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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일 JCS 서울: Resurrection
2015-05-13 , Wednesday

[작성일: 2013.6.3]

*2일 공연 후, 작품이 끝나고 암전. 극은 끝났다. 그런데, 예수의 십자가 독백이 이루어지는 동안에, '기묘할 정도로 정적을 만들어내던' 객석에서 아무 소리가 안 나온다. 공연의 끝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같은 마지막 효과음이 두번 울려퍼지고 - 최종적 정적이 자리했는데도, 모두가 멍하니 있다. 그러니까 어둠 속에서, 오케스트라와 청중들과, 어두운 무대가 함께 가만히 있는 것이다. 이 정적이 너무 길어서 '저기요, 다들 깨자고요'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난 보통 그 반대의 생각만 해왔는데 말이다.

별것 아니지만, 또 별것 아니기에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은 일
누군가 부스럭대면, 그걸 끝나는 일인데 - 이번엔 그야말로 모두가 쥐죽은듯이 어둠만 응시하며 앉아있었던 것이다.

*2일의 유다는 윤도현이었다. 윤도현은, 비교적 내겐 낯설고 새로운 인물들로 꾸려진 캐스팅 속에서(정선아는 아니지만, 그녀조차도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위치를 가진 사람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 극이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 난 윤도현 것만 찾아볼거야'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전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지만, 난 결국 그의 뮤지컬을 보지 않게 된다. 이 또한 사실은, JCS의 이번 공연을 안 보려들었던 것과 아주 약간은 비슷한 증상인 듯 싶다.

윤도현의 경우는 이렇다. 그라는 보컬리스트가 이미 내 음악 감상틀 안에서 일정한 자기 위치를 점유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나에게 현재 일급의 의미를 가지는 보컬리스트들 중에서, 그는 가장 오래전에 만난 사람인지도 모른다. 난 그를 아주 오래전부터 봤으니까. 그건 그가 오! 필승 코리아로 빅히트를 기록해서, 국민적 스타가 되기 전부터였다. 언젠가 그에 관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데뷔 초기 그가 열린 음악회에 우뚝 서서 송골매의 노래를 부르던 모습을 본 그날부터, 그는 내내 '보물같은 보컬리스트'였고, 아직까지도 그렇다. 그가 세월 속에서 어떻게 변해가고 살아가나 했는데, 그는 정말로 훌륭하게 열심히 좋은 활동들을 많이 해왔다. 이 사람의 몇몇 곡들, 몇몇 연주들은, 나에겐 아주 중요한 기억들이고 시간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 또 이 사람을 뮤지컬 무대에서 보고 싶지 않기도 했다. 왜냐하면, 배우라는 역할은 자기를 해체해야 하고, 가수란 역할은 자기을 강화해야하는 건데, 난 가수로서의 그를 너무 오래 봤고, 그 커다란 존재감에 너무 오래 익숙해져있기 때문이었다. 역시 난 '하나의 집'이 서면, 좀처럼 다른 집으로 가기는 싫어하나보다.

뭐, 그런데 그건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일뿐, 내가 정말로 그런 행동코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절대 아니다. 보게 되면 또 다 본다. 단지 그러한 감상에 무게중심을 두지 않는 것 뿐. 그리하여 어쩄든 2일, 윤도현 유다를 만난다.

그런데, 이 뮤지컬을 쭉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 이 뮤지컬을 계속 보아왔던 사람들에게서 직접 듣기도 했다 - 2일의 윤도현은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엄청난 명연을 해내버린다. 나는 그가 뮤지컬 무대 위에서 캐릭터를 그렇게까진, 전력을 다해 입는 스타일이 아닐 것 같다는 인상 내지는 선입견을 '피상적으로' 그에게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의 그는 정말이지 미친 사람처럼 유다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겟세마네를 간신히 넘겼나싶었는데, 윤도현 유다는,
Judas's Death에서 - 내가 어디서도 못 본 종류의 연기를, 내가 가수 윤도현에게서 한번도 들을 수 없는 결의 보컬을, 기묘하고 마법적인 방식으로 해낸다.

그가 엉엉 울면서, 우느라 노래도 제대로 못 하면서, 후반 소절로 들어갈 때, 나는 멍하니 있다가 그 생각을 했다. 맞다, 저 사람은 그냥 락커가 아니라 정말로 훌륭한 발라디어이기도 했었지...하고 말이다. 그리고 난 평생을 통해 들어온 중에, 그가 부르는 '가장 아름다운 발라드'를 듣게 된다. 무언가를 잃지 않을까 - 살짝 - 두려워했는데, 그에게서 두개를 양손에 받아안은 기분...이 들기 이전에, 또 울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와 함께. 윤도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유다와 함께.

