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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JYJ 콘서트 - 역시 2회로는 부족하군요
2010-12-24 , Friday

[공연 직후 바로 쓰기 시작했던 감상기인데, 다른 글과 함께 오픈하려다보니 좀 늦어졌습니다. 시점이 혼재되어 있으나 따로 수정하지 않았으니 이점 양해해주시길. 호칭도 혼용했습니다]


1

*이 사람들과 관련한 저희의 관람기를 지켜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가장 재미있는(혹은 저희가 가장 재미있게 보는) '극적 흐름'은 사실 한 공연 내에서 일어나는게 아니라, '한 공연'과 '그 다음 공연' - 즉, 매회 공연간에 일어나는 극적 흐름이죠.

*그러니 한회의 공연에서 외부적인 요소든, 내부적인 요소든 문제가 발생하거나 뭔가 충돌했을 때에는 - 반드시 그 다음 공연을 봐야합니다. 최소한 위와 같은 감상관을 가진 저희에겐 그렇죠. 그러니까, 어제 공연을 보면서 그 고생을 했는데도, '내일은 핫팩을 10개 준비해야겠다'라고 생각했을뿐, 다음 공연을 안 볼 생각은 꿈에도 못했네요.

*그런데 그렇게 다음 공연을 볼 생각을 하면서도, 또 이제껏 이들이 숱하게 흐름을 바꿔 이루는 공연에서의 성취를 목격했으면서도, 뭔가 나아질 거란 예상은 '또' 안합니다. 지난번 글에 남겼듯이, '어떤 뮤지션이 더 나아진 무대를 선보이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음악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건 단기간에는 안 기대하는게 맞는 겁니다.

*또 나아질게 뭐가 있나요? '추위'가 가장 문제였고, '진행'이 두번째 문제였을뿐, 이 팀은 어제도 대단히 노래는 잘 했습니다. 노래는 깔끔하고 무사하게, 풀 스케일로 다 불렀습니다. 추위 때문에 함께 얼어가는 가운데에서도, 오히려 감탄할 만큼 잘했지요. 재중 말대로, 숨을 계속 크게 들이쉬고 내쉬려면 몸이 얼어갔을텐데 말입니다.


2


*둘째날엔 공연장 안팎의 많은 부분들에서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작 시간을 엄수했고 진행이 훨씬 깔끔해졌고, 어제보다 바람이 덜 불었지요. 여러모로 공연 전체가 훨씬 보기편한 구조 속에 놓여졌지요.

*이날의 제 자리는 3층석. 이전 '선준도령 팬분들에게 드린' 공연 관련글에서 말씀드렸듯이, 3층은 스케일 큰 공연의 또 다른 명당 자리입니다.

*3층에 앉으니, 아랫쪽으로 딱 40인치 TV같은 느낌의 시야 속에 무대와 관중석 전경이 다 담깁니다. 좋은 점은, 전체 조명의 구도가 입체적으로 다 잡히고, 멤버들의 동선을 목을 돌리지 않아도 그냥 볼 수 있는 거죠. 팬분들은 이런 건 별로 부러워하지 않으시겠지만, 전 아주 좋아하는 관람 방식입니다. TV중계를 보는 기분이죠.

*3층이라 음향은 들리는대로 듣자고 마음먹었는데, 음향이 좋던데요? 아주 잘 감상했습니다. 어제는 음향이 '중-상' 정도라고 생각했는데(그런데 사람들이 그동안 '최고 수준'라고 언급해온 잠실 주경기장 공연들을 제가 직접 관람했던 결과에 의하면 객관적으로는 어제도 이미 최상급이었죠. 다른 공연들보다 훨씬 더 나았으니까요), 오늘은 잠실주경기장치고는 정상급 음향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주경기장 음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단, 멤버들의 보컬을 조금만 더 앞으로 나오게 하는 섬세함이 아쉬웠지만, 잠실 주경기장에서 그걸 기대하는 정도가 되었다는 것만 해도 이미 '배가 부른' 상태의 요구인 거죠.

*그리고 역시 노래가 다르더군요. 언제부터였냐면 첫 곡부터 그랬습니다. 별로 기다릴 필요도 없었죠. 첫 곡에서 터져나오는 소릴 들으면서, 그제서야, '아 맞다 저 사람들은 초기에선 더더욱 한회 한회가 다른 공연자들이었지'하는 사실을, 백번째 또 새롭게 상기해냈습니다.

