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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욕 잘하는 남자 - 조승우 (비속어 경고)
2010-12-07 , Tuesday

*참 이상한 일이죠. 전 어찌된 셈인지, 조승우가 뮤지컬 안에서 욕을 할 때마다,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의 노래나, 다른 정숙한 대사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럴리가 있나요. 저야 무엇보다 노래를 들으러가는 사람이고, 그의 뮤지컬 속 노래를 아주 잘 듣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가 내뱉은 욕설들이 몇번만 무대를 보고나면, 뇌리에 착 달라붙어 틈만 나면 재생됩니다.

*전 사실 영화나 드라마나 각종 작품 속의 욕 대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점잖은 사람이라서는 아니고, 욕설 대사를 잘 못하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일 겁니다. 그것은 마치 울음 장면과도 같죠. 연기자들은 울음이나 욕설, 그리고 몸부림 같은 씬에서 자신들의 연기력을 증명하게 됩니다. 이걸 그러저럭 해내면, 혼신의 연기라는 타이틀과 함께 소개됩니다. 예전에는 주로, 울음이나 몸부림씬이 그랬는데, 어느 순간, 욕설 장면도 그 범주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 같더군요. 특히 영화에서요.

*예전 영화에서 '욕'은 상당히 연극적이고 도식적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유로운 욕짓거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인상적인 욕 장면을 봤던 것은, 지금 순간적으로 기억났는데 임창정이었어요. 그는 정말이지 맛깔나고 실감나게 욕설을 내뱉었죠. 그리고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송강호가 있네요. 그거야 이제 전설이죠.

이후 조폭 영화가 붐을 이루면서, 남자 배우의 욕설 연기는 - 특히 자연스럽고 껄쭉하고, 더러우면 더러울수록 '있어보이는' 욕설 연기는 - 하나의 클리쉐처럼 영화판에 번져가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친구'는 그 절정이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전 '친구'를 보면서, '이제 다시는 조폭 영화를 보지 않겠다'라고 결심했습니다. 주제나 내용은 차치하고, 그건 마치 '욕에 바치는 컬트적 숭배' 에 다다른 것 같이 보여서요. 관심없는 미학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조승우의 무대 연기와 노래를 보면서 제가 그런 연관 고리를 생각하냐하면 그건 아닙니다. 그냥 지금 이 글을 쓰다보니 떠올린 생각일 뿐, 제게 조승우는 그냥 '조승우'로 충분합니다. 그를 감상하기 위해서 딱히 어떤 외부적 컨텍스트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보는데 신기하게도 '욕설'들이(물론 위에서 언급한 영화 속 화려한 욕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아주 순수하고 일차적인 욕설들일 뿐입니다) - '노래'들과는 별개로 - 머릿 속에 남네요.

*그럼 이제 길고 긴 서론은 그만 접고 해당 욕설 정리:

(사실 이걸 왜 정리하는지 모르겠지만 - 그냥)
(욕부분을 별표 처리하려고 하다가, '맛'이 떨어지는 관계로, 경고 붙이고 원본대로 갑니다)
(해당 뮤지컬의 스포일러가 될겁니다)

- 헤드윅에서, '야이 미친년아!!!'
이건 헤드윅이 청중들에게 자신의 예쁜 모피코트를 자랑하다가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코믹한 분위기로요. 그녀(?)가 입고 있는 옷를 보고, 갑자기 길거리에서 여자들이 다가와서 '어머, 당신들 때문에 죽은 불쌍한 동물들을 생각해보셨나요?'라고 시비를 건답니다. 그의 시연으로 상황이 재연됩니다. '어머, 왜 이래'라고 하는데, 계속 다가오는 그들이 그 말을 반복하고(조승우가 하는거죠) 그러다 조승우가 '야이 미친년아'라고 아주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욕을 합니다. 몇차례나 욕을 한 후, '이거 가짜야, 미친년아'라고 중얼거립니다. 끝.

(이게 극의 문맥에서 뚝 떼어온 이야기니, 동물보호론vs반대론의 관점에서는 받아들이지 마시길. 요즘엔, 어떤 에피소드든 인터넷에만 등장하면 도무지 엉뚱하게 읽히고 재단되는 세상이라서 이런 사족도 답니다. 여기 독자분들이야 그렇게 읽으시진 않지만 네트란 경계가 없는 곳이니)

조승우의 이 '미친년아!'는 남->여 간의 욕설이 아니라(이건 솔직히 말하면 언제나 불편해요)(반대도 마찬가지군요) 여->여간의 욕설입니다. 이 연기를 할 때의 헤드윅은 '여자'거든요.

삶이란 참 다종다양하죠. 그리고 그 다양한 삶을 사는 인간들은, 제각각의 절실함을 가지고 선택을 하고 살아나갑니다. 저 '미친년아'는 '안 절실하고 고상한 여성'과 '절실하고 상스러운 여성'의 일대 격전이었던 거죠. 이 욕은 자체 활용은 그다지(?) 않습니다. 그냥 조승우의 버전만을 떠올리며 즐거워할 뿐이에요. 실제로도 아주 재미나고 즐거운 장면입니다. 모두들 웃겨서 배를 잡는 장면이지요. 조승우가 너무 '여성성'을 욕설 안에 제대로 집어넣기 때문에 감탄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연기야 뭔들.

