표절이야. 트로트가 다 그런 거지'라고 생각합니다.

즉, 해당 음악권과 가까운 사람들, 음악을 산술적으로 더 많이 들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일반적 표현'의 라이브러리가 생성되어 있고, 그래서 이들은, 오히려 '표절'이라는 느낌을 덜 받는 겁니다. 팝송을 표절했다는 혐의가 제기될 때, 우리가 현지팬들이나 현지 작곡가들 의견에 귀를 곧추세우는 것도 무의식중에 그들이 더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판단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겁니다.

'그럼 팝을 잘 모르면 표절인지 아닌지도 모른다는 거냐'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분도 있는데 - 바로 그렇습니니다. 팝을 잘 모르면 표절인지 아닌지 모르는게 맞습니다. 가령 블루스 장르의 표절을 심사할려면, 블루스 장르의 코드 프로그레션이나 고전적 프레이즈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알아야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제기된다고 해서 대중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거나 자존심 상해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판소리를 덜 안다고 해서 그들이 위축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팝음악은 판소리와 다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좀 거리감이 있죠. 게다가 대중 음악은 이제 본류와 지류가 너무 방대해서 우리 모두 음악에 대해서 사실 잘 모릅니다. 제 경우도 평균적인 사람들보다는 음악을 좀 더 들을텐데, 제가 관심있는 음악만 알뿐, 여기서 한 발짝만 나가면, 잘 모릅니다.

그럼 대중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전까지는, 해당 곡이 표절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바보같이' 받아들어야 한다는 거냐 - 라고 하신다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두 곡을 비교해보고 즉자적인 판단을 내려도 됩니다. '뭐 어때! 이게 더 좋은데!' 싶으면 해당 곡을 즐겁게 감상하는 거고, '이게 뭐야? 완전 베낀 거잖아!'라는 느낌에 김이 빠진다 싶으면 해당 곡을 그만 들으면 되는 겁니다.

단지 표절이라는 사안에 대한 법적인 판단은 위와 같은 과정에 의해서 내려진다는 겁니다. '즉자적인 느낌'으로 판정되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그 즉자적인 느낌이란 것이, 듣는 이의 귀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가진 귀의 느낌이 '실재'하기 때문에 100% 분명한 것 같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 귀를 가지고 있고, 그 귀들이 받는 느낌이 모두 틀리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표절이라는 행위는 이중 처벌적 구조를 가진 셈입니다. 음악회사들끼리 소송을 걸어서 이익을 가져오는 형태의 처벌이 있고, 대중들이 뒤돌아서는 더 무서운 처벌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저런 용어를 만들고 말장난을 하는 '악플러'유형의 네티즌들은 오히려 '무서운 처벌자'가 아닙니다. 전 사실 이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발언하는 대중들은 대단히 애정이 넘치는 대중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무서운 건 '조용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진짜로 표절을 처벌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만 해도, '제 기준상' 베껴오기에만 의존하는 뮤지션 음악은 아예 듣게 되질 않습니다. 재미가 없으니 당연히 안 듣게 되죠. 시간을 두고보면 그런 뮤지션들은 보통 자연스럽게 역사의 뒤로 사라집니다.


표절 논란 - 대응을 잘하면 용서할 것인가

지난해 지드래곤의 Heartbreaker 표절 논란이 벌어지고 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는 상당수의 팬들조차 YG의 대응이 느리고 졸속이라며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YG가 전후 배경을 찬찬히 설명하고, 곡 만드는 과정도 자세히 풀어 설명하면, '표절'이라는 생각이 바뀌는 건가요? YG가 대응을 잘하면. 표절이 '표절이 아닌 걸'로 바뀔 수도 있는 건가요?

그렇게 될 수 있는 거라면, 애시당초 표절이 아닌 겁니다. 그리고 표절이라면, 제작자나 가수의 '말'에 의해서는 결과가 뒤집히질 않습니다.