*특히나 믹키유천의 '취중진담'이 갑자기 더 좋아질 것 같지는 않았는데 말입니다. 이 날은 확 좋던데요. '그래'라는 첫 소절부터 바로 그랬습니다. 전날보다 그는 더 힘을 뺐지요. 어쨌든, 첫 소절이 흘러나오는 순간 귀를 기울이다가, 잠시 후엔, 하늘을 봤네요. 맞은 편 주경기장 지붕 너머로 저 멀리 삼성역 주변의 마천루들이 줄지어 서 있고, 밤하늘은 회색빛이었습니다. 눈이 언뜻 보이길래, 효과인 줄 알았는데, 그게 진짜 눈이었습니다. 좋던데요. 김동률의 '취중진담'을 듣던 젊은 시절의 생각을 했습니다.

믹키유천은 '기억의 습작'을 부를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거의 '모창'이라고도 할 수 있을만큼, 김동률의 창법을 상당부분 가져옵니다. 그게 무척 재미있습니다. 그는 가장 그럴 것 같지 않은 인물인데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요. 그런데 '기억의 습작'과 '취중진담'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김동률적인 창법이기도 하지요. 그 두곡에 한해서라면, 그걸 가져오는 건 아주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요일의 '취중진담'에선, 믹키유천 스스로의 감성이 김동률식 창법 속에 투과되듯 나타나더군요. 믹키유천의 로맨틱한 '아련함'이 김동률의 노회하면서도 회고적인 아련함과 중첩되면서 - 서로의 감상성을 중화시키다가 강화시키다 합니다. 아주 특이했죠.

예전의 믹키유천은 세걸음쯤 걷다가 점프를 하던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바로 한계단 올라가네요. 역시 그의 보컬력이 강해진 겁니다. '뒷심'이 좋아지기도 했으니까요.

*준수가, Too Love를 부를 때부터였을겁니다. 그리곤 I Can Soar로 노래가 이어지면서, 또한 다시 상기했습니다. '아 맞다, 저 사람은 체조경기장에서 4일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대에 서서 오케스트라와 전체 캐스팅을 리드해냈던 무서운 공연자였지'라고 말입니다. 그는 동방신기에서 '아스와 쿠루카라'와 Love In The Ice의 절정부를 부르던 사람이기도 했지요. 그리고 마침내 이런 것도 상기해냈습니다. '저 사람의 새로운 무대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우린 알래스카까지도 쫓아갈 준비가 되어있었지'라고 말입니다. 이런 사실을 우리는 '얼굴'이나 '이름'으로는 상기못합니다. 그러나 그가 무대 위에서 우뚝 서서, 소리를 밀어내기 시작하면, 그 소리들이 변화하고 파동치고 뻗어나가면 그제서야 늘 새롭게 떠올리죠.  

오늘의 I Can Soar는 어제와는 달리, Too Love 뒤에 나왔는데, 그 순서가 더 좋더군요. 이 곡이 좀 더 하일라이트니까요. 그리하여 이 공연들을 통해서, 이제 우리는 I Can Soar의 완성된 모습을 접했습니다. 이 곡은 이런 노래가 되려고, 세상에 나왔던 겁니다. 레코딩 버전에서 백킹 보컬로 깔렸던 부분이 라이브에서는 그가 직접 부르는 부분이 되어 앞으로 나오리란 것은 자명한 이치였지요. 일요일 공연이 전날과 특별히 더 달라진 건 없습니다. 그런데 긴장에서 좀 더 이완된, 새 무대의 공간 측정을 다 마친 그가 아주 미세하게 음색과 힘을 다르게 밀어내며 노래를 부릅니다. 늘 그러듯 말입니다. 그리고 우린, 우리가 이미 알던 사실을 다시 확인하죠.

*재중의 '너에겐 이별 나에겐 기다림'은 - 3층 관객들이 그만 앞부분 매소절마다 '김재중'을 연호하는 통에, 저도 잠시 주파수 조정을 해야했습니다. 제가 '김재중'이 되어, '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팬들이다'라고 세번 재빨리 주문을 외운 뒤에, 노래에 집중했습니다.

