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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조승우 & 어느 동영상의 기억
2010-10-26 , Tuesday

1

*조승우가 23일 전역했습니다. 그는 그간 서울지방경찰청 호루라기 연극단에서 복무했지요.

*오자마자 연습실로 끌려가(농담이에요) 11월 30일 막을 올리는 '지킬앤하이드'의 주역으로 무대에 설 준비를 합니다.

*오늘 그 '지킬앤하이드'의 1차 티켓이 오픈되었네요.

*그리고 이미 조승우 출연분의 지킬앤하이드 티켓은 없습니다. 취소표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시기가 연말과 맞물렸으니, 그리고 극장이 1천석 조금 넘는 규모의 샤롯데 시어터이니 별로 없을 듯 합니다. 아마 손이 바뀌면서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표들 뿐일 겁니다.

*주변의 뮤지컬 팬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전 뮤지컬의 열성팬은 아니지만, 유일하게 열심히 챙겨보는 뮤지컬이 '조승우의 무대'입니다. 이제는 시아준수도 추가되었지만, 그건 좀 다른 차원의 문제죠. 시아준수의 무대를 보는 것은 '대중음악팬으로서의 확장'이었고, 조승우를 보는 것은 '순 뮤지컬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시아준수가 기대 이상의 작품적 완성도까지 추동해내어버리는 통에 결과적으로는 아주 다른 것도 아니게 되었습니다만.

*조승우의 무대를 보면서도, 전 여전히 '보컬 팬'의 입장이라, 그의 '눈부시고 정교하며 화려하고 심오한' 연기를 딱 받아들여야할 만큼만 받아들이고, 나머지 힘으로는 전력을 다해서 그의 노래를 듣습니다. 그러니까 그의 일부분만 감상하는 겁니다. 제가 연기까지 감상하는 팬이었다면, 정말 조승우는 '난적'이었을 겁니다.

*조승우든, 시아준수든 - 공통점은 '티켓파워'입니다. 역시 여기서도 그 양상은 좀 차이가 나지만, 어쨌든 두 사람 다 티켓파워는 최강입니다. 양적으로야 시아준수의 티켓파워는 뮤지컬, 가요 분야를 통틀어 최강급이겠지만, 뮤지컬계 내에서의, 그리고 이제는 뮤지컬을 사랑하는 일반대중들 사이에서의 조승우 티켓 파워도 정말로 강고합니다. 특히 한정된 규모의 뮤지컬 공연만을 하는 조승우의 경우가, 어쩌면 더 티켓을 구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예전에도 조승우와 동방신기의 티켓파워에 관한 글을 올렸는데, 또 오랫만에 비슷한 이야기를 언급하게 되는군요. 그런데 이건 아마도 꽤 오래 계속될 겁니다.

*언젠가 운좋게 맨앞줄 오케스트라 피트석에서, '지킬앤하이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음악을 못 듣겠더군요. 제 눈앞에서 연기하는 그 사람은, 정말이지 중세의 고뇌하는 의사 지킬이고, 그 광적인 분신 하이드 같아서 말입니다. 하이라이트가 다른 배우에게 가 있을 때도, 그는 계속 연기를 하는데, 그 연기의 면면이 너무나 뛰어나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로선 앞에서 보는 것은 좀 싫을 정도였습니다. 그가 이끌어가는 극적 흐름에 완전히 청중인 제가 압도되어버리니, 이건 뭐 음악만 따로 떼내어 들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음악을 듣기에는 '뒷좌석'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 느낌을 조금쯤 느껴볼 수 있는 동영상 클립을 소개합니다. 이건 좀 오래된 것이고, 또 잘 알려진 것이긴 한데, 아직 그의 무대를 접하지 못하신 분들에게는 매우 재미있으실 겁니다.