물론 팬들이 안타까운 마음에서, YG가 이러한 논쟁과 관련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인식을 제고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잘 이해합니다. 하지만 표절 시비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저작권 침해 분쟁'으로 귀결되고 물적 조정을 받습니다. 표절 시비에 걸리고, 상대측에서 법적 분쟁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밝힌 순간 YG는 민사 분쟁의 일방이 됩니다. 그러면, 소니ATV와 마찬가지로, YG의 어떤 의견도 객관성을 가질 수는 없게 되는 겁니다.

그런 상황을 조성해놓고, YG나 지드래곤에게 '말해봐! 뭐든 말해봐!'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되는 일입니다. YG와 지드래곤은 '표절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것은 분쟁에 맞서겠다는 의미죠. 그럼 입장 표명이 끝난 겁니다. 입장 표명을 한다고 해봐야, '왜 이것은 표절이 아닌가'를 설명하는 것일텐데, 그런 발언에 대해, 여론재판의 분위기가 만연했던 해당 시기에 '일부 네티즌'의 반응이 어떠했을지는 누구라도 잘 알겁니다.


팝의 수용과 표절 - 맨땅에선 아무것도 캘 수 없다

표절에는 여러가지 양태가 있습니다. 대박에 눈이 어두운 제작자가 일본 시장이나 미국 시장에서 먹음직한 곡을 하나 주워다가 슬쩍 잔재주를 부려 히트곡을 만들려고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실제로 80년대 한국 음악계의 표절은 상당히 뿌리깊고 심각했습니다. 제작자들은, 노골적으로 일본 음악들 중에서 '대박곡'을 찾아 헤매기도 했습니다. 제 눈 앞에서, 한 제작자가 '이걸 베낄꺼야'라고 누군가에게 자랑하는 광경도 당시 본 적이 있습니다. 진짜로 그대로 베껴 곡을 내더군요. 그 곡은 잠시 히트했지만  지금 그 가수는 이름도 기억이 안 납니다.

과거에는 이런 사례들이 '아는 사람들만 아는 리스트'로 떠돌아다니다가 끝났다면, 요즘에는 인터넷에 의해 모두가 표절 혐의곡과 원곡을 모두 다 전해 듣고 직접 판단하게 되었네요. 이것은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제작자들과 창작자들이 이를 의식하지 않고 작업을 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그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 외국에 원류가 있는 팝음악의 수용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방과 이 과정에서 제기되는 표절 논란에 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특정한 형태의 음악을 수용한다는 건, 맨땅에서는 도저히 안됩니다. 음악이라는 것은 '전승'을 기초로 하는 음악형태입니다. 특히 장르 음악은 명백하게 장르적 전승을 기초로 합니다. 과거 뮤지션들의 음악을 기초로 그 요소들을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 재창조를 해내는 것이 바로 장르 음악입니다. 각 장르의 음악에는 일정한 코드와 기법과 장치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법의 라이브러리'는 계속적으로 업데이트되어 갑니다.

대중음악의 가장 핵심적인 원류라 할 수 있는 블루스 음악만 해도 맨땅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흑인들이 흥얼거리던 노동요 '홀러'를 차용한 것입니다. 초기 블루스 뮤지션들은, '이 곡은 어떤 홀러에서 따왔다'라고 그냥 얘기합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초기 락뮤지션들은 모두 초기 블루스 음악에서 방대한 기법과 요소들을 가져왔습니다. 그보다 더 작은 장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스코 음악이 유행하면 디스코음악의 일정한 구조들을 따라갑니다. 탱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노래들도 많습니다.

음악을 오래 듣다보면 말입니다. 사실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듣는게 더 어려운 실정입니다. 최근에는 팝씬에서도 '고전의 재해석'에 몰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팝음악의 역사가 이제 100년을 넘어가면서, 팝음악의 장르에도, 방대한 고전이 쌓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토벤과 모차르트가 수백년동안 클래식 연주자들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연주되는 것처럼, 팝음악의 고전들을 연주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클래식 음악이야말로 엇비슷한 음악들 천지입니다. 클래식은 특히 규모가 클수록, 곡조보다는 '구조'에 훨씬 더 중점을 두는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팝음악에도 여러 요소가 있습니다. 곡조가 아직까지는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는 '리듬'이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변주적 해석'도 팝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모든 곡조들, 리듬들, 변주적 해석들을 모두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쌓아놓고, '베끼면 안돼!'라고 하면 안됩니다.