영웅재중은 락적인 힘을 가진 보컬리스트라고 저희가 늘 얘기하지만, 동시에 '치유계 음악술사'이기도 하지요. 치유계 보컬리스트란 참 애매하고 엄청나게 주관적인 정의입니다. 누구든, 자신이 사랑하는 보컬리스트에게서 '치유'의 힘을 느끼기 마련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힘이 더 강한 가수는 분명 존재합니다. 그건 감성적으로, 아주 많은 요소들을 품어안는 가수들에게서 잘 드러나죠. 엘라 피츠제럴드가 그렇고, 오다 카즈마사도 그렇고, 발라드를 부를 때의 사쿠라이 카즈토시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신혜성도 강력한 치유계 보컬리스트이고, 그리고 영웅재중도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이 노래에서는 영웅재중의 그 힘이 스며나옵니다. 어제의 통증같은 추위를 잊게 한 힘도 아마 비슷한 계열의 힘일 겁니다. 거기에 이 노래에서는, 그의 락적인 힘도 느낄 수 있는데다가, 곡 구조를 드라마틱하게 만들어나가는 힘도 느낄 수 있죠. 노래 자체가 엄청나게 강한 건 아니지만, 영웅재중이 가진 여러가지 힘들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겁니다. '정말 잘 부른다'라고 감탄하다가, 부드럽게 위무되었다가, 극적 조율에 감탄하다가, 소리에 깃든 힘들에 즐거워하다가, 다시 마음이 풀려서 아스라해지다가 그랬네요. 이럴 때에는 곡이 한 10분쯤 되었으면 싶죠.

*이들의 노래를 듣고나니, 3회와 4회 공연이 아쉬워지더군요. 이들이 언제나 피크를 찍곤 했던 그 지점에서의 무대를 볼 수 없어서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3

*신곡 이야기 조금. Mission Make It은 등짝에 '챠트 1위'라고 써붙인 노래죠. 누구에게든 그 힘이 분명하고 강해서 챠트 아래에서 어물거릴 여지를 주지 않는 노래입니다. 지금 당장 우리나라 가요 프로그램에 나와서 1위를 하고, 아시아 챠트 정상을 석권하고, 케이팝 계보를 잇는, 명실상부한 JYJ 대표 댄스넘버 제 1작이 될 노래입니다만, 이들의 화려한 무대와 행보가 방송엔 나오고 있지 못하니 어쩌겠습니까. 특히 이 노래를 통해서, 동방신기와는 또 다른 느낌의, JYJ적 보컬 앙상블이 최초로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낸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고보면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시아준수의 I Can Soar, Mission Make It, 낙엽의 세곡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가 뻗어나갈 수 있는 세가지 계열의 곡들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네요. 정신 없죠. 그만큼 그의 범역대가 넓은 겁니다. 재미난 건 '낙엽'이나 I Can Soar는 그가 조금 더 나이가 들었을 때에, 그의 작품 포트폴리오에 등장하지 않을까 싶었던 계열의 곡들인데, '벌써' 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신기하지만 듣는 이야 좋죠.

Mission Make It은 정말 근사한 댄스넘버입니다. 이 곡은 그가 이제껏 만들어왔던 댄스곡들인 My Page와 Xiahtic의 계보를 잇는 느낌이긴 한데, 거기서 한단계 더 나아갔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Intoxication 역시 이전보다 한단계 더 나아간 곡인데, 그 곡이 R&B적 힘을 바탕으로 뻗어나갔다면, 이 곡은 우리가 '케이팝'이라고 부르는 한국적 댄스곡 - 즉, 공격적인 일렉트로닉에 고추가루 한번 독하게 뿌린 느낌이 강한 곡이에요. 그런데 이런 곡들은 조금만 잘못하면, 상투성의 고랑에 빠질 수 있는데, Mission Make It은 그 고랑을 피해가서, 케이팝 댄스넘버로서 한단계를 점프해낸 느낌이랄까요. 세련되게 공격적이죠. '공격적'인 곡을 만들면, 덜 세련된 느낌이 되는 것이 상례이고, 세련되게 만들려면 덜 공격적으로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함정을 피해갔습니다. '센 곡'이에요. 그야말로 타이틀감인 곡이죠.

