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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틀러스 Epilogue - 신기한 그룹, 신기한 사람들
2009-11-30 , Monday


또 앤틀러스 이야기입니다. 이 밑에 쓴 뉴욕 브룩클린 출신의 그 3인조 인디밴드 말입니다. 이 팀 얘기를 조금만 더 하겠습니다. 그 주변 풍경이 너무 재미있는데다, 이 팀이 공연에서 아주 신기한 일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런던에 있는 19세 문화 리포팅 블로거 - 아니카

지난 26일 이 그룹 이야기를 쓰고나서, 정보 재확인을 하느라고 검색을 하는데 구글에서 'Review: The Antlers at Bush Hall « Anika In London'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날짜가 무려 11월 26일자였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날 런던에서 있었던 공연의 리뷰였던 겁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클릭했습니다.

링크: http://anikainlondon.wordpress.com/2009/11/26/review-the-antlers-at-bush-hall/

해당 블로그의 주인공은 19세 여성 아니카였습니다. 음악과 문화에 대한 여러가지 기사, 인터뷰, 취재기 등이 올라와있는 재미난 블로그더군요. 그리고 앤틀러스 공연의 리뷰가 있었습니다. "(공연에서 오자마자)즉시 쓰는 것"이라는 리뷰의 서두에는 그녀의 숨찬 헐떡임이 그대로 담겨있는 듯 했습니다. 장문의 리뷰였는데, 애니카 본인도 글에서 누차 말하지만, '다 좋다'라는 내용입니다. 공연이 너무 너무 좋았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곡들의 느낌을 담았습니다. 시종일관 그녀가 얼마나 큰 감동을 느꼈는지, 얼마나 벅차올랐고, 앤틀러스의 음악이 얼마나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지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다 좋다'라는 얘기는 그것이 진짜일 경우에는 정말 재미있죠. 재미있었습니다.

그녀의 글을 보고나니, 상당히 공연 내용이 궁금해졌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Epilogue'라는 곡을 아카펠라로 불렀다고 하는데, 레코딩 버전은 그렇지 않은지라, 더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이야기가 상당히 디테일하게 들어갑니다만, 제목에서 이미 취사선택을 하고 클릭하셨으리라 믿고 그냥 길게 쓰겠습니다)

그런데 아니카의 리뷰 중에는, '공연 실황을 다음 사이트에서 들을 수가 있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지난번에 저희가 소개한 NPR 사이트가 아니었습니다. 이 사이트의 이름은 nyctaper('엔와이씨테이퍼'-뉴욕시의 테이퍼라는 소리겠지요). 뉴욕의 인디 밴드들 공연을 아티스트 동의 하에 현장 녹음해서 올리는 사이트였습니다. 이곳에 가보니 볼티모어, LA, 디트로이트, 휴스턴 등 다른 지역의 비슷한 사이트들도 링크되어 있었습니다. 얼핏 둘러보았는데 모두에게서 음악적 열정이 넘칩니다. 해당 로컬 음악씬의 역사를 기록해둔다는 사명감이 각 사이트들마다 느껴졌습니다.

  
뉴욕 인디씬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 - nyctaper.com & 앤틀러스의 Epilogue

nyctaper에는 앤틀러스의 뉴욕 공연 실황이, 그것도 무려 세개의 날짜분이 올라와있습니다. 아티스트에게 허락받은 녹음분으로 말입니다. 거기다 고맙게도 기간도 적당해서, 지난 3월의 '자비로 낸 앨범' 쇼케이스, 8월 공연, 그리고 10월 공연이 올라와있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먼저 클릭한 것은 당연히 10월 공연분, 그리고 맨마지막곡 'Epilogue'였습니다. 다음이 그 10월 20일 공연분의 링크입니다.

mp3 링크: http://www.nyctaper.com/?p=1859

링크된 기사 중간의 Direct download of MP3 files (HERE) 이라는 문구를 클릭하면 공연 파일을 mp3로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소개했듯, 앤틀러스의 이번 앨범은, 병에 걸린 연인을 떠나보내는 내용으로 전곡이 하나의 스토리를 이루는 컨셉 앨범입니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이 곡 Epilogue에서, 그녀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입니다. 라이브 버전 이야기를 하기 전에 가사 중의 몇몇 단락을 발췌해서 소개합니다.  