음악회사들이 등장해서, 저작권료를 챙기기 전까지는, 한 음악가의 음악은 인류 공통의 문화유산이었고, 그때 그때 공유되어 왔습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점에서는 저작권은 분명 진보적인 선택이었고, 또 선한 기능을 합니다. 그러나 '음악산업의 이익'이라는 이름 하에, 음악을 배타적인 문화자원으로 만들 위험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음악이 산업화되고 한 작곡가가 쓴 수법을, 다른 작곡가나 가수들이 접근못하도록 영원히 묶어두게 되면, 인류의 '창작 영역'은 나날이 좁아지는 수 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지역적 배타주의도 나타납니다. 먼저 대중음악 시장을 발전시킨 영미권에 해당 장르의 풍부한 표현들이 모두 귀속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정작 영미권의 뮤지션들은, 대중음악 생성 초기 시절 저작권 한푼 안내고, 흑인 뮤지션들의 음악을 모방하고 따라하고, 그리고 뺏어다 썼는데 말입니다. 이 역사를 어지간한 영미권 뮤지션들은 잘 압니다. 그러니 역사 의식을 가진 뮤지션들이라면 이 또한 잘 알 것입니다. 저작권은 한시적이고 상대적인 권리일 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따라서 저작권은 어느 시기가 지나면, '공유 문화유산'으로 풀리고 재해석되고 활용되고 향유됩니다. 가령 이제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인류의 문화유산입니다. 우리들 누구나 저작권에 개의치 않고 그들의 음악을 연주하고 즐길 수 있습니다. 심지어 초기 레코딩 본들도 이제 저작권 시효가 풀려, 무료로 공유되는 실정입니다.

팝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기 아티스트들의 곡에는 거대한 이권이 걸려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장르가 있고, 공유되는 기법이 있고, 트렌드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일종의 '교차적 지점'이 끊임없이 생겨납니다. 즉  '고유한 표현'이 '장르적 표현'으로 전환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특히 힙합 같은 장르에서는, 그러한 전환이 대대적으로 일어납니다. 힙합이 표방한 바가 바로 리드미컬한 재해석을 통해 과거의 음악적 요소들을 되살리고 차용해오자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힙합 장르는 서로간의 교차적 차용에 대해서 일부 너그럽기도 합니다. 그 또한 장르의 한 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드래곤의 Butterfly 같은 경우 오아시스의 She's electric과 일부 프레이즈가 유사하다고 지적되었습니다. 그런데 오아시스의 해당 부분은 비틀즈의 While my guitar gently weeps와 유사한 실정입니다. 그러나 비틀즈는 그냥 넘어갔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이제 비틀즈 음악의 일정 부분은, 하나의 문화적 공유 자원으로 인정된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비틀즈 곡을 통째로 베끼는 것이야 안되지만, 비틀즈적인 느낌의 차용, 비틀즈적인 프레이즈의 재해석 정도는 이제 다음 세대의 뮤지션들에게 어느 정도 열린 부분으로 인정되는 겁니다. 비틀즈조차도 맨땅에서 음악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니까요. 재미난 것은 비틀즈와 오아시스의 해당 곡조는 꽤 유사한 느낌이 드는데, 비틀즈와 지드래곤의 해당 파트는 유사성이 크게 안 느껴집니다. 물리적으로 비틀즈와 오아시스의 경우, '올라가고 내려오고 뻗어가는' 세 덩어리 정도의 멜로디가 공통된다면, 지드래곤의 경우엔 올라가는 부분만 비슷하고 나머지 부분은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거기다 리듬 편성도 틀립니다. 장르와 감각도 좀 다르죠. 전체 곡 구조야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니 차용이라기에도 유사한 부분이 적습니다만 굳이 그렇다 해도 아주 재미난 차용이에요. 공통점이 먼저 귀에 들어올 수도 있지만, 어린 나이에 비틀즈적 프레이즈를 자기 스타일로 소화해낸 '차이점'을 중심으로 바라보아도 상당히 재미있죠.