*문제는 나머지 세곡입니다. 두번째 등장했던 I.D.S(I Deal Scenario)와 네번째 등장했던 Pierrot, 그리고 아홉번째 곡인 Nine입니다. 이 곡들은 상당히 생경스럽죠. 가사도 난해하거나 거칠고, 스타일도 복잡하고, 진행방식도 불연속적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좀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고, 혹은 부분적으로 조야한 느낌까지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뭔가 이상하죠. 첫날 공연을 보고서는, 딱 거기까지만 느꼈습니다.

둘째날은, 훨씬 더 편하게 곡을 접수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이상한 느낌'이 남습니다. 잘 못 만들어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야 스스로 자신들의 음악 포토폴리오를 본격적으로 구상하는 이들이니, 잘 만든 곡도 있을 수 있고, 잘 만들지 못한 곡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러니 잘 못 만들거나 범용한 곡은 그냥 그러려니 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그 '이상한 느낌'이 절 자꾸만 끌어당깁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런 걸 좋아하기 때문이죠. 귀에 대번에 들어와서, 어떤 유형의 노래라고 인지가 바로 되어버리면 오히려 더 재미가 없는 겁니다. 저는 프로그램북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 이 곡들을 누가 만들었는지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일요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다가, 영웅재중이 트위터에서 '곡 이야기'를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그 설명을 가서 보았습니다(이렇듯 자신들의 음악 이야기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고, 우리가 들을 수 있다는 건 참 좋군요). 이게 전부 영웅재중의 곡이었군요. 그 이야기들을 보고나서 여러가지로 좀 놀랐습니다.

우선은, 이 곡들이 전부 영웅재중의 곡이라는 사실 자체에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Pierrot가 그랬습니다. Pierrot는 충격적일 정도로 직설적인 곡이지요. 그런데 가사는 직설적인데, 음악은 좀 엉뚱하게 경쾌합니다. 그래서 그 '직설적인 메시지'가 대단히 가볍게 전달되면서, 설득력을 가지기보다는, 듣는 이를 좀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어떤 청자들에게는 이러한 직접성과 단순명료함이 매력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데 영웅재중은, 이전에도 말했지만, 작곡가로서는 중층적인 구조의 음악을 만들어내던 사람입니다. 물론 곡수가 많지 않아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이건 영웅재중이 만들어내던 곡 스타일은 아닙니다. 신기하죠. 그런데 그가 이 곡이 원래 '피아노 반주의 R&B곡'이라고 소개한 글을 보는 순간, 머리를 한대 얻어맞는 기분이더군요. 그랬구나 싶었습니다. '댄스풍'으로 바꿨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원래는 R&B 버전인데, 지금보다는 느렸었나 봅니다. 그렇다면, 그 곡은 전혀 다른 곡이 되죠. 거기다 이 노래는 I.D.S와 합쳐진 하나의 곡이었다고 합니다. 그럼 더 더욱 다른 곡이 됩니다. 우리가 공연에서 봤던 것과는 전혀 다른 곡이 하나 도사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건 말이 될뿐 아니라, 사실 정말로 듣고 싶은데요.

그건 아마 구조가 크고 복잡하고, 꽤 어려운 곡이었을 겁니다. 우리가 9095와 9096에서 접했던 형식이죠. 전 당시 그 곡들을 듣고는, 상당히 놀랐습니다. 요즘 보기드문 프로그레시브적 감성의 곡을, 그가 만들어낸다는 사실에 말입니다.

('프로그레시브'란 말이 낯선 분들은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 편하게 설명하자면 서사적 구조가 강하고, 다소 분위기가 어둡고, 클래식 요소나 효과음과 같은 복잡한 사운드들이 많이 등장하는 음악입니다)(이건 제가 어렸을때 아주 각광받던 장르였는데, 요즘에는 많은 장르에 좀 더 소품적 형태로 퍼져있죠)(더 간단하게 말해서 그냥 가요나 팝같지 않은 좀 어려운 느낌의 음악인 겁니다)(뒤늦게 추가하는 내용인데, 최근 발매해 지금 현재 21세기 최고 팝음반의 하나로까지 평가받고 있는 칸예 웨스트의 음반에도 바로 이런 프로그레시브적 감성이 담겨져 화제가 되고 있네요)