(*소속사의 양해를 얻어 이 곡의 앨범 버전을 유튜브 클립으로 소개합니다)



In a nightmare, I am falling from the ceiling into bed beside you.
You're asleep, I'm screaming, shoving you to try to wake you up.
And like before, you've got no interest in the life you live when you're awake.


악몽 속에서, 난 천정에서 침대로 떨어져, 당신 옆에 누워.
당신은 자고 있어. 나는 비명을 지르고, 당신을 흔들어 깨우려고 하지.
그러나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 깨어있는 동안 사는 삶에는 관심이 없어.

So I lie down against your back, until we're both back in the hospital.
But now it's not a cancer ward, we're sleeping in the morgue.
Men and women in blue and white, they are singing all around you,


그래서 난 당신 등뒤에 누워, 우리가 병원에서 그랬듯이.
하지만 지금은 암병동이 아니고, 우리는 안치실에서 자고 있어.
사람들이 당신 옆에서 노래해,

You're being buried to you neck.
In that hospital bed, being buried quite alive now.
I'm trying to dig you out but all you want is to be buried there together.


당신은 목까지 파묻혀 있어.
병원 침대에, 산채로 묻혀 있어.
난 당신을 꺼내려고 하지만, 당신이 원하는 것은 거기 함께 묻히는 것.

I've woken up, I'm in our bed, but there's no breathing body there beside me.
Someone must have taken you while I was stuck asleep.


깨어나면 난, 우리 침대에 있어.
그렇지만 내 옆에 누워 숨쉬는 사람은 이제 없어.
내가 자는 동안, 누군가 당신을 데려간게 틀림없어.

When I try to move my arms sometimes, they weigh too much to lift.
I think you buried me awake (my one and only parting gift.)
But you return to me at night,
just when I think I may have fallen asleep.
Your face is up against mine,
and I'm too terrified to speak.


내가 팔을 들어올리려 하면, 팔이 너무 무거워.
난 당신이 날 산채로 묻어버린 것라고 생각해.
그게 유일한 이별의 선물.
그러나 밤이 되면 당신은 내게 돌아와
이제는 잠이 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딱 바로 그 순간에
당신 얼굴이 내 앞에 있어.
그리고 난 너무 두려워 입을 열지도 못하지.

You're screaming,
and cursing,
and angry,
and hurting me,
and then smiling,
and crying,
apologizing.


당신은 비명을 지르고
저주하고
화가 나 있어.
날 상처입히고
그리고 나서 웃어.
그리고 울어.
그리고 날 용서하지.


무겁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가사이지만, 노래는 따뜻하고 차분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어쿠스틱한 분위기의 발라드입니다. 이 노래 자체만 놓고 따지면, 충분히 홍보되면, 정말이지 어디서든 큰 사랑을 받을 넘버입니다.

그런데 이 팀과 관련한 제 또 다른 관심사는, 이전 글에 잠시 언급했던, 피터 실버맨의 보컬이었습니다. 이 사람들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매번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 사람의 보컬 역량이 어디까지인지를 궁금해하고 있었습니다. 서구권 락 보컬리스트들의 경우엔, 어찌 보면, 무대에서 그렇게 큰 변화는 없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일률화된 요약이지만, '예상보다는' 그렇습니다. '작정하고 편곡을 한다거나 재연출을 하는 경우'는 분명 있는데 오히려 분위기나 흐름을 타고 가는 경우는 덜하다고나 할까요. 60년대 즈음의 흑인 뮤지션들 경우엔, 분명 모든 무대가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그 당시의 에너지는 정말 놀랍지요. 모든 무대 하나 하나가 앨범 하나에 필적하는 무게를 가지니까요. 실제로 당시 무대들은 '할 수만 있다면' 다 앨범으로 커팅되어 나오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의 락 보컬리스트들에서는 또 그런 힘은 잘 안보입니다. 이건 참 미묘해서 뭐라고 설명하기가 힘들군요. 때로는 다운그레이이드된 보컬만 아니어도 안심하게 됩니다. 이건 반대로 말하면, '스튜디오 앨범'을 그만큼 잘 뽑는다는 의미인지도 모르지요. 하여튼, 각설하고 - 이제 막 오버그라운드로 올라가려는 신인이, 앨범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음반과 다른 연출을 보여준다니 - 안 그래도 놀라운 음악적 힘을 과시한 팀이라, 어떤 방식일지 더 궁금했던 것입니다.