자랑스러운 케이팝 뮤지션들

대중 음악의 역사는 짧지만, '음악'에 대해서라면 우리나라 사람들, 나름의 질과 자존심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신해철, 그리고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의 뮤지션들에게서 시작되었던 다양한 층위의 '전진적 수용'을 하나의 역사로써 계승하면서, 멋지게 케이팝이라는 국제적 장르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각국의 팝차트에서 큰 주목을 받는것만 해도 엄청난 성과입니다. 일본 음악계조차도 우리나라의 젊은 뮤지션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직 우리의 음악 인프라는 척박합니다. 장르적으로 다양화되지 못했고, 연주자들의 층위가 얕고, 사운드에 대한 접근방식도 덜 섬세하고, 음악 시장의 구조도 아직은 전근대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심지어 조폭적 자본도 여전히 존재하고, 부당한 매니지먼트의 관행도 꽤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시스템 속에서, 이 정도 역사 속에서, 이렇게 불법 다운로드가 횡행한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미디어가 안 도와주는 상황 하에서도, 이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우리나라 뮤지션들은 좀 더 많은 격려를 받아야하지, 무차별적인 채찍질을 당해서는 안됩니다. 모든 걸 다 떠나서, 세계 시장 어디를 둘러봐도, 이렇게 젊은 뮤지션들이 단내나게 피땀흘려, 휴식없이 도닦듯이 활동하는 나라 많지 않습니다.

지금은 일종의 과도기적인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케이팝의 생성을 이끌어냈던 기획사들이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며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고, 장르적 팝음악의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팝적 베이스의 음악들을 양산해내려다보니, 안일한 작법으로 만든 음악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혼돈 속에서도 결국 대중들을 움직이며 가요계를 이끌고 역사를 만들어내는 음악들은 나오게 마련입니다. 그것을 추동해내는 가장 큰 힘은 대중들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일 것입니다.

시끌벅적한 담론도 때론 음악을 즐기는 방식이지요. 표절이나 게으른 모방이 의심될 때 이를 지적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를 통해 음악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뮤지션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각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평'으로 걸러야할 부분까지 '여론재판'으로 단죄하려는 일부 네티즌들의 경향 또한 경계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지금 당장 누구를 죽여야 가요계가 살 수 있다'식의 논리는 어떤 경우에도 맞지 않습니다. 인위적인 칼날로 내리치지 않아도 대중과 역사는 '음악'에 관한 한, 결국 옳은 판단을 내립니다. 그 공격적 에너지의 반만이라도, 정말로 좋은 뮤지션들을 아끼고 소개하는 데에 쏟는다면 우리나라 음악계는 오히려 성큼 앞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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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n님의 댓글  2010.03.24    
지드래곤이 솔로 활동을 했을 때, 가요무대를 즐겨보던 저는 갑자기 팬이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빅뱅의 리더.. 오랜 연습생 기간을 지낸 멤버... 이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요. 솔로 활동 당시 무대가 너무 알차서-컨셉, 안무, 소품, 의상 등등- 그의 무대는 꼭 챙겨 봤었죠.
하지만 표절 시비로 그의 무대가 너무 좋았다고 해도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그래도 표절인데.. 뭘' 이정도 였죠. 저는 음악 전문가가 아니기에 사람들에게 표절 논란에 대해 논리적인 반박 같은 걸 할 수는 없었지만 무대를 위해 저정도로 노력하는 사람이 표절을 선택했을 리는 없다는 믿음은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명예롭게 오명을 벗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도 그를 응원하렵니다.



이지우님의 댓글  2010.04.29    
저 스스로 표절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해결될 듯 합니다 !
감사합니다 !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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