제가 어느 시기에는 가장 좋아했던 음악 장르라, '세상에, 이 사람들이 이런 경향의 음악까지 해준다니...'라고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음악은, 일본의 정규 4집 The Secret Code 음반에서 아주 중요한 컨셉으로 수록되긴 했으나, '만개'된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그걸 '만개'시키는 건 아주 어려운 겁니다. 그렇게 되려면, 보통 음반 전체가 컨셉 음반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영웅재중의 그러한 특징은 오래전 '키스시타마마 사요나라'에서도 살짝 드러났었죠. 그때만 해도 상당히 감상적인 형태였습니다. 즉, 해당 곡을 음악적으로 쪼개어보자면 '감상성+실험성'으로 이루어진 곡이었죠. 전 그 곡에서의 '실험성'을 감상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위한 장치 정도로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영웅재중의 다음 작품은, 그 감상성을 잇는 것이 아니라(그건 또 그대로, '와쓰레나이데'에서 아주 순수한 형태로 이어나갔죠) '실험성' 자체만을 추출해서, 9095 와 9096으로 - 아예 대놓고 실험적인 형태로 만들어버렸던 겁니다.

중요한 건 그가 편곡까지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건 아주 중요하죠. 그런 장르, 혹은 그런 감성의 음악은 '일차적으로는' 자신이 다 해야합니다. 편곡자가 만져주면 손상되고 훼손되죠. 그건 통째로서만 의미를 가지는 곡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전 그 당시에도, 더 큰 9095와 9096을 상상했습니다. 그에게 시간만 있다면, 아이디어를 만개시킬 시간과 음악적 공간이 주어진다면, 과연 그의 전체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라고 말입니다. 완성도는 좋았습니다. 그 뒤엔, 분명 그가 얘기하고 싶은 무언가가 시커멓게 도사리고 있었고, 그걸 전체의 형태로 듣고 싶다고 생각했었네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I.D.S와 Pierrot가 하나로 이어지고, Pierrot가 원래대로의 피아노 R&B 버전인 그 곡이 무척 궁금합니다. 그건 상당히 길고 복잡하고, 필경 지금보다 더 난해할 것이고, 그러니 위험부담도 클테고, 그에게도 큰 도전이 될테지만 말입니다. 지금은 그것을 쪼개고 가볍게 만들어서 위험부담을 좀 덜어낸 형태로 우리에게 들려준 셈입니다. 그 시도도 괜찮았어요. 불과 하루가 지나니, 노래들이 꽤 힘있게 다가오더군요. 레코딩 버전을 듣게 되면, 그 힘을 보다 분명히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그가 충분히 곡을 다듬어 '됐다'라고 생각되면, 그 곡들의 원래 형태도 들을 수 있길 바랍니다. Scenario라는 단어가 이야기하듯, 그것은 분명히 꽤 큰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영웅재중의 - 그리고 다른 두 멤버의 - 솔로 앨범도 하루빨리 듣고 싶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JYJ를 더욱 음악적으로 풍성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아준수의 '낙엽'도 그렇고, 영웅재중의 작품들도 그렇고, 자신들의 작업물을 솔로적 해석과 그룹적 해석으로 나누어 보여줘도 재미있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아참, Nine의 설명도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이 노래는, 라이브 스케일을 좀 더 밀어붙이면, 원형보다 엄청나게 확장될 것 같던데요.


5

*콘서트 자체에 대해서는, 이제 JYJ와 관련 스탭들이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또 많은 개선과 보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번 콘서트는, 본격적인 의미에서는 아직  JYJ표 첫 콘서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JYJ라는 팀 자체가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있으니까요. 멤버들 역량이야 이미 일급이니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큰 즐거움이고, 그것을 음악팬들과 공유하는 것은 대환영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완성된 JYJ 브랜드 콘서트를 갖기위해선 더 나아가야 합니다. 공연은 여건을 감안하면 상당히 성공적이었습니다. 둘째날은 분명히 그랬죠. 청중들은 '추위'와 '진행면의 문제'들을 뺀다고 하면, 무척 즐겁고 알차게 콘서트를 즐겼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팀이 만들어낼 수 있는 '베스트'는 이것보다는 훨씬 더 위에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그리고 필경 본인들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를 위해, 이들의 공연을 오랫동안 보아온 팬으로서 몇가지 이야기와 바람을 덧붙이고 싶습니다만 그건 다음 글에서 바로 잇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공연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이토록 어려운 여건 속에서, 큰 사고 없이, 청중들과 가수가 즐겁게 어우러지는 막공 피날레까지 마쳤으니, 이들 스스로와 이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가 축하하고 기뻐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번 해온 이야기지만, 일단 '한다는 것'은 어렵고도 중요한 일입니다. JYJ 한국 공연을 '일단' 한 겁니다. 문제가 있다면 고치면 됩니다. 아쉬웠던 부분은 보완하면 되죠. 이제부턴 그 재미난 과정을 시작할 수 있는 겁니다.

