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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성균관 스캔들 제 10 화 - 사랑
2010-09-29 , Wednesday

*이번 회는 '본방 사수'를 못하고 뒤늦게 봤네요.

*할 얘기가 없으면 안 쓰면 되는데, 묘하게도 이 드라마는 보고나면 쓸 이야기가 늘 생기네요.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너무 엉뚱한 질문인가요? 10화의 뒷부분에서, 김윤희는 이선준에게 그의 아버지가 비리에 연루된 흔적이 짙게 배인 장부를 건네주며, '난 이선준을 믿어'라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말입니다. '재벌가에 대한 애증'입니다. 모든 드라마에 다 들어가 있습니다. '증'이 강조되자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은 '애'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우린 여주인공이 재벌가의 눈에 들기를 바라고, 재벌가에게 사랑을 받아, 재벌가에서 안착하기를 바랍니다.

물론 '신데렐라 스토리'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로맨스 소설의 가장 기본적인 코드입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남자와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의 결합 - 이 코드는 좀처럼 깨지질 않습니다. 사람들은 거듭 거듭 이 로맨스 코드를 비판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그 코드를 가장 잘 활용한 작품에 푸욱 빠집니다. (그리고 여기에 '시어머니'를 첨가하면, 한국 드라마는 '완성이오!')

그런데 이 둘의 결합에서, 재미난 것은 말입니다. '선이 이기는 것처럼' 위장해놓고, 사실은 '재벌가의 체제' 혹은 '권력자의 체제'가 굳건해진다는 겁니다. 개선은 되지만 혁명은 안 이루어집니다. '가난한 집안 출신' 며느리는 어머니를 감화 감동시킨후, 미래의 시어머니가 될 준비를 합니다. '어른 말씀'을 따르고, '집안의 질서를 존중'하고, '남편을 내조'하는 체제는 바뀌지 않습니다. 기업의 이익도 사수됩니다. 지배체제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걸 깨는 여자들은 문제있는 여자들이 됩니다.  딱 하나 탈출구가 있는데, 그건 '공항'입니다. 공항에서 해외로 출국하면 됩니다. 입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출국했다 입국한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체제에서 자유로운 듯 보입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면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다시 체제를 지키는데 힘쓰게 됩니다. 너무 아침 드라마 버전인가요? 그렇지만 아무리 조금씩 비틀고 변형을 가한다해도, 아직까지 이 틀이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그녀들의 사랑은 결국 - '희생'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희생으로 시작하고, 희생으로 전개되고, 희생으로 마무리됩니다. 시어른들이 나타나 협박만 하면, 모두 물러섭니다. '널 위해 나같은 건 사라져줄게'라고 합니다. 이건 굉장히 착해보이지만, 사실은 '선'이 '악'에게 굴복하는 겁니다. 그게 착한 겁니까?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자세인가요? 그것은 사실 그녀 또한 '돈'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믿는다는 반증입니다. '넌 돈으로 움직이는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아라'고 인사하면서, 그녀들은 남자를 보내줍니다. 돈이 아니라 가족 때문이라고요? 하지만 다 자란 성인 남자 아닙니까? 그럼 다시 말해서 "가족들에게 잡혀, 이성관계 하나 제 맘대로 결정못하면서, 그저 돈 많은 아버지, 어머니와 잘 살렴" - 이것이 그녀들의 사랑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랑을 관철시킨답시고, 일부러 떠나기도 하고, 출국도 하고, 불치병을 숨기기도 합니다.

*결국 그녀들은 사랑의 가치를 믿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상대에게도 그걸 강요하죠. 그녀들에게도, 상대에게도 사랑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또 용케 반전은 되죠. 그녀나 그 중의 한명이 기업의 이익에, 체제의 유지에 더욱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동시에 적대자들은 기업의 이익을 훼손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주인공들은 신망을 얻고, 용서를 받고, 그 다음에 결혼해서 잘 먹고 잘 살죠.

*이건 정말 지루한 공식입니다. 우리가 다 재벌가 사람도 아니고, 그게 뭐 그리 재미있는 일인가요.

*다시 돌아와서, 김윤희가 이선준에게 선택의 기회를 줄때, 그래서 낯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없는 집안의 여성'이 감히 '있는 집안의 남성'에게 그렇듯 당당하게, 그러나 그렇듯 상대를 신뢰하며, 그렇듯 새로운 가치를 굳게 믿으며 '선택의 기회'를 준 적이 없으니까요.

