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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 KBS 키스더라디오: 양요섭 The Last Time - 슬픔의 적층
2010-01-25 , Monday

비스트의 리드보컬리스트 양요섭이 노래를 잘 한다는 사실은 이제 어지간한 가요팬들이라면 모두 다 알 것이다. 이런 재간꾼들은 보통 라디오 프로그램의 팝 커버나 연습실 영상을 통해서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기 마련이다. 그런 영상들을 나는 흥미진진하게 지켜본다. 언제나 감탄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정말 잘한다. 워낙 우리나라 본연의 음감이나 정조가 아름다운 탓에, R&B를 소화해내는 방식도 참 예쁘다.

그런데 그렇다곤 해도, 신인 보컬리스트의 영상을 보며 '잘한다'라고 감탄하는 것과 진짜로 깊게 감상하게 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잘한다!'라고 감탄하고는 다시는 안 본다. 거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은 '연습 냄새'가 많이 난다. 매뉴얼이 있고, 가이드가 있고, 앞에선 트레이너가 코칭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이미 수백번도 더 얘기한 사실이지만, R&B는 우리에겐 아직 트레이닝을 통해서 습득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KBS 라디오 '키스더라디오'에서 양요섭이 에릭 베넷의 'The Last Time'을 불렀다. 아주 잘 불렀다. '우와 잘 부른다'라고 생각하고, 늘 그렇듯이 그냥 지나쳐가려고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이 사람의 노래는 뒤에서 슬쩍 옷깃을 잡아끈다. 강한 힘은 아니다. 엄청난 임팩트가 있는 것도 아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이 라이브 영상을 이따금씩 계속 플레이시키고 있었다.  

그리고는 신기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의 노래가 날 아주 조금씩 흔들더니, 애틋한 서정을 내 마음으로 전해주는 것이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나이들면 귀에 굳은 살이라도 박히는지, 10대를 갓 넘긴 어린 보컬리스트들의 발라드로는 사실 마음이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람이 그 일을 해내는 것이다.  

그제서야 난 제대로 이 노래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미 숱한 사람들이 말하는 바대로, 이 사람은 외양과 노래의 괴리가 정말 심하다. 야구잠바에 금발 머리를 하고 마이크 앞에 선 그는, 가끔씩 의무이기라도 한 것처럼 팬들을 위한 애교 미소를 지어보인다. 명랑만화 주제가를 씩씩하게 부를 외모다. 그런 면에서 이 곡의 첫 소절을 감상하면 상당히 재미있다. 그런 외모를 가진 청년이 입을 열어 이끌어내는 첫 소절의 우아함을 들어보시라. 지중해를 떠다니는 초호화 유람선의 베테랑 보컬리스트처럼 그는 능청스럽게 스탠더드한 감각을 살려내고 있다.  

그에게, 최소한 이 The Last Time 라이브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정교함이다. 일반적인 구조의 노래란 것은 1-2-3-4-5 식으로 차츰 차츰 상승되어가기 마련이다. '잘한다'는 칭찬을 듣는 대부분의 보컬리스트들은 1-2-3에는 거의 다 강하다. 4-5에 강한 가수들도 있다. 절정부의 열창을 잘 하는 것이다. 노래방에서 솜씨를 자랑하는 아마츄어들은 보통 1로 분위기를 잡고, 5로 점수를 딴다. 이렇듯 누구든 특징적으로 잘 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정말로 좋은 보컬리스트라면 당연히 모두를 다 잘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강한 승부수를 띄우는 부분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양요섭은 부지런한 빌딩 청소부다. 1층을 깨끗이 클리어해낸다. 2층도 그렇다. 차근 차근 싹싹 쓱쓱 자신이 짚어야할 소절의 힘과 효과들을, 전개부부터 상당히 정성들여 제대로 불러내고 있었다. 그러니 듣는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노래가 전달하는 감정에 조금씩 조금씩 젖어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3층에 가서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으며, 4층과 5층에 이르러서는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동원해서 해야할 바를 대단히 정직하게, 대단히 정석적으로 해낸다. 그것은 폭발적이진 않지만, 이미 충분히 예열된 청자들을 뭉클하게 만들어버린다.

어, 이건 굉장히 프로페셔널하다. 참 신기한 보컬리스트가 한명 탄생한 것이다.

11월 5일 MBC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부른 Cracks Of My Broken Heart도 찾아 들어보았는데, 여기서도 정교한 구조의 힘은 여전하다. 기계적인 구조가 아니라, 곡을 인내심있게 흡수해서, 자신의 내부에서 숙성해낸 느낌이 완연하다. 노래를 시작하는 서두에서, 깜짝 놀랄만큼 어린 이미지를 배반하는 성숙한 분위기가 뿜어져나오는 느낌도 비슷하다. '보기보다 노래를 잘 하네' 수준의 놀라움만 주는 것이 아니라, 슬프기 그지없는 감정의 적층을 주조해낸다는 사실이 정말로 놀라운 것이다. 겨우 두달여의 텀인데, The Last Time이 한결 더 정교한 것도 특기할만하다.

참고삼아 말하자면, 관련 글도 이미 올라와 있지만, 이 사람이 리드 보컬로 있는 비스트 또한 근래들어 보기드물만큼 전원이 개성적인 보컬과 랩을 자랑하는 팀이다. 이 팀 또한 상당히 재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 같아 보인다. 소속사인 큐브는 멤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다음 음반을 조금 더 음악적으로 깊이있게 밀어붙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발바닥에 불이 날 만큼 부지런히, 다양한 작곡가들에게 좋은 곡들을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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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연달님의 댓글  2010.04.30    
요섭이 노래를 맛깔스럽게 부르더라구요. cracks of my broken heart를 처음 듣고 풍기는 이미지랑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외모만으로 보면 장난꾸러기, 악동 요런 느낌인데! cracks를 듣고 다른 노래들도 더더더 들어보고 싶다고 느껴서 이런저런 동영상 찾아보다가 팬까지 되었답니다.//



쪼아쪼아님의 댓글  2012.06.30    
저도 요섭군 노래가 가끔 생각날때가 있어여 어떤기분이나 감정이 들면..요섭군 노래가 생각이 날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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