전 JYJ나 그들의 스탭들이, '처음부터 잘하는 것'보다 모니터하고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잘해내기를 정말로 바랍니다. 워낙 포테셜이 대단한 팀이라, 그 과정을 착실히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취가 가능할 겁니다. JYJ야 원래 그렇게 해오던 사람이지만, 이제 새로운 시스템의 일원이 된 이들의 스탭들도, 진짜 '화이팅 모드'에 들어갈 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시작입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큰 판을 벌여, 수많은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았으니까요. 여기서 드러난 아쉬운 점들을 보완해내면, 오히려 더 빠른 성취가 가능할 겁니다. 가열찬 행군,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겠습니다.

[피파니아닷컴 piffania.com]



*아, 이 얘기 해야죠. '음향'데모꾼들로서:
"음향팀, 수고했어요! 훌륭했습니다!!!!"

*아참, 3층에서 그야말로 플래쉬몹과 그에 이어지는 파도타기의 장관을 생생히, 완전하게 지켜볼 수 있습니다. 정말 근사하더군요. 플래쉬몹은 첫날에도 근사했어요. 첫날의 청중들은, 일종의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날, 절 감동시킨 건 1번 핫팩, 2번 청중들, 3번 JYJ입니다. 감동의 크기가 번호순은 아니지만 칼바람이 부는 순간에는 1번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어요^ ^



*스윗보컬님이 댓글에서 요청해주신 호칭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뮤지션 박유천은, 동방신기의 믹키유천인 동시에 JYJ에서 쓰는 명칭대로 '유천'이기도 합니다. 세가지 호칭을 쓰는 데에 있어서 딱히 조심스러워하거나 구분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아준수, 영웅재중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과 팬들도 모두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호칭들입니다. 단, 통일성을 위해서 하나의 글 안에서는 같은 명칭을 사용할까 하는 고려를 잠시 해본적은 있습니다만 워낙 잘 알려진 명칭들인데다가, '유천'이라는 공통분모가 들어가 있어 그럴 필요가 없는 것으로 내부 정리되었습니다. 호칭 이야기가 나온 기회를 빌어, 이점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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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님의 댓글  2010.12.26    
제가 앉았던 좌석은 이틀 다 일층 뒤쪽 좌석이라 그 쪽에 아마 스피커가 있었던듯 한데
무대에서 노래하면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미세하게 1~2초정도 딜레이 되어서 나오는 바람에 음향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초반에는 정신이 없기도 했어요. 첫 날은 날씨가 매우 춥기도 하였고 제 좌석 아래는 우박이 떨어져 있어서 발도 너무 시려워서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아준수의 솔로 스테이지가 시작되는 순간 추위가 사라져 버리더군요. 야외였지만 시아준수의 목소리로 막이 쳐지는 느낌?? 암튼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미션은 무대 자체도 공을 아주 많이 들인듯한 느낌을 받았고 곡도 근사했구요. 낙엽은 도무지 25세의 청년의 감성이 믿기지 않는 곡이었구요. "꽃이 진 후에 다시 시작" 이라는 가사가 가슴을 파고 들었습니다. 최근에 열렸던 사인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아준수가 공연연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그가 만든 노래와 연출까지 만나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레입니다.하루빨리 시아준수의 솔로콘서트를 만나고 싶네요.



