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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5일 JCS 서울 : 발신-뒤, 수신-앞
2015-05-13 , Wednesday

[작성일: 2013.6.6]

* 지난주는 내내 뒷쪽에서 공연을 보았다.
"앞에서 보면, 연기가 별로라서 실망할 수도 있잖아"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이 뮤지컬을 앞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어이없다는 듯, 말한다. "괜한 걱정을 하시는군요"라고.

그런데 사실은 그걸 걱정한 게 아니었다. 문제는, 앞에서 봤는데, 이게 더 정말같아버리면, 솔직히 그건 어떤 종류의 느낌일지 상상도 가지 않는터라 - 좀 겁이 났다. 현재 VIP석의 남은 좌석수가 0을 기록하는 마이클리의 공연이라, 딱히 앞에서 보면 어떨지를 굳이 머리 싸매고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좀 더 앞으로 가는 걸 욕심낼 수는 있는데 - 원래도 좌석에 관해서 그다지 따지지 않지만, 이번에는 더 더욱 그랬다. 그러다가 오늘은 일행들도 많이 있고 해서, 조금 앞으로 갔다. 그랬더니 종전의 뒷자리에서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뭐가 보였더라. 우선 예수의 손을 봤다. 괴로워하는 유다에게로 내밀어지다가 다시 움추러드는 손을. 그리고 예수의 표정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리고 어쩌면 유독, 이날 예수의 동작이 커보였다. 특히 후반부에서. 더 비틀거리고 더 휘청거렸다. 십자가가 더 무거워진 듯 했다. 그래서 그 모습을 보았다.

이 극을 계속 보아온 사람들이 들으면, 그리고 마이클 리의 오랜 이력과 역량을 아는 사람들이 들으면 기겁할 소리겠지만 - '잘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소리만 진짜 같은 것이 아니라, 모습도 진짜같구나... 지금도 여전히 모든 것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저걸 앞에서 보면 큰일나겠구나... 싶었다.

*그 순간에, '이제 이번 JCS 공연을 여기까지만 봐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었다. 앞에서 간증같은 감상글이라고 반농담 반진담삼아 이야기하긴 했지만 - 난 어쩌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꽤 애정과 관심을 극과 배우에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꽤나 차가운 상태라고 생각한다. 폭풍우를 창문 밖으로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덧문을 내리고, 커튼까지 쳐버리면, 조용히 거실에서 책이나 읽다 잘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극을 '시각과 청각'을 본격적으로 동원해 모두 보게 되면, 혹은 거리를 떠나 좀 더 오래 보게 되면, 그때는 그 폭풍우의 물과 바람이 이쪽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게 사실은 '극의 감동'을 말하는 것이니, 딱히 거부할 이유야 없지만. '그렇지만, 닫을 수 있는 문은 - 닫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태풍의 전조를 보면서, 온갖 내기를 하고 예상을 하고 욕을 하고 칭찬을 하고, 그리고 관극을 해온 사람들만이 얻을 수 있는 '일종의 2차적 감동'은 - 막공 전주에야 관람 행렬에 가세한 내가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라고 말이다.

도대체 뭔소린인가...싶기도 하겠지만, 뭐 그렇다. 요즘에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갖는 것'도 사랑의 표현이지만, '가지지 않는 것'도 사랑일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얼마 전에 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라는 말의 의미를 내가 평생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어떤 일을 계기로 깨닫게 되었다. 연애사건(?)을 겪어서는 아니었고, 다른 일 때문이었다. '이런 거였구나'라는 것을 알았다. 그말이 그냥 숱한 소설 주인공들이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로 존재하는 감정이고 인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것은 아주 아프지만 아주 강한 감정이었다. 난 어쩌면 그걸 아주 뒤늦게 깨달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그 흐름 탓인지, 올해는, '닫을 수 있는 문은 닫고, 열리는 문은 열어두면서' 걸어보자고 생각했다.

아이스크림 형제님(!) 덕분에,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질 못했지만, 이번 회차까지 포함해서 지난 4회의 회차는, 그야말로 '단 한번의 관람'같은 느낌을 주는 관람이었다. 특히 첫주의 3회는 -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어쩐지 분에 넘치는 느낌이다. '너의 것은 여기까지'라고 누가 말하든, '네'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느낌. 난 지금이 '그때'가 아닌가 했다. 그리고 그 느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하여, '앞쪽의 경험'을 모른 채로, '뒷쪽의 관람자'는 관람을 마감하기로 마음먹는다. 십자가 장면. 뒷쪽에서는 - 그게 피로 생생히 느껴지지는 않는다. 예수가 채찍을 맞으며 피가 흐르기 시작할 때, 그리고 그 광경을 배우와 표정, 몸의 움직임과 함께, 겟세마네를 듣고 지켜보는 관람자는 도대체 어떤 상태로 들어가게 되는 것인지를 모른 채로 말이다. '아주 귀한 것'을 - 모르는 채로 남겨두는 것도, 우리가 감당할 몫이다. 우리는 때로, 좋은 것보다, 나쁜 것보다, '우리가 알 수 없었던 것'을 가장 오래 기억하기도 하는 법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몸이 한없이 커지자, '내 발에게 어떻게 선물을 보내지?'라고 고민한다. 배달부를 시켜 보낼까 하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배달부에게 이런 편지를 전해달라고 해야할지도 모른다.

발신:뒤
수신:앞
내용:피가 흐르기 시작할 때, 앞에서 지켜보는 당신들도 많이 아픈가요?
추신:꼭 대답할 필요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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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날, 일이 얽히고 설켜 전혀 예기치 않게, 공연을 다시 한번 더 보게되었다. 그리하여 극은, 전혀 예기치 않았던 감상 하나를 추가로 남기고 사라졌다. 극은 나에게 '질문'을 던져주었고, 나는 내 나름의 방식으로 '대답'을 했다. 그 이야기는, 이번이 아니라, 아마도 이 이야기가 이어질, 다음의 공연에서 좀 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2015년 5월 추가하는 글:

내가 쓴 글이긴 하지만, 지금 보니 어이가 없다. 흐흐. 굉장히 심각하게 '이제 그만 보겠다'라고 쓰고 있는데, 사실 막공이 4일 뒤인 6월 9일이라서, 더 보고 싶어도 더 볼 수 없는 때였다. 마이클 리의 남은 회차는 고작 2~3회 정도였을 것이다. 그 남은 회차를 '안 보겠다'는 결심을 저렇게 장렬히 토로하고 있다니... 심지어 저렇게 써놓고도 그 다음날 한번 더 봤다. 하지만 당시엔 정말로 진지하게, 저 위에 썼던 마음과 한치 다름없는 비장한 마음으로 놓은 것이긴 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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