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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한다 카니예!!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2010-12-09 , Thursday


*아아, 이 음반을 듣고는 얼마나 즐거웠는지. 카니예 웨스트가, 우리의(라고 해야합니다!) 카니예 웨스트가 그만 초대형사고를 쳐버렸네요. 너무 즐거워서 음반을 듣는데 웃음부터 나오더군요.

*이건 말하자면 - 카니예 웨스트가, 음악사적 의의는 차치하고도, 일단 제 개인적인 소원 하나를 들어준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그는 음악의 집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서, '프로그레시브'라는 명패가 붙은 방문 하나를 덜컥 열어제꼈습니다. 그가 그 앞을 여러번 서성거렸지만, '설마'했지요. 힙합 장르는 힙합 나름대로의 규율 같은 걸 만들어놓고는, 그걸 꽤 따르고 있었으니까요. 미국의 경우에는 음악 시장의 구조와 흐름이 상당히 장르 중심적으로 재편되어있어, 시장에 자리잡으려면 룰을 따라야하긴 하죠.

*그런데 카니예 웨스트는 내내 그걸 지루해했죠. '힙합은 지루해' 라고 스스로 생각하는듯 했습니다. 본인이 힙합주자이면서도요. 그는 거리에서 그냥 지껄이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죠. 바로 그의 '아름답고 어둡고 비뚤어진 환타지'를 말입니다.

*그러고보면, 제가 오랫동안 - 십수년동안 현대 팝씬에 대해 불만을 품고, 마음 속으로 바래왔던 것은 바로 그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악이, 그저 '지껄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긴 이야기를 하는 것 말입니다.

*이 음반을 제대로 들으려면 꽤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할듯 하니 앨범 리뷰는 그냥 생략하고, 잡담만 조금 더 늘어놓겠습니다. 음반 자체는 여기저기서 엄청난 호평을 받고있습니다. 음악잡지 롤링스톤은 별5개 만점을 줬다고 합니다. 그게 저한테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만 어쨌든 그쪽도 이 앨범을 인정. 기타 다른 평론사이트들도 후한 점수를 줬겠지요. 이건 후한 점수를 도무지 안 줄 수가 없는 음반이니까요. 원래 있던 밥그릇을, 확 뒤집어엎은 다음에, 빗자루를 들고 싹싹 청소하고, 새 재료를 사와서 밥상을 다시 차린 음반입니다. 이런 음반에 점수를 안 준다면 - 평론 사이트들의 존재 의의는 없는거죠.

*궁금한 분들은 한국 음원 사이트에서도 서비스 중이니 들어보시길. '힙합은 난 싫어'하시는 분들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힙합이 아니거든요. 쭉 다 들어봐야하는 음반이지만 한곡을 꼽자면, Runaway가 가장 접근도 편하고 함축적일듯.

*다시 말하지만 이건 '네오 프로그레시브 음악'이에요. 거기다 의도적으로 그렇습니다. 선언적이기도 하죠. 그는 발매전에 싱글커트되었던 Power에서 킹크림슨의 21st Century Schizoid Man의 일부를 샘플링으로 삽입합니다. 이건 그냥 '삽입'이 아니라 전체 음악적 테마의 암시였던 셈이 되었네요.

*음반 전체는 정말이지 개념부터 새로운 곡들과 놀라운 장치, 음악적 아이디어, 멋진 협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전 사실 지금은 그 앨범을 잠시 미뤄두고 - '구식 음악팬'답게, 샘플링 원본인 킹크림슨의 데뷔음반 In The Court Of Crimson King을 듣고 있습니다. 1969년작 음반으로 여기에는 나이든 음악팬들은 다 아실 Epitaph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음반 트랙 1번이 위에 나온 21st Century Schizoid Man이죠. 이 노래는 향후 얼터너티브 사운드와 그런지 음악의 전조로 받아들여진다고 하는데, 그럴 법도 했겠지요. 하지만 핑크플로이드, 예스, 킹크림슨, 그리고 ELP - 소위 4대 프로그레시브 그룹이 했던 음악 중에, 향후에 나온 음악적 구조와 사운드의 맹아가 아니었던 음악이 있을까요. 없을 겁니다. 아직 후발 음악인들이, 저 그룹들이 해봤던 것의 20%도 해보지 못한 듯 하니 말입니다.

초기 블루스 뮤지션들이 대중음악의 집채와 보일러실까지 다 만들었다면, 이 팀들은 대중음악 하우스의 내외장 인테리어를 종류별로 있는대로 온갖 실험적인 방식까지 포함해서 다해봤죠. 그런데 사실 두 그룹의 음악인들이 서로 조우한 적은 없었습니다. 시기상 그렇고, 지리적으로도 떨어져있었으니까요. 블루스 뮤지션들이 대중음악의 '감성'적 토대를 쌓았다면, 프로그레시브 뮤지션들은 대중음악의 '서사'적 토대를 쌓았죠. 그런데 두 장르의 유산은 모두 현대에는 급격히 마모되고 상업화되고 파편화되고 해체되어 - 사실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어요. 그런데 카니예 웨스트가 사고를 친 겁니다. 인디음악도 아니고, 메인스트림씬의 선두주자이면서 말이에요.

