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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일 JCS 서울: 유일한 것 - 마이클 리
2015-05-13 , Wednesday

[작성일: 2013.6.3]

*태초에 마이클 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아, 정신이 혼미해서 헛소리가 나오려 한다. 그리고 '지저스 크라이스 슈퍼스타'의 태초에, 마이클 리가 있었던 것도 아닐테다. 마흔살. 한국계 미국 교포. 스탠포드 의대생이었다가 뮤지컬로 방향 전환을 한 이력의 인물. 별 의미없는 얘기들인데, 일단은 그냥 써보는 거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지만 조금만 방향을 틀어보면 거기엔 늘 딜레마가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국계이기 때문에, 그는 미국의 그 드넓은 음악 시장에서 뮤지컬 배우로 존재하면서도, 주역 배우를 할 기회에 제한을 받는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는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한다. '한다'와 '하지 못한다' 사이에서 아마도 '하지 못한다'에 거의 가까웠던 상태이나,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 또 왠만큼의 일상 대화도 가능해서, 인터뷰나 방송에서도 한국말로도 얘기하는 걸 본 적이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언어 자체의 아름다움'을 연기로, 노래로 구현해야하는 배우인 만큼, 일단은 한국에서의 배우 활동에도 제약이 존재하는 셈이다.

*역시 길게 얘기하고 있지만, 이 또한 별 의미가 없다. 그냥 써보는 것이다. 문제는 - 지난 글에서 얘기한 무서운 현상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다.

*첫날 공연은 2막 처음부터 울기 시작했는데, 그 다음날인 1일 공연은 그냥 보았다. 감동은 여전했지만, 첫 관람 때와 같은 충격은 사라진 상황. 내가 공연을 보면서, 좀처럼 울지 않는 사람인지라 - 사실 첫날만큼 울어본 적은, 이제껏 그 어떤 공연을 보면서도 없었던 듯 하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안에 차 있는 눈물이 다시금 올라운 순간이 있다. 바로 마지막 장면. 예수가 '다 이루었다'라고 말하는 장면. 눈물이 배어나온 것은 - 이날 공연을 보면서 내내 안에 있던 눈물이 나온 것뿐이라 별로 안 놀라웠는데, 내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 아니, 이거 왜 이렇게 글이 또 간증 분위기로 가나 모르겠다... 뭐, 어쩔 수 있나. 주인공의 특성상.

*깨달음:

저 예수는, '다 이루었다'라고 말하는 순간, 정말로 큰 안도감을 느꼈겠구나...하는 것이었다.

그건 마치 - 이런 거다. 아주 착한 아이가 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과제물이 적힌 종이쪽지를 나눠준다. 그런데 이 착한 아이의 과제물 종이 위에, '사랑받되 진정으로 이해받지 못할 것, 세상의 어떤 권능도 외면할 것, 가장 친한 친구에게 부인당하고, 배신당할 것, 두들겨맞고 조롱당할 것, 채찍질당할 것, 십자가에 매달려 죽을 것'이 '과제물'로 써 있는 것이다. 그걸,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완수할 것.

아이는 고개를 들어 묻는다. '왜요?' 아이의 눈에는 벌써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세상에서 가장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니까 그가 선발된 것이었다. '왜죠?'라고 묻는 아이에게 미지의 어둠 너머 존재하는 교장 선생님은 그저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그냥 과제물 종이를 던져버리고, 신나게 여름방학을 놀러 나가도 그만이다. 그러나 아이는 그 종이를 버리지 못한다. 스스로 답을 찾으려고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어느 순간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것에 대해서 도무지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자신 말고는 그것을 아무도 하려들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이 감당해야하는 것들이 두려워 묻고 묻고 또 묻는다. 역시 아무런 대답도 없다. 그러나 그 순간 어딘가에서, 그는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것이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누군가가 명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그 과제물이 자신의 내면 속 가장 신성하고 엄혹한 의지가 '예언'이라는 이름으로, 여름방학 과제물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에게 내밀어진 것 또한 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그 밖에는 수행할 수 없는 과제이고, 다른 누구에게도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신성'은 그렇게 해서 자신에게 존재한다. 누구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누구도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고, 누구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감내하는 자신에게.