- 헤드윅에서, '개놈의 새끼'
이건 제가 아주 좋아하는 넘버인 위키드리틀타운(Wicked Little Town)을 부를 때, 그 전주가 깔리면서 헤드윅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필 콜린스가 부르면 딱일것 같애서, 연락을 넣어봤는데, 12년째 연락이 없어'라고 중얼거리며 한탄을 한 후, '개놈의 새끼'라고 덧붙입니다.

이 욕은 2007년 공연 당시 처음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거기다 처음에는 나레이션 자체도 꽤 우아하게 갑니다. 그런데 헤드윅이 날짜가 더해질수록 점점 더 '상스러운 필'을 받더니 나중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개놈의 새끼'라고 - 더 정확하게는, '아주, 개놈의 시키'라고 덧붙입니다.

뮤지컬 헤드윅은 가수 헤드윅이 클럽에서 공연하는 형식의 극이죠. 그래서 헤드윅은 청중들 앞에서 '세련된 엔테테이너'인양 굴어야하는데 - 그러질 못하고 순간 순간 세파에 닳고 닳은 억척여인성을 드러내기도 하다가, 상처입기 쉬운 내면을 드러내기도 하다가, 남성적인 강렬함을 드러내기도 하다가, 아티스트적 자아를 드러내기도 하다가, 세상 그 어떤 소녀만큼이나 순진무구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다가 그럽니다.

그런 감정의 파노라마가 이 노래 도입부에서는 짧게 재연됩니다. 아티스트적 자존심, 좌절, 상스러움, 천연덕스러움, 순정성이 차례 차례 교차해나갑니다. 그리고 그 노래를 시작하죠. 헤드윅이 사랑하는 소년 토미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세레나데. 세상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세레나데 중의 하나일 것이고, 그 가장 좋은 세레나데의 가장 훌륭한 버전은, 조승우의 것이라고 전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소극장에서 공연할 때, 조승우는, 이 노래를 속칭 '토미석'이라고 불렸던, 4열(정도였을 겁니다)의 어느 지점에 앉은 관객과 눈을 맞추며 부릅니다. 전 그 자리엔 앉아본 적이 없고, 그 옆자리 정도엔 앉아봤는데, 맹세코 그 자리엔 앉고 싶지 않더군요. 그 눈빛을 받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 후유증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시공간을 그가 만들어냅니다. 그냥 팬에게 보내주는 따뜻한 시선 정도도 아니고, 가상 연인에게 보내는 사랑의 눈빛 정도가 아니에요. 그런게 아닙니다. 그건 운명적 사랑에 빠진 '남자도 여자도 아닌 존재'가 온 생의 순수함을 한순간에 모아 더할나위없이 따뜻하고 애틋하게 보내는 눈빛이에요. 그 눈빛을 하고는 그 노래를 불러줍니다. 매회 조승우는 그렇게 합니다.

더 중요한 것. 아 위에 이미 얘기했군요. 노래가 정말 좋습니다. 그건 마치 시아준수의 뮤지컬 모차르트로 치자면(제가 챙겨보는 뮤지컬이라곤 이제까진 이 두 사람들 것뿐이라서 이렇게밖엔 비교를 못하겠네요),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와 같은 곡입니다. 전체 뮤지컬의 타이틀곡은 따로 있고, 말하자면 서열 3~4위 정도의 곡인데, 사실은 가장 마법 성공율이 높고 유효했던 곡인 겁니다. 둘 다 정말 정말 좋은 곡인데, 두 배우가 정말 정말 잘 부르죠.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버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 노래의 전주가 흘러나오면, 어김없이 제 마음도 늘 설렜습니다. 그런데 그 전주 부분에서 나오는 '개놈의 시키'는 전혀 그 설레임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저도 중요 시점에선 만만찮게 엄숙주의자인데 말입니다. 참 신기하지요. 그러니까 놀랍고 위대한 배우인 것이겠지만요.

(이거 간단히 욕 이야기만 하려고 했는데, 꽤 길어지는군요)
(그나저나 조승우는 이제 다시 소극장에 설 수나 있을까요. 하긴 2007년에도 그는 어차피 자신이 원해서 섰던 것이긴 합니다만. 지금은 거의 티켓사이트에 소요사태가 생길텐데요 - 그래도 그가 원하면 하겠죠)

- 지킬앤하이드에서, '짐승은 발톱을 갈아야해, 일격에 숨통을 쳐!'
얘기해봐야, 지금은 다시 볼 기약이 없는 헤드윅은 그만 하고, 이제 '지킬앤하이드' 갑니다. 여기서부터는 사실 욕은 없습니다. 나오긴 하지만 서양사극의 형태가 되다보니, 고전적 문어적 연극적 화법으로 나옵니다. 그러니 우리에겐 '욕'같이 들리지를 않죠. 그래서 '날것'으로서의 에너지는 좀 소실되지만, 그대신 극적인 울림은 한층 강해진 욕들 되겠습니다.

