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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 있는 한 고등학교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소개합니다
2009-11-18 , Wednesday

일단 거두절미하고 영상을 보실까요. 이들은 남미 베네수엘라의 한 고등학교 오케스트라입니다. 짤막한 이야기와 함께 두곡을 연주하는데, 첫곡은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0번 2악장이고, 두번째 연주는 멕시코 출신의 작곡가 마르케즈의 '단손 No.2'입니다. 첫곡은 4분 안팎이고, 두번째곡은 9분쯤 됩니다. 두번째 곡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리듬의 라틴 관현악곡이라 클래식을 즐겨듣지 않는 분들도 감상하시기에 무리가 없을 겁니다. 첫 곡은 상당히 하드합니다. 소리가 꽤 크니까 마음과 주변을 정리하고 봐야합니다. 여유가 있다면, 두곡 모두 끝까지 감상해보시지요.



잘 보셨나요?
사실 위의 소개는 살짝 '사기'입니다.

물론 고등학교 오케스트라인 것은 맞습니다만, 우선 지휘자는 화면 속 진행자가 말하듯,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젊은 지휘자'입니다. 보통 이렇게 얘기해도, 그냥 저냥 유망한 지휘자들 중의 한명인 경우가 많은데,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은 진짜로 지금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 각광받는 정도가 아니라 전세계 음악계가 눈에 불을 켜고 입맛을 다시면서 지켜보고 탐내는 지휘자입니다.

이 사람은 현재 고향 베네수엘라의 청년교향악단 지휘자일뿐 아니라, 스웨덴 고텐부르크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이고, 그리고 올해는 LA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가 되었습니다. 독일의 유명한 음악레이블인 도이치그라마폰과 계약을 일찌감치 체결했는데, 영국과 독일 언론은 이 사람 뒤를 한마디로 졸졸 따라다니는 느낌입니다. 공연 티켓은 모두 매진이고 음반은 모두 클래식 음반 챠트 1위에 오릅니다. 이제는 LA의 파파라치들까지 따라붙을 판이라, LA필하모닉에서 대책마련에 고심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지휘자, 지금 나이가 28살입니다. 기절할 노릇이지요.

거기다 이 사람을 배출해낸 베네수엘라 음악교육 시스템의 이야기는 더 극적입니다. 30여년전 호세 아브레우라는 베네수엘라의 한 사회운동가가, 마약과 폭력 속에 방황하는 빈민가 아이들에게 '무료 음악 교육'을 시작합니다. 이 운동은 성공적으로 퍼져갔고, 수많은 음악인들을 배출합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 사람, 전세계 음악계가 '21세기 음악의 가장 큰 희망'으로 주시하고 있는 두다멜입니다. 그리고 저 위에 나온 고등학교 오케스트라 학생들 모두가, 그 '엘 시스테마(El Sistema)'라는 무료 교육 시스템이 배출한 연주자들인 겁니다. 멋진 이야기죠? 이것은 마치 빌리엘리어트를 고스란히 현실로 옮겨놓은듯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베네수엘라에서는 30만명의 아이들이 이 음악교육의 혜택을 받았거나 받고 있고, 그 결과 우리나라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훨씬 낮은 이 나라엔 지금 100여개가 넘는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있다고 합니다.

두다멜이 지휘하는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은 2,3년전부터 전세계에서 격찬을 받으면 공연을 했는데, 작년에는 우리나라에도 왔습니다. 몇몇 단원들은, 베를린필을 비롯한 유럽의 명망있는 교향악단에 최연소 주자로 스카웃되기도 합니다.

올해 10월, LA에서는 두다멜의 취임 연주회가 열렸는데, 아주 생 난리가 났습니다. 헐리웃의 모든 스타들이 대집결하고, 미국의 유명 팝, 락, 클래식 뮤지션들이 게스트로 참가하는 축제가 며칠에 걸쳐 열렸습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그를 잡았다'는 로또 당첨의 분위기였습니다. 하긴 공연 표어가, '웰컴, 두다멜"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인 "Bienvenido Gustavo"였으니까요. 앤디 가르시아가 중계 방송의 호스트를 맡고 잭 블랙이 나와서 소개를 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축사'를 보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시스템을 미국에 도입하는 사업도 시작되었습니다. 두다멜은 "남미.북미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가 일원인 하나의 아메리카만이 존재할 뿐이다"라는 선언을 합니다.  