2

*바로 2004년 7월 30일 방영된 EBS 스페이스 공감의 '지킬앤하이드' 무대입니다. 조승우와, 최정원, 김소현, 소냐가 함께 출연해 대표 넘버를 몇곡 부른 방송입니다. 제가 조승우를 처음 접한 것이 바로 이 방송. 시청을 한 건 아니고, 인터넷에서 누가 올려놓은 동영상을 보았네요.

*당시 조승우는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배우였습니다. 이유? 없습니다. 그는 신인에 가까웠으니, 좋아하지 않는다라기보다는 관심이 없었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애시당초 연기자들 쪽으로는 별 관심이 없으니까요). 그가 뮤지컬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흥미가 커지진 않습니다. 몇차례 얘기했듯 전, '보컬리스트의 산실'로서만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전까진 우리나라 뮤지컬 배우들 중에서 딱히 제 귀를 끄는 보컬을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대부분 가요 베이스에서, 조금 고전적으로 확장한 보컬들이었는데 - 제 취향은 '팝 베이스'니까요.

*어딘가에서 동영상 제목을 보고, 그래도 '저 배우가 노래를 좀 하나보네' 하는 생각에 무심결에 클릭. 그것은 'This is the moment' 무대였습니다. 노래가 시작되고 1초, 2초, 아니 3초였을까요? 정확히 말하자면 첫 소절인 '지금 이순간~'이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저 사람의 무대를 보러 지금 당장 가야겠다'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말입니다. 세상에, 저런 사람이 드디어! 등장했구나 하고 심장이 떨려오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보컬리스트란 꼭 고음의 절정부를 불러야만 그 힘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묵직한 힘에 뒤에 버티고 있으면, 첫 음을 쏘아내는 깊이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의 소리에 실려있는 것들을 처음 접하고는 정말이지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문제는 3초 뿐이 아니었습니다. 희귀한 3초였지만, 30초 정도 보면 배반당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죠. 그렇지만 전 신기하게도,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3초간의 놀라움'이 배반당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런 직관적인 놀라움을 준 보컬리스트는 10명도 안됩니다. 어떤 배경지식도 없이 들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때론 오히려 반감이나 무관심만 가지고 들은 경우도 절반쯤 됩니다. 그런데 '3초'만에 저를 경악시킨 그들은 모두 30초에서도, 3분에서도, 3시간에서도, 그리고 저보다 앞선 세대의 사람을 뒤늦게 발견한 경우엔 30년간을 절 감동시켰습니다.

그 3초들의 기억은 너무 강렬해서 조금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전 지금도 그 게시판의 그 게시물이 기억납니다. 그해 그 여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두 기억이 희미한데, 그 게시물의 이미지는 생생합니다. 저의 심드렁한 마음까지도 어제일처럼 기억납니다.

조승우의 경우도 어김없이, 그 3초는 This is the moment 전체의 감동으로 이어졌고, 같은 무대에서 최정원과 함께 불렀던 Dangerous Game에서 더더욱 큰 놀라움으로 이어졌고, 같은 무대 앞순서에서 김소현과 함께 부르는 Take me as I am에서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달려갔던 지킬앤하이드의 그해 공연은 그야말로 벅찬 감동의 대서사시였습니다.

무대 장악력은 처음부터 놀라웠고, 연기 몰입도는 경이적이었으며, 보컬은 원래 좋았지만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스로와의 전투'적 자세 위에서 나날이 강고해져갔습니다. 그 뒤에 이어진 헤드윅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지못하는 '조승우만의 결정판'을 보여주었습니다. 소극장 무대의 렌트도 좋았고, LG아트센터의 '맨오브라만차'에서 그가 보여준 새로운 모습도 감동적이기 이를데없었지요.