*지금이 1번 조우 지점인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정말이지 여러가지 의미로 1번 지점이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 재미있는 일이에요. 전 이 조우가 계속 연속적으로 더 더 이루어기를 바랍니다. 이게 뭔가 제대로 되기 시작하면, 정말이지 팝의 역사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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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점에, 우리나라의 JYJ가 - 다른 누구도 아닌, 믹키유천과 영웅재중과 시아준수가 카니예 웨스트와 협업을 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의미심장하고 멋진 일인가요. 내용도 근사했지만 그 역사적 의의는, 카니예 웨스트의 이번 음반으로 인해 열배쯤 뛰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공중파와 일간지에서 대대적인 특집으로 다뤄지지 않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입니다.

*롤링스톤 매거진에서 12월 7일자로 이 음반을 '올해 최고의 음반'으로 선정했군요.

(쓰고보니, 저희 사이트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음악 이야기들이 많아서 독자분들이 좀 어지러우실 수도 있겠네요. 언급된 것들이 오래전 음악들이라서 더더욱 그럴 겁니다. 지금은 이대로 놔둘테니 양해바랍니다. 대신, 앞으로 여유가 되는대로, 저희가 자주 언급하거나 거론하는 음악들의 참고자료들을 가능한 한 따로 소개해놓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 유튜브에 '아이프레임'방식이 생겼었나 보네요. 칸예 웨스트가 30분짜리 단편영화 형태로 Runaway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는데, 여기 8분짜리 노래 버전 클립을 가져왔습니다. 전 앨범을 처음 들을땐, 그냥 노래만 듣는걸 좋아해서 안 보려고 했는데, 이걸 퍼오려고 끙끙대다(임베드는 안되게 되어있네요) 이 짧은 버전은 그냥 봤습니다. 재미있지만 역시 안 보는 쪽이 나았을 듯.



뮤직비디오 사운드와 음반 사운드는 꽤 다르니 유의하시길(음악 자체가 다릅니다). 그런데, 이걸 보면서야 비로소 '칸예 웨스트는 미쳤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롤링스톤 매거진을 좀전에 읽어봤더니 이 앨범 리뷰 주요 내용의 하나가, '칸예 웨스트는 제대로 미쳤다'더군요. 칭찬이죠. 전 '이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뮤지션이 하나 있다'라고 생각하는 중이지만 사실 비슷한 얘기겠죠. 그런데 이 뮤직비디오를 보다보니, '이 사람 정말 미쳤긴 미쳤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래도 못하고 랩도 못하는(말하자면요)' 뮤지션인데도 그 미친 상태를 지켜보는게 이렇게 재미있다니 - 정말 대단한 뮤지션인 겁니다.

노래를 정말 잘하는데, '미쳤다'라고 생각하면서 본 건, 지난해의 비욘세 라스베가스 공연 실황입니다. 굉장했죠.

얘기가 나온 김에 말하자면, 공연을 보러갔을 때, 가장 재미없는 것이 무대 위의 공연자가 '시종일관 제정신'일 때입니다. 그땐, '내가 왜 여기 앉아있나'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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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님의 댓글  2010.12.09    
오랜만에 보는 이전 밴드들 이름이군요. ㅎㅎ
아트록이라고.. 누군가 말해줘서 들어봤던 킹크림슨의 곡을 한 번 듣고 음. 웅장하구나. 했었드랬죠.... ㅋ 그보다는 프로그레시브의 핑크플로이드.. 더 월이던가요?! 고딩때 그거 처음 듣고선 이런 음악이... 하면서 진짜 홀릭했던 그 시절... ㅋㅋ 이런 계기를 만들어줬던 마왕. 신해철이 뜬금없이 생각납니다. ^^;

추천하신 대로
힙합이라면 일단 귀를 닫아버리는 저. 이번 카니예웨스트 신보. 한 번 도전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ㅋㅋ



밍기뉴님의 댓글  2010.12.10    
저도 특정 그룹말고는 힙합을 썩 좋아하진 않는데, 이건 좋아요.
(저의 '좋다'는 엄청난 칭찬인거..ㅋㅋ)

[2010년 모르면 억울한 앨범들] 소개해 놓은 걸 봤더니
Robert Plant의 [Band Of Joy] 등이 있고, 이 앨범은 없었어요.
댓글들은 죄다
-> '칸예수' 왜 없냐 / 로버트 플랜트는 위대하다or별거아니다
이런 양상으로ㅋㅋㅋ

그나저나 롤링스톤 읽어보고 싶은데. 링크 걸어주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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