*그러고보니 2013년 한국의 JCS에는 이토록 훌륭한 유다들이 있다. 그리고 한국의 유다들은, 세상 그 어느 곳의 유다들보다 괴로워한다. 유다가 이 극에서 일종의 '화자'와 '안타고니스트' 역할을 모두 하기에, 원래 이 극의 유다들은, 이렇게까지는 뜨거워지지 않는다(단, 이런 이야기들은 - 내가 JCS의 많은 버전을 보고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은 감안하시길;세상에 존재하는 숱한 새로운, 대안적 버전들에는 분명 다양한 종류의 유다들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그리스 극의 코러스같은 역할도 일부 나눠가는지라, 소격 효과(alienation: 일부러 극속으로의 몰입을 방해함으로써 관객들이 이성을 유지토록 하는 연극적 장치)도 발생한다. 그런데 한국의 유다들은, 극 속에서 훨씬 더 들어간다. 그리고 괴로워한다. 예수와 맞붙는 역할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윤도현이 좀 더 대결 모드이긴 하지만 - 이들은 죄다 '죄의식'과 '고통', 그리고 특히 '사랑'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그리고 그건 - 보는 우리들의 위치를 바꿔버린다. 이 작품에 관해서 말하자면, 사실 우리들이 유다 아닌가. 우리는 유다의 위치에서 예수를 바라본다. 유다가 화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의미로도 그렇다. 그런데 유다들이. 소격효과를 버리고 캐릭터 안으로 돌진해 들어가버리면서, 우리들도 죄다 극속으로 강제 진입을 하게 된다. 한지상이 비틀거리며 기어갈 때, 그는 우리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윤도현이 '천국에서는...'이라고 노래하며 오열할 때, 그 또한 우리들을 자신의 자리로 끌어들인다. 어쩌면, 예수의 해석보다 훨씬 더 한국적인 정조에서 구현된 것이 유다의 역할이다. 이 무서운 유다들의 몰입 때문에, 우리는 아주 많이 효과적으로 같은 자리로 간다. 무대 위에 널부러져서 그 분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한 것은 무엇일까. 유다가 가장 괴로워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다가 예수를 배신하고, 또 후회하고, 결국 죽음을 택하는 이유는 - 바로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예수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기에 배신했고, 이해할 수 없기에 사랑했고, 이해할 수 없기에 죽었다. 그런데 그것은 유다에게만 존재하는 의문인가. 우리는 어떤가. 지금 우리는 새삼스럽게 예수의 생에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예수의 죽음에도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저 크리스마스가 휴일이라서 즐거워할 뿐이다. 그런데 한국의 유다들은 - 그 질문을 생생히 살아나게 만든다. 왜? 냐고 말이다.

그런데 그 질문은 사실 우리도 답할 수 없는 질문 아닌가. 우리는 유다를 배신자라 일컫지만, 사실은 우리도 모르는 것이다. 우리가 이해하는 건 유다이지, 예수가 아니다. 사랑하는 여자와 화목한 가정을 일구고 살면 되지 왜 죽냐고, 우리 편을 키워서 싸우면 되지 왜 죽냐고, 적들을 공격해서 이겨야지 왜 죽냐고, 더 나아가 살기 위해 싸워야하는데 왜 죽냐고, 왜 우리가 당신을 믿고 사랑하고 선택했는데 왜 보위되지 않고 엄호받길 거부하고 죽으러 가냐고 물을 수 밖에 없다.

지금 예수가 다시 세상에 나타난다해도, 세계의 석학들이, 숱한 사회운동가들이, 그를 대담프로에 초청해서 점잖게 물어볼 것은 같은 내용일 것이다. SNS의 대중들은 그에게 수없이 멘션을 올려붙일 것이다. '지금은 2천년 전이 아니잖아요!!! 짱나네 정말!!!'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하긴 2천년이 흘렀다.

그렇다면 과연 그럴까.
정말 2013년 여기라면 끝내줬을까.
그는, 우리와 함께 생을 선택하고 즐겁게 춤추며 노래할 수 있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이 극을 보면서 울음이 터져나올 까닭이 뭐 있겠는가. '대답되지 않는 질문'을 유다들은 관객들 마음 속에 살려내고, 예수는 우리를 등지고, 자신 내면의 질문을 마주한 채로, 매일 매일 똑같은 선택을 한다. 2013년 객석 입구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샤롯데 씨어터 무대 위에서 - 예수는 매일 십자가에 매달린다. 유다는 매일 절규하고,  우리는 감탄하고 감동받고 눈물을 흘리다가, 극이 끝나면 아무 말도 못하고 정적을 만들어낸다. 한 청년이 목숨을 걸고 투사해낸 가치는 2천년에 걸쳐 거듭 거듭 왜곡되고 오용되고 이용되고 의지되며 살육과 희생과 구원과 희망을 동시에 만들어내고, 그 속에 제기되는 현실적 투쟁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은 거듭 거듭 의문을 던지고 그를 배반하고 동시에 그를 그리워하며 그가 갔던 길을 따라간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그 '질문'이 해결되지 못한 세상을 살아간다. 그리하여 공연의 끝, '무거운 침묵'이 객석에 내려앉아 있었다. 그건 부들부들 떨고 있는, 마치 두려움 같은 침묵이었다.

그리곤 기묘하게도 - 기나긴 정적이 끝나고 힘겨운 박수가 이어지고 커튼콜이 시작되고,  음악이 울려퍼지며 캐스트들이 차례 차례 등장하고, 마침내  핏자국 다 지워내고 새하얀 옷을 입고 환하게 웃는 - '예수'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가 계단을 걸어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은 남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린다. 나는 그랬다. 일단은 그것만으로도 그랬다. 그런데 아마 그게 나 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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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마이클 리의 겟세마네를 보컬의 측면에서는 단 한마디도 하질 않고 있네... 뭐, 어려울 것도 없다. 물고기 한마리를 사러 수족관 가게에 갔는데, '마이클 리의 겟세마네' 물고기도 한번 보실라우...하면서 가게 주인이 문을 열면, 그곳엔 '바다'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건 물고기가 아니라, 바다잖아요...'라고 말하려고 하지만, 몸이 바닷 속으로 풍덩 빠지고 있어서 아무 얘기도 못하고, 꼴깍 꼴깍 어푸 어푸 하면서 심해 속 황홀경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순수하게 보컬적인 측면으로만 말하자면 그쯤 된다. 

(2015년에 추가하는 한마디: 보컬 이야기를 이렇게 짧고 심플하게 해버리고, 극 내용 이야기에 더 치충하다니... 정말 대단한 극이었던 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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