무엇보다, 자신의 무대 커리어를 만들어나가는 그의 자세란, 완벽주의자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요소는 저에겐 어차피 부차적. 제겐 물론 그의 '보컬'이 가장 중요합니다. 순수하게 그 '보컬'만을 이야기하자면, 시아준수와도 함께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소리가 가진 기본베이스의 지점과 방향은 현격히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가요적 베이스와는 다른, '(넓은 의미의) 팝적 베이스' 위에서 노래를 하는 보컬리스트이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 모두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음악 자체를 통해서도 새로운 반열의 성취를 이루는 것은 절대로 우연이 아닙니다. 이 두 사람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발전선상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내적 구조를 지닌 소리를 내기 시작한 보컬리스트였기 때문입니다. 그들 이전에 이후에, 그와 비슷한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은 그 소리의 변화가 '전면적'이고, '총체적'입니다. 소리를 이끌어내는 감성의 표현과 힘의 구사 방식까지 그렇습니다.

그 '혁신'이 그대로 '티켓 파워'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정말 신기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과학'만큼이나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거기에는 더할나위없이 매력적인 두 사람의 스타성이 각각 힘을 보태긴 할겁니다. 제 눈에 조승우의 매력이 들어온건 그 마법의 3초 이후긴 하지만, 그건 워낙 제가 둔감해서일테고, 실제로도 분명히 그는 매력적인 인물이지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복 터졌어요. 보기드문 재능과 성실성, 매력을 모두 갖춘 스타들이 이렇듯 동시대에 존재하니 말입니다.


3

*이 무대를 찾아보실 분들은 Dangerous Game도 빼놓지 마시길. 이 배우가 얼마나 일순간에 자신을 바꿔버리는지를 생생하게 눈앞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곡을 시작하기 전, 조승우가 몇마디를 합니다. "하이드로 변해서 루시와 '굉장히 성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노래를 할 겁니다. 너무 거부스럽게(?) 생각하지 마시고, 이게 방송용이 안될 것 같아서...될 수 있는 한 적은 터치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라고 시골의 나이지긋한 아저씨같은 말투로 천천히 얘기합니다.

사람좋은 웃음을 띠며, 약간은 숫기없는 청년같이 말하는 모습이 순박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루시 최정원이 등장하고, 그가 마지막으로 그날 수고한 밴드를 소개하고, 바로 노래가 시작합니다. 반주의 첫음이 '띵~'하고 울린 순간 - 돌변하는 조승우의 표정을 보세요. 아아.

*조승우가 농담삼아 야하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두 사람의 노래와 연기는 하나도 야하진 않습니다. 그냥 조승우가 루시 최정원의 팔과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조승우는 이것을 '비방용'이라고 말합니다. 그건 지금 생각해보니, 조승우가 비방용의 감성을 자신 속에 가득 채운 상태에서 노래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실제로, 조승우의 눈빛과 표정, 연기에 집중해 보면, 정말로 '에로틱'합니다. 그냥 눈빛만 봐도 그렇습니다.

*여기서는, 그의 연기가 가진 본질적 감성적 베이스가 어떻게 기존 뮤지컬 배우들과 다른지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건 좀 복잡할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아마 이번 지킬앤하이드 공연을 보면서 더 언급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11월 30일이 그의 지킬앤하이드 첫공입니다. 이 글을 맺기 전, 기사를 통해 그가 80회 출연한다는 소식이 나왔네요. 워낙 에너지를 많이 투여해서 공연을 하다보니, 예전에는 공연 기간 동안 그의 무대에는 종종 기복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번 공연은 체력적 면에서도, 또 그가 어떤 새로운 해석으로 작품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에서도, 또 하나의 도전이 되는 셈입니다.

유례없는 장기 공연이니 그의 지킬앤하이드를 이제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기회도 되겠네요.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조승우의 길고 긴 복귀 첫 여정이 또 다시 새로운 멋진 성취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정말 많이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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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소개한 무대에서 김소현 엠마와의 Take me as I am도 빼놓지 마시길. 결국 다 보시라는 얘기 되겠습니다. ^ ^

*가장 최근, 군복무를 하면서 더욱 더 강력해진 조승우의 무대를 보고 싶다면, 2009년 10월 11일 방영된 경찰의 날 특집 KBS 열린 음악회 무대를 보시면 됩니다. 그 무대는 저희 글에서도 소개했었네요.