아이는 '과제물'을 수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과제가 수행되기 시작하고 시련이 이어지고, 그는 비와 폭풍우와 천둥 번개가 치는 황야를 걸어갈 수 밖에 없는 여행자가 된다. 아니, 아이는 여러개의 방을 돌며 체력검사를 받는 학생과 같다. 하나의 방을 돌고나서, '자, 다음 채찍 방으로 가세요'라고 안내자가 알려준다. 채찍을 맞고나면, 옆에서 누군가가 '자, 다음 방은 십자가 방입니다'라고 속삭여준다. 그리고 긴긴 여행 끝. 모든 번민과 질문의 끝. 모든 육체적 고통의 끝. 생의 끝. 그리고 동시에 죽음의 끝이 왔다. 그는 이루었다. 아이는 여름방학 과제물을 수행한 것이다. '아 다 했다'라고 얘기하는 아이처럼, 십자가 위의 예수는 이야기한다. '다 이루었다'  - 다 이루었다. 이제 그들은, 인간이라는 동물은 이제 다시는 이전과 같은 삶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빵만으로는 그들의 허기가 달래어지지 않는 존재가 될 것이다. 가장 부유한 부자가 갑자기 모든 것을 내던지고 거리에서 걸인들과 춤을 추는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가장 가난한 자가 자긍심에 턱을 내밀고, 세상의 가장 힘센 지배자들과 겨루는 일 또한 '불가능하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신성한 성전에 아로새겨진 문구이든, 고속도로 광고판에서 번쩍거리는 문구이든, KT전화안내원이 인삿말로 하는 소리이든 - 이제, 너희는 세상의 어떤 가치 중에서도 오직 '사랑'을, 바로 '사랑'을 가장 최고의 것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위해,
'난 내 숙제를 다했습니다' - 아아, 힘들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이제 다 이루었으니, 참 다행이고 안심이네요... 난 참 많이 흔들렸고 힘들었는데 여기까지 다 왔으니 말이에요... 라고 아이가, 그가, 예수가, 마이클 리가 말한다.

*내가 이런 류의 감상을 좀처럼 받는 일이 아닐진대, 어떻게 이런 감상들이 명멸해가는지는 여전히 이상하다. 그것도 노래도 아니고, 대사를 - 그것도 한마디 대사를 들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걸 해내는 건 마이클 리다.
'왜'인지는 정말 모르겠다.

그런데, 그건 '노래'의 힘이나 '대사'의 힘은 아니다.
'연기'의 힘도 아니다. 그 모든 것과 연관이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이 바탕을 이루겠지만 그것 뿐만은 아니다.
이 부분만 해도, 그 전면적인 표현과는 거리가 있는 부분 아닌가.
그러면 도대체 무엇때문이냐고 누군가가 물어보고, 내가 꼭 대답을 해야 한다면 - 그건 '정신'이 아닐까.

최소한 그 대사를 할 때,
마이클 리가, '끝나고 나면 육계장 먹으러 가야지'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 거다. 많은 배우들이 안 그러겠지. 난 그런데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가끔 어떤 공연을 보면서는, '끝나고 나면 뭘 먹을지' 고민한다. 그러니 백에 한명은, 사실은 어쩌면 좀 더 많이 - 꼭 그게 육계장은 아니라고 해도, 무대에 선 쪽이라 해도 그들 정신의 돋보기 촛점이 바로 그것에 모여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마이클 리는 그러지는 않는 것 같았다.  육계장이라든가 고장난 핸드폰 같은 걸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보였다. 그렇다면,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있다면  그는 대사와 연기에 집중하고 있었겠지. 그렇다면, 그 순간의 그는 자신이 예수라고 믿고 있을 수 밖에 없는데 - 나 또한 그걸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에는.

그 순간에, 배우는 예수가 되었고, 그 순간에 나는 그 배우를 믿는 관객이 되었다. 마이클 리는 그걸 해낸 것이다. 자신이 그 순간 예수라는 것을 관객이 믿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예수의 말을 듣는 것처럼, 그의 대사를 듣는다.  

거듭 말하지만 간증은 아니고... 감상이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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