우린 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은연 중에 이선준은 더 잘난 처지이고, 김윤희는 뭐 하나 볼것 없는 처지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동정이었나?'라고 김윤희는 바로 우리 시청자에게 물어야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김윤희가 이선준에게 '선택의 기회를 하사'할 때, 감히 '없는 것'이 있는 집 자식에게 '선택을 하라 마라 하는 상황'에 대한 희미한 이질감이 들지 않으셨나요? 어디 감히 없는 집 처자가, 노론의 영수 좌상대감 댁 외아들에게 '가문의 이익을 배반하라 마라'라는 부담감을 안겨주나 하는 희미한 저항감이 안 드셨나요? 심지어 저같이 반골 기질 성향을 가진 시청자조차 뜨끔했으니까요. 이건 그러니까 정말 흔치 않은 상황이었던 겁니다.

*그러나,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건 정말 좋은 사랑인지도 모릅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 오늘 화를 보노라니, 서로를 믿는 것, 그리고 그렇게 서로를 믿고 함께 선택을 해나가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싶었습니다(그러면서 동시에 상대의 입술에 마음도 설레어야겠지요).

*이런 인생 설교를 드라마에서 받아들이고 곱씹고 이러진 않는데, 이 드라마는 작가와 연출진, 젊은 배우들이 힘을 합쳐서, 이런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자고 설득시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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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stnsdl님의 댓글  2010.09.29    
언제나 리뷰를 읽으면서 느끼는것지만, 참 읽는이로 하여금 같이 생각하고 공감하게하는 깊이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왔더니 아이디와 비번이 맞지않아 결국 다시 가입(호랑나비로)하고는 댓글을 달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지금 들어오면서 무의식중에 그전 아이디로 들어왔는데, 아 글쎄 비번을 무엇으로 하고 들어왔는지 생각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럴수가 하면서 얼른 댓글 달고 있습니다. 다음부터 또 눈팅만 여심히 해야할지도 모르는 안타까운 상태입니다.



피파니아님의 댓글  2010.09.29    
ahstnsdl님/새로 가입하신 분들은, 적당한 시점에 레벨 변경을 일괄해서 해드립니다. 새 아이디 레벨을 확인해보시길. 이 내용은 공지에 추가되었습니다.



ahstnsdl님의 댓글  2010.09.29    
감사합니다.



latea님의 댓글  2010.09.30    
저는 윤식이 선준에게 장부를 건네며 선택의 기회를 준 것도 뜨끔했지만 무엇보다 선준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을 믿는다는 말에 한동안 멍했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네가 다르게 행동하면 그것이 옳은 거라고 생각해' 이 말은 힘 없는 자가 힘 있는 자에게 무기력하게 끌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믿음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사랑' 그 자체는 오히려 쉬운 일일지 모릅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이 다르니까요. 호기심에 만나는 것도 누구에게는 사랑이고, 맘 졸이며 애태워 바라보는 것 또한 누군가에게 사랑일 것이고, 짧은 만남도 사랑이고, 오랜 인연도 사랑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말로는 믿어 라고 하면서 마음 한 켠이 불안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 불안을 상대방을 '걱정'하는 것으로 합리화시킬 떄도 많습니다. 꼭 오랜 시간을 만나야 믿음이 쌓이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선준과 윤식 그리고 걸오처럼 말이죠. (여림은 잠깐 제껴둬야 할듯.. 이 사람은 정말 이런 가치에 구속되는 인물이 아닌 듯합니다. 그래도 믿게 되는 이 마음은 뭐죠??↗↗) 믿는다는 것은 용기있는 일입니다. 이번 화에서는 정말 가슴이 먹먹하고(이 드라마 볼때마다 항상 가슴이 벅차고 먹먹하네요..) 한편으로는 서글프더군요. 저는 여태껏 누구를 믿어왔을까요? 제 자신조차 제대로 믿지 못하는데 말입니다.
동방신기가 개인활동을 시작했을 떄 분명 잘 할 거라 믿었는데 마음 한 켠엔 '걱정'을 가장한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깨끗이 없애버린 그들에게 미안할 정도로요.

정말 믿음이 필요한 때이고 정말 온 마음으로 믿어야할 때입니다. 누구든 자신이 믿고 싶은 사람을. 저는 정말 믿음이 사랑보다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 이선준처럼 김윤식처럼 또는 걸오처럼 '말도 안되게' 믿고 싶고 믿음을 받고 싶으네요...^^