*이 글을 써둔 다음에, 조승우의 출연료 기사와 관련한 떠들썩한 소동이 있었네요. 시아준수까지 회자되면서 더 떠들썩한 소동이 되었고요. 뭐 그런건 그야말로 재미난 '소동'이지요. 누가 뭐라해도, 출연료는 공급과 수요가 결정하는 문제입니다. 죄인은 없습니다. 필요하니까 주는 것이고, 받을만하니까 받는 겁니다. 뮤지컬 제작사의 멱살을 잡고, '그에게 얼마를 주라'고 요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작사가 필요하고 원하고 합당하다고 생각하니 주는 것이고, 그만한 결과를 낳으니까, 계속 그러한 대우를 받는 겁니다. 이건 순수하게 경제적인 문제지요.

그런데 이런 논란이 일어날 때 이해할 수 없는 점은 - 특히 조승우와 관련해서, 일부 사람들이, 그가 마치 '스타이기 때문에' 역량보다 과대포장된 보수를 받는 듯 오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가 어쨌든 영화배우로 커리어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렇게 오인받을 소지야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런 기계적인 오해가 이렇게나 오래 갈 이유는 없죠.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 오히려 뮤지컬 배우 조승우에 대한 평가는 제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무대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떠드는 사람들'이 또 다시 보여서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건 '오해'도 아닙니다. '무지'이고 '게으름'이죠.

제가 본 무대 위의 그는, 출발 당시에도 그랬고, 중도에도 그랬고 기존의 우리나라 뮤지컬 배우들과는 한차원 다른 무언가를 보여준 사람입니다. 이건 조승우를 위해서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그는 이미 티켓구매력이 있는 뮤지컬 관람객들에게 가장 높은 인정을 받고 있는 행복한 뮤지컬 스타인데 뭐가 더 필요하나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자꾸만 상황 판단을 잘못 하면, 그게 도대체 뮤지컬계의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됩니까. 조승우가 몇년전 처음 화제를 모으던 당시에도, 대놓고 그의 역량을 폄하하는 사람들이나 미디어의 시각이 상당히 의아했었는데, 어떻게 아직까지 그러나요. 눈에 빤히 보이는 그의 놀라운 힘과 역량이 안 보이는 걸까요.

티켓파워만 보면, 소위 '일반관객'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인데, 그걸 오히려 뮤지컬을 좀 더 알고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 중의 일부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내 취향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거야 얼마든지 가능합니다만 그가 그저 '영화배우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의 수혜자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 아직도 가능하다는 사실은, 정말 기괴한 일입니다. 전 조승우의 출연료보다(그는 더 큰 극장에서 더 많은 출연료를 충분히 받아도 될 배우입니다) 그게 더 신기합니다.

우리나라는 신기하게도 새로운 현상의 인지 속도가 '일반관객'들이 제일 빠른 겁니다. 그건 시아준수도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그런데 뭐, 그럼 된거죠. 표를 사서 공연을 보는 일반관객들이 인정하면 됐죠. 더 이상 뭐가 필요합니까. 단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업계도, 미디어도 최소한 그런 일반 관객들의 평가와 인식을 겸허하게 존중하고 배우는 자세부터 가지길 바랍니다.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제 돈 내어 공연 보러가는 청중들의 안목은 그렇게 만만한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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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리자님의 댓글  2010.11.08    
좋은 글 감사합니다. 조승우씨의 노래에 대해선 잘 몰랐는데 들어봐야겠네요.^^ 그런데 ebs홈페이지에는 7월 24일 방송으로 나와있습니다.



mmmmb님의 댓글  2010.11.09    
위에서 언급하신 2009년 10월 11일 방영된 경찰의 날 특집 KBS 열린 음악회 무대에 대한 피파니아 글은 어느 순간 찾을 수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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