학교물통님의 댓글  2010.12.27    
아아 이글 정말 기다렸어요. 영웅재중의 음악은.... 오늘부터 다시 복습해야겠네요. 감상이라는 것은 대단히 주관적인 것이지만, 보편타당하고 객관적인 지식을 쌓으면 더욱 더 그 힘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좋을 글 감사해요.



inb님의 댓글  2010.12.27    
3층 음향 진짜 좋았어요. 잠실에서 그런 음향이라니...그러면서 전체를 보면서 즐길수 있었지요. 스크린 화면은 다양한 멤버들의 모습을 담지 못해 아쉬웠어요. 멤버들을 보여줄때 중복된다던가 한명은 빠지던가..27일은 많이 아쉬웠고 28일은 덜 아쉬웠어요. 횟수가 1~2회 많았다면 좋은 화면들을 많이 잡았을텐데 아쉽긴해요.
야외 공연이 변수가 많지만 그래도 잘해준 공연이였어요. 물론 27일과 28일 다 봤으니 이런 얘기를 할수 있는거겠죠.



스윗보컬님의 댓글  2010.12.27    
님의 글은 정말 애정을 가지고 쓰셨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말...'일단'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공연을 했다라는 것이 중요하죠..
그리고 칼바람속에서도 그들의 역량을 충분이 느낄 수 있었다는 것 역시 중요..
나머지 소소한 부분들은 충분히 수정 극복되겠죠..?
유천군이..취중진담 부를 때..
전 보온병에 담아간 정종을 마시고 있었습니다.ㅋ
유천군에게 한 잔..그리고 나머진 다 내가~~
그 날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을겁니다..
조심스러운 부탁 한 가지 드려도 될까요?
JYJ 멤버로서 이제 믹키유천이 아닌 박유천군이라고 쓰시면 어떨까..하는 부탁 살짝 해봅니다.
명칭이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역시 명칭이니까요...^^
항상 님의 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봄에 앵콜콘을 한다고 하니
JYJ의 더욱 발전된 무대와 님의 멋진 비평 기대하겠습니다.



lapland님의 댓글  2010.12.28    
^^ 한참이 지나서 읽는 콘서트 리뷰는 더 재미있네요.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의 발전될 그들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전 음향도 음향이었지만(음향 최고) 스크린에 대 감동했었어요 ㅋ

그나저나 저도 영웅재중의 그 곡을 들어보고 싶네요.



밍기뉴님의 댓글  2010.12.30    
생각보다 일찍나온 준수군의 멋!진! 자작곡들..
들으면서,
'나이가 들면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는 인터뷰 내용이 떠오르네요. 흠.

엇? 저도 너별나림에서 "아, 이 노래가 10분쯤 되면 얼마나 좋을까" 했었는데.
같은 생각을 하셨다니 재밌는데요!
사실 전 현장라이브가 더 좋다는 말을 들어도 그냥 팬심인줄 알았거든요;
이제 공식이 머리에 새겨졌어요.
[최고의 라이브 아티스트 = JYJ]

전 장르청취자에 가까운 좁은 취향을 가졌었는데,
이들의 목소리를 쫒다보니 어느새 음악의 굉장히 넓은 범위를 즐기게 되었어요.
이것이 훌륭한 보컬이 가진 힘일까요?
프로그레시브든 뭐든 '실험적'음악 많이 해주었으면 하네요.
멤버들의 자작곡들을 들으면, 곡에 대한 호불호에 상관없이 항상 감동적입니다.
느껴지는 뮤지션 본인의 자취라던가 쏟아붓는 엄청난 노력이 전해지니까요.
본인들 스스로도, 준수군 말을 빌리자면
'노력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 있다'죠?^^



엉뚱엽기마녀님의 댓글  2010.12.30    
리뷰를 보는 순간 역시 팬의 입장이 아닌 관찰자의 입장에서 써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어느세 이들의 팬은 그들의 음악을 평가하는 능력까지 키우게 되어서...정말 그들의 자작곡을 들으면서 아 이들이 성장을 많이 했구나...어떤 음악을 보여줄지 기대감이 더 커졌다는 것과 예전의 음악과는 색깔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들었어요,. 첫날 공연은 뭐 좀 생소하다고 해야 하나...그러나 둘째날 공연은 어느새 익숙해졌다고 해야 하나...스물스물 어느새 제안에 들어와 있었지요. 그들은 점점 진화되고 있다는 것은 음악으로 보여준 콘서트였어요. 그들의 또 어떻게 변한 모습으로 다가올지 점점 기대됩니다.
음악으로 성장하는 그들을 보는 즐거움 정말 기대되고 즐겁습니다. 준수와 재중군의 곡 솜씨 더 기대됩니다. 변형과 정돈으로 다시 다가오는 그들에게 기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으니...팬의 입장에서 너무 미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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