box님의 댓글  2010.09.30    
윤희와 선준의 '사랑'만 떼고 본다면 네_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좋지요.
하지만 연출진의 꼼꼼치 못함은 그에 대한 설득력을 좀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9화까지의 선준은 그가 말한대로 '처음이니' 서툴고 어눌하긴 했지만 윤희에 대한 자신의 믿음엔 흔들림이 없었어요. 그것이 그녀 능력에 대한 것인든, 인간성에 대한 것인든간.
하지만 윤희는 달랐어요. 그녀는 '있는 자'인 선준에 대한 '없는 자'로서의 막말도 서슴치 않았고, 10화의 그 '중요씬'이 있기 전까지는 믿음 조차 별반 내비치는 모습이 없었지요.
그간 선준이 그녀에게 보여준 그 믿음직할 만한.행동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여겨줬더라면
자신의 출책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함께 고민해주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일 것임을 그녀 자신도 모르진 않았을터인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나를 의심하는 것이냐, 그러려면 필요없다'라고 모질게 말하는 장면에선 정말 뜨악-했네요. 많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그를 마음 속 정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씬도 있었던 상황에서 그런 말을 그처럼 아무렇지 않게 덧붙이는 씬을 넣다니. 연출진은 윤희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쉽게 '말'로 풀려했던 것인지 10화를 보면서 참 답답했었습니다.
[김윤희가 이선준에게 '선택의 기회를 하사'할 때, 감히 '없는 것'이 있는 집 자식에게 '선택을 하라 마라 하는 상황'에 대한 희미한 이질감이 들지 않으셨나요?]
- 때문에 그 장면에 이질감이 들었던 것이 아니라 그런 행동을 하는 윤희의 진심이라는 것을 전달하면서 '나보다 너를 더 믿는다'라는 말이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에요.
윤희가 그랬었던가? 보던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게 했던 저 대사.
10화에서 '나는 나보다 너를 더 믿는다'라는 윤희의 말이 진정 선준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그 감동이 커다란 파도처럼 전이될 수 도 있었는데 안타까운 심정듭니다.

이 드라마는 시놉이 공개되었고, 그렇지 않았더라도 이미 결말은 모두다 예상하고 있던 드라마입니다.
선준과 윤희는 학우로서의 우정을 넘고 그 깊은 믿음을 채우면서 사랑을 깨닫게 되겠지요.
연출진이 여러 사건을 유기적으로 엮고 풀어내는 것도 일일테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여러 인물들간의 감정선을 제대로, 그리고 친절하고도 디테일하게 풀어주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저 드라마를 아끼는 시청자인 까닭에, 이들은 지금 이정도면 어느 정도 믿음일게야, 이정도면 이만큼은 생각하고 있는 사이 정도겠지..라고 매끄럽지 못한 연결선을 볼 때마다 좋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또 이해하며만 보는 수고도 '계속하면 습관이 됩니다'(이를 바라시는 건 아니시지 않습니까.- _-)
정말이지 어제처럼 그 멋진 장면을_ 그 아까운 대사를 그렇게 버려지게 하고 싶진 않아요.

수년만에 드라마를 다 챙겨봅니다.
첫 까닭은 분명 유천씨 때문이지만 그 두번째 까닭은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 한구석에 늘 품어둔 개인적인 희원이 극화되는 것을 보는게 상당히 즐겁게 때문입니다.
'훌륭한 드라마'도 좋고 '대박난 드라마'도 좋지만, 전 그냥 '좋은 드라마'로 이 작품이 기억되길 바랍니다. 그러니 그 좋은 드라마 안에서 '참 좋은 사람들'도 그들이 가진 감정을 아낌없이 나누고 나눠주는 모습을 예쁘고도 아름답게 그리고 무리 없이 공감되도록 그려주시길.



espresso님의 댓글  2010.10.02    
윤희가 선준이 한테 널 믿으니 니가 옳다고 생각하는데로 하라며 장부를 건내주는 장면은 아마 지금까지 성스에서 둘의 마음이 가장 진하게 표현된 장면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남자, 여자, 당파, 떠나서 사람대 사람으로 너를 믿는다, 그 마음을 가진 이도, 받는 이도 얼마나 감동스러울까요. 피파니아에서 해석한것처럼 뭔가 성별에서나 신분 계급차이로 뒷받침되는 균형을 깬것도 중요한 해석이고 공감합니다. 그런데 저에게 더 가깝게 다가온 것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가질 수 있는 절대적인 신뢰였어요. 보면, 윤희가 점점 선준에 대한 마음을 자각하고 힘들어 하기 시작하는것 같은데, 이 로맨스적인 사랑이야기도 앞으로 굉장히 지켜볼만 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윤희야 본인이 여자이고 하니까 선준을 사랑하는 마음이 힘들지언정 어색하거나 '비정상' 적이라고 느낄 필요가 없겠지만 원칙주의자 선준이 '윤식' 을 향해 가질 감정들을 어떻게 대처해나갈것인가 하는것도, 성스가 뭔가 '다른' 드라마가 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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