10월 버전의 Epilogue는, 예상했던 대로, 11월 아니타가 런던에서 흥분해서 당일날의 라이브 리뷰를 올린 것과 같은 방식이었습니다. 즉, 무반주로 첫 부분을 시작하더군요. 그렇게 시작되는 노래를 들으며, 저는 머릿속이 일순간 멈추는 기분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죠.

앨범 버전을 울리던 아름다운 기타소리는 사라지고, 경사 심한 이펙트가 오르내리는 가운데, 그리고 드러머가 탬버린을 툭툭 치는 가운데(드러머는 공연 후 인터뷰에서 딱히 할일이 없어서 탬버린을 잡았다고 말했다는군요), 피터 실버맨은, 노래를 - 또 같은 얘기지만 - 정말 한국 사람처럼, 혹은 동양권의 보컬리스트들처럼 진한 정조를 뿜어내며 부릅니다. 타령처럼, 구성지게 불러요. 들국화의 전인권처럼 부르고, 미스터 칠드런의 사쿠라이 카즈토시처럼 부릅니다. 정해진 플롯과 설계도의 음역대를 다 이탈합니다. '무리를 합니다' 위에서 말했던 것과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의미입니다만 서구권 락 보컬리스트들은 좀처럼 무리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피터 실버맨은, 무리하고 과잉합니다. 감정의 문을 활짝 열고, 음반 버전에서 자제했던, 모든 감정과 고통의 앙금을 라이브 버전 'Epilogue'에서 비장하게 쏟아냅니다. 그렇게 해서, 이 사람은, 음반 버전에서 읽혀졌지만 보여지지 않았던 부분들을 공연에서 드러내는 놀라운 일을 합니다. 어떻게 이렇죠? 어떻게 이게 갓 시장 데뷔 음반을 낸 젊은 그룹에게 가능할까요. 정말 놀랐습니다.

이들의 음악을 접하고 나서, 계속 핑크플로이드의 'Final Cut'음반을 떠올렸습니다. 90년대 이후, 또 다시 그런 충일한 컨셉 음반을 만날 수 있을 가능성은 나날이 적어져 간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삼십년은 안 넘기고 그 비슷한 - 최소한 그 음반을 상기시키는 음반을, 뉴욕 브룩클린 동네에서 두문불출하던 청년들이 만들어내네요. 음반 자체의 밀도나 구성력은, 그만큼 못 미칠지 모르겠으나, 공연에서 확장된 음악적 힘은 정말 좋습니다. 놀라운 건, 이 곡을 듣고 나서, 10월 라이브에서 공개된 7곡 실황 전부를 들었는데, 모두 마찬가지로 음반 버전과는 또 다른 힘을 풍겨내는 인상깊은 버전들이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써놓고 보니, 상당히 정신없고 산만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어쨌든 멋진 그룹 앤틀러즈입니다. 저희들은 이 팀 덕분에 올해 겨울이 조금 덜 추워졌습니다. 여러분들께도, 혹은 여러분들중의 몇몇 분께라도 이 온기가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바랍니다. nyctaper에서는 앤틀러즈의 12월 공연도 소개한다는군요. 기대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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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갓 데뷔한'이라고 썼지만, 미국에서의 음반 시장 데뷔 뮤지션들은 보통은 동네(?) 음악씬에서 아주 오랫동안 음악 활동을 하던 사람이죠. 피터 실버맨만 해도 두어장의 앨범을 이미 낸 상태였습니다.

*nyctaper에서 쓴 앤틀러스 관련글은, 이 감상문보다 더 '방방 뜁니다' 3월 '자비 음반 쇼케이스'를 할때만 해도, 가족, 친지와 지인들만 모여 소모임처럼 공연을 했는데, 지금은 대형 라이브 클럽이 꽉 찬 상태로 공연을 하고 있답니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들에겐 복이 온다'며 글쓴이가 더 기뻐하고 있습니다. '뉴욕아, 이 팀을 이렇게 조그마한 공연장에서 볼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잘 봐둬라'는 요지의 내용도 있었던 것 같네요. 미국 인디씬이 이 그룹을 발견하고, 모두가 손 잡고 기뻐하는 느낌이 여기 저기서 느껴집니다. 그 과정이 어디로,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참 보기좋은 광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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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m님의 댓글  2009.12.09    
아, 정말 관심이 마구마구 생기는 그룹이네요. 여건이 되면 콘서트도 가보고싶지만. 어려울것같네요.... 앞으로도 이그룹 소식 종종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면죄부님의 댓글  2010.01.07    
꽤나 제 취향의 밴드같네요 알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번 제대로 들어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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