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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틀러스 Hospice - 2009년의 레퀴엠
2009-11-26 , Thursday





이번에는 여러분께 올해 나온 미국의 락음악, 혹은 락그룹 한팀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음악이 아닌, 외국 음악들만 줄줄이 올리게 되네요. 사실 기회닿는대로 팝음악이나 다양한 음악들도 소개하려고 했었는데, 그동안은 특별히 얘기하고 싶은 음악을 딱히 찾지못했습니다. 아마 제가 찾는데 그다지 시간 할애를 못한 탓일 겁니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여러 팀들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단순히 몇팀을 발견한 것 뿐만이 아니라, 요즘 서구권 음악계의 흐름이 은근히 재미있어져 갑니다. MTV라든가, 온라인 음원이라든가 하는것에 움찔해서, 어찌 할바 모르던 서구 음악계가 그동안 프로그래밍 공부도 하고, 전열도 가다듬고, 철학도 재정비해서  다시금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느낌이랄까요. 이게 그저 제 느낌인지, 진짜로 그런건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요.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제는 음악계가 재반격을 시작할 때도 되었으니까요. 또한 빈곤해졌다 풍요로워졌다를 반복하는 음악 역사의 싸이클을 감안하면 이젠 정말이지 '무언가'가 슬슬 나와야하는 때입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요.

이 팀의 존재는, 이런 정황적인 기류와는 '직접적으로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 팀이 그 '무언가'라는 얘기를 하기도 좀 이릅니다. 하지만 상당 기간동안 볼 수 없었던, 아주 특이하고 특별한 무언가를 들고 나온 팀은 맞는 듯 합니다.

우선 경고합니다. 이 음악은 상당히 슬픈 음악입니다. 그냥 슬픈 정도가 아니라, 거의 고통스러운 음악입니다. '고통'이 바로 이 작품의 테마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옆에서 함께 지켜보고 치뤄내야 하는 고통'입니다. 수많은 청자들이 음반을 들으며 눈물을 터뜨리거나 움찔하거나 멍해졌다고 감상을 털어놓습니다. 혹자는 이 음악들을 무섭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이 음반의 제목은 호스피스(Hospice)입니다. 노래하는 화자의 연인은 이제 곧 병으로 죽게  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절망을, 그 고통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회백색 병원의 풍경이 담겨있고, 연인이 맞는 진통제 냄새가 진동하며, 심리적 기복을 넘나드는 연인과 주인공의 고통스러운 일상이 담깁니다. 어떤 출구도 없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이 음악은 그 어떤 우회 없이, 그 어떤 수사법 없이, 정면으로 통과합니다. 그리고 앨범 전체가 그 얘기입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영어가 '날것으로' 귀에 들어오지는 않으니까, 미국 감상자들보다는 담담하게 들을 수 있을지 모르곘네요.  

이쯤에서, 이 그룹, 앤틀러스(The Antlers)의 마이스페이스 페이지를 소개합니다. 오른쪽 플레이어에 여러 트랙이 있는데 Two, Bear, Kettering, Shiva, Sylvia가 이번 음반 수록곡입니다. 처음에는 Kettering을 들어보시지요. 음반에서 프롤로그 다음에 나오는, 사실상의 첫곡이니까요. 다음이 그 링크입니다.

http://www.myspace.com/theantlers

앤틀러스는 이 음반을 내기 전에는 무명에 가까운 그룹이었습니다. 아니, 무명에 가까운 그룹이 아니라 완전히 무명이었죠. 올해 이 음반을 만들어놓고, 여러 음반사들에게 데모를 보냈는데 죄다 거절당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자비로 음반을 냈답니다. 음반은 바로 매진됩니다. 멤버들이 배송을 직접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음반을 빨리 보내달라'고 아우성을 치더랍니다. 이 밑에 저희가 소개한 NPR(미국 공영 라디오)의 한 음악스탭이, 이 자비 음반을 듣고 경악해서, 동료들과 음반사 관계자들에게 입소문을 쫙 냈습니다. 마침내 한 음반사가 나서서 이들과 계약을 했고, 사운드를 조금 손본 후, 음반을 정식으로 재발매했습니다. 그게 바로 이 앨범입니다.

'잘 키운 음반 하나만 내면' 미국 팝계란 참 외롭지가 않습니다. 워낙 좋은 앨범이긴 합니다만 음반이 나오자마자 수많은 인디 전문 언론들과 미디어들이 달려들어 좋은 평가를 내리고 프로모션을 해줍니다. 라이브도 꾸준히 소개되고, 인터뷰도 수없이 이루어지고, 올해 사실상의 데뷔 앨범을 낸 이들을 '입지를 갖춘 뮤지션'으로 대우하며 제목을 뽑고 기사를 써줍니다. 음반의 실판매고는 둘째치고, 일단 '좋은 음악을 만들어낸 뮤지션'에게는 하나의 지위를 부여해주는 느낌이랄까요.