이 모든 북새통을 가능케한 것은 바로 음악입니다. 아무리 두다멜과 베네수엘라의 음악운동가들이 선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선의만으로는 세상이 이토록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두다멜은, 그리고 베네수엘라의 음악가들은 실제로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전세계 음악계는, 클래식음악계이든 대중음악계이든 '전망과 철학, 그리고 차세대 주자의 부재'로 고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클래식도 죽어간다는 소리가 나오고, 대중음악계 역시 MTV 문화의 과도한 영향력 아래, 음악적 힘을 많이 상실한 상태입니다. mp3파일 등으로 인한 산업 기반의 파괴도 심각하지만, 진짜로 심각한 건 바로 '대안의 부재'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베네수엘라의 음악인들, 그리고 두다멜이 나타난 것입니다. 20세기 철저하게 분리되어 존재했던 클래식,재즈,팝, 그리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악들이 이제 어쩌면 정말로 본질적 차원의 교류를 하게 될지도 모르는 가능성이 느껴진다면 - 엄청나게 앞서나가는 소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낡은 경계를 허무는 무언가 새로운 힘이 여기 꿈틀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 아닐까 합니다.  

위의 클립도 재미있지만, 유튜브 등에 엄청나게 퍼져있는 두다멜이 지휘한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의 맘보(Mambo, 레너드 번스타인)를 한번 찾아보시길. 런던 버전도 좋지만, 청중과 연주자들이 혼연일체를 이루는 카라카스(Caracas, 베네수엘라 수도) 버전을 가능하면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몸이 저절로 춤추는 현상을 경험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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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들을 소개하느라 이 클립의 출처인 테드(TED)상 소개를 빠뜨렸네요. 테드는 1984년에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로 이 상은 기술,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세상을 바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라고 합니다. 2009년 위에 언급한 베네수엘라의 호세 아브레우 박사가 그 상을 수상했고, 위의 무대는 바로 그 수상을 기념하는 무대입니다. 객석에 앉아있는 나이지긋한 신사가 아브레우 박사입니다. 다른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는 것도 꽤 재미있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홈페이지를 참조하시길. ( http://www.ted.com )

*두다멜은 이번 취임 콘서트에서 한국 작곡가 진은숙씨가 작곡한 '생황협주곡'을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초연이었지요.

*학생들의 눈빛을 한번 보세요. 세상을 불태워버릴 것 같은 뜨거움이 느껴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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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baram님의 댓글  2009.11.18    
정말 굉장한 이야기네요. 집에가서 찬찬히 뒤져봐야 겠습니다.



모던라이프님의 댓글  2009.11.18    
작년 겨울에 한국에서 내한 공연을 가졌습니다. 유스 오케스트라나 두다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으면서, 그냥 별 기대 없이 표를 예매해서 봤다가 완전히 격침당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압도당했다- 라고 하면 맞을 겁니다. 그때의 기억이란 말이죠. 남미의 기운이 물씬 풍겨 나오는 이국 작곡가의 곡과 차이코프스키 5번을 연주했었는데, 콰광 하고 연주가 끝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었지요. 앵콜도 대단히 신나고 즐거웠습니다. 후에 팜플렛에 있던 이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서 더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지지요. 두다멜과 유스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야기를 피파니아에서 만나게 되다니, 뜻밖이지만 유쾌하군요. 다시금 떠오르는 기억도 즐겁고요. 오랜만에 피에스타 앨범이나 한번 들어봐야겠습니다. 두다멜과 유스 오케스트라 만세!!

붙임. 기회가 되신다면 이 사람들이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제 5번 "운명""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아아, 어두운 길을 걷던 청년들이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을 들고 빛 속으로 뛰어들어 연주해내는 <운명>은, 정말이지 감동스러웠답니다. 4악장의 마지막 피날레가 끝나는 순간, 한숨마저 탁 터져나오는 그러한 감동이었지요. 저에게는 말입니다(웃음)



pim님의 댓글  2009.11.22    
황금어장에서 장한나님이 말씀하셨던 이야기네요. 그 때는 그냥 멋진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알게 되니까 더 감동적이네요. 역시 음악의 힘은 위대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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