많은 인디 계열 평론가들이, '올해의 베스트 앨범 후보'로 이미 손꼽았고, 입소문은 계속 퍼져서, 이 3인조 그룹은 방긋 방긋 웃으며(제 생각입니다) 즐겁게 미국 전역에서 공연을 하고 있고, 내년에는 유럽에도 간답니다. 음반은 이미 유럽에서도 나왔습니다.  

그럼 이 대목에서 이 사람들의 음반을 듣고 업계에 입소문을 낸 NPR의 공연 실황 링크를 전하겠습니다.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105766872

위 화면 왼쪽 'Hear The Antlers in Concert'를 누르면 스트리밍 화면이 뜹니다. 그런데 그 제목 밑에 파란색으로 'download' 버튼도 있습니다. 이것을 누르면 역시 아무 접근 제한 없이 30여분 분량의 이들 콘서트 실황을 mp3 파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 6월의 라이브 실황인데, 이번에는 또 다른 음악 사이트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사이트 또한 대단히 재미있습니다. 이들은 '웹에는 수많은 음악사이트들이 난립하고, 그들은 무언가 새로운 걸 찾아준다고 장담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우린 정말로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기치를 내겁니다. 그리고 일리노이주의 호스섁이라는 스튜디오를 거점으로 삼아, 뮤지션들의 '하나밖에 없는 라이브 세션'을 녹음해서 들려줍니다.

미국 전역을 오가며 투어하던 뮤지션들이, '여정의 2시간'을 빼서 그곳 스튜디오에서 라이브를 한다는 컨셉 하에서 말입니다. 그리하여 하루 하루 녹음이 쌓여갔고, 지금 이 사이트에는 바로 그런 '오리지널 레코딩 세션'들 목록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그 곡들은 누구든 아무 접근 제한 없이 들을 수 있고,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린 '뮤지션들의 멋진 일러스트'를 볼 수도 있습니다. 사이트 이름은 데이트롯터(Daytrotter). 앤틀러스도 지난 10월, 이곳을 방문해서 녹음을 했습니다. 한번 구경하러 가볼까요.

http://www.daytrotter.com/dt/the-antlers-concert/20030956-37381940.html

오른쪽의 Songs라는 메뉴 밑에 곡 이름과 버튼들이 있습니다. 인디씬의 이 모든 뜨거운 반응에 대해 앤틀러스의 피터 실버맨은, "엄청난 격려(encouragement)가 되었다"라고 말합니다. 격려를 뜨겁게 안 할 수가 없죠. 최소한 저같은 성향을 지닌 음악팬들에게는, 이게 지금 몇년만에 오는 '큰 것'이니 말입니다. 아직 라이센스 음반도 안 나온 이곳에서 제가 해줄 격려야 많지 않지만, 그래도 이 음반이, 앞으로도 길게 이어질 장대한 디스코그래피의 첫 신호탄이 되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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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음악을 들은 직접적 감상을 말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그건 너무나 개인적인 얘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음악을 '잘' 들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저와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제 머릿속에서 무언가 감상 비슷한 것이 만들어지기 전에, 제 마음의 어떤 부분이 허겁지겁 굶주린 사람처럼 이 노래를 나꿔챘습니다. 올해는 각별히 우리에게 레퀴엠이 필요했던 해이기도 하지요.

* 싱글 커트된 Two의 라이브 버전에서는, 호흡할 곳을 찾기가 곤란한지, 보컬과 기타를 맡은 프론트맨 피터 실버맨이 가끔 길잃은 사람처럼 헐떡입니다. 이것을 보면서, '이봐, 심폐력을 키우란 말이야'라고 중얼거릴지, 아니면 '그 또한 음악의 한 컨셉'이라고 생각할지는 아직 결정못했습니다. 그런데 후자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전 그게 좋거든요. 전반적으로도 이 사람 보컬은 무척 좋습니다. 한국 혹은 일본의 훌륭한 보컬리스트들이 보여주고, 미국이나 영국의 보컬리스트들은 좀처럼 못 보여주던 '무언가'가 있는데(그 반대의 것도 있죠), 이 사람은 그것을 들려줍니다.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이 사람의 보컬은, 나이든 제게는 마릴리온과 러쉬, 그리고 로저워터스가 보컬을 맡은 핑크플로이드를 떠올리게 만들었는데, 넬도 슬쩍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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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a님의 댓글  2010.02.08    
공연 실황 음원을 들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매끄러운 보컬만 들어서인지 처음엔 낯설고 거칠게 느껴지더군요.. 제대로 들어보려고 이어폰을 빼고 헤드폰으로 들어봤습니다. 아직은 이런 '레퀴엠'에 빠지는 게 두렵지만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세상의 빛만 보고 살았는데 우연히 어둠을 본 뒤에 혼란' 이 느껴지지만 아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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