위에 발췌한 건, 얼라이브2(Alive2)라는 곡의 가사입니다. 저 한 소절뿐이 아니라 이 얼라이브2 가사 전체가 위협과 조롱, 모독과 저주입니다.

답답한 창살은 뜯어버려 단숨에 작살을 내
짐승은 발톱을 갈아야해, 일격에 숨통을 쳐
이빨로 목덜밀 물어 푸짐한 저녁식탁
피비린내나는 축제 난장판쳐라

이 노래를 부를 때, 지킬은 하이드가 되어 '타락한 주교'를 죽이고 있습니다. 때리고 불질러서요. 이 노래 또한, 지킬앤하이드에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일 겁니다. 지킬앤하이드의 넘버들은 공연에 따라 제 느낌이 엎치락뒤치락하는데 이 곡은 가장 일관되게 좋아하는 곡입니다.

제 취향의 곡이기도 하거니와 조승우가 이 노래에서 뿜어내는 음색을 정말 좋아합니다. 가사만큼이나 하드한 곡인데, 지킬앤하이드에는 이것보다 더 하드한 곡들도 있죠. 그렇지만 그 곡들은 정말 반경과 파고가 커서, 역시 기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곡은 바로 헤드윅의 Wicked Little Town처럼 늘 성공적이고, 늘 제겐 유효합니다.

(그러나 뮤지컬 모차르트와 비교하자면 '날 사랑하지 않아요'보다는, '난 빈에 남겠어'와 비슷합니다. 두 곡 모두, 해당 곡들이 나올 때에는 거의 음향 엔지니어 같은 마음자세로 소리의 볼륨과 대역 감상 모드로 들어가는 것도 같죠)

- 지킬앤하이드에서, '듣다보니 안스러워, 개소리마라'
이 곡은 지킬의, 혹은 하이드의 마지막곡 - 두 사람(?)의 자아가 교대로 나타나는, 분열적이고 대립적인 구조의 최종 아리아 컨프런테이션(Confrontation)입니다.

세상 그 무엇도 날 막을 순 없어
승리하겠어 끝내 이겨낼 ....


이라고 지킬이 서글프고 엄숙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 즈음, 갑자기 하이드가 나타납니다. 그리곤 비틀리고 비웃는 목소리로 지킬을 조소합니다

시끄러워 죽겠구만 뭐라 지껄여
가소로와 승리를 한다고 ....


이때 다시 지킬이 등장합니다. 이번 2010년 공연에선 지킬과 하이드의 구분이 예전에 비할바 없이 뚜렷해졌습니다. 조승우는, 그 구분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던 편이라, 일각에선 그때문에, 조승우가 '모자란다'라고 평하기도 했었죠. 저야 물론, '어차피 한 인간의 내면을 그린 건데, 외면적 차이가 뭐 그리 중요하냐'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극을 극적으로 만드는 것은, 배우 내면의 힘이지 외적인 연출이 아닙니다. 그건 부차적 문제죠. 배우가 곡예단의 광대가 아니잖아요. 조승우는 처음에는 그 방식을 선택했고, 지금은 이 방식을 선택했네요.

이번 공연은 대단히 훌륭했지만, 정말 억 소리나게 놀랍도록 훌륭했지만 - 일단은 그의 노선만 드러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관해서라면, 한없이 기대치가 높은 저는, 그 각각의 노선들이 가지는 디테일들이 더 '정돈되기를' 혹은 더 '어질러지기를' -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와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심한 기대감이죠.

천만에 넌 단지 거울 속 허상 ...

이라고 청년 의사 지킬이 더할 나위없이 선하고 바른 목소리로 노래하며 두 캐릭터가 혼전을 하기 시작합니다. 두번째 하이드의 소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듣다보니 안쓰러워 개소리 마라

바로 이 부분입니다. 사실, '지킬앤하이드'에서 제가 '욕 부분'을 좋아한다면(?) 사실 이 부분이 진짜이고, 바로 헤드윅의 욕설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써입니다.

게다가 이 욕은, 그냥 재생할 정도가 아니라, 쓰기도 합니다. 위에 언급한 딴 욕들은 안 쓰는데, 이건 씁니다. 실제로 하지는 않아요! 굉장히 장려하게 뽑아내는 소절이니 일단 물리적으로 부를 수도 없습니다. 그냥 뉴스라든가, 무언가를 보면서, 딱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을 때, 머릿속에서 '실용적인 용도로' 재생시킵니다. 그럼 꽤 기분이 나아집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같은 곡 안에 있습니다.
격렬한 대결을 펼치던 두 사람은 최후의 인사를 교환합니다.
거기서 지킬은 "제기랄 하이드, 지옥에서 썩어 문드러져라"라고 외칩니다. 그런데 오히려 하이드가 목소리를 낮추고, "지옥에서 만날까, 지킬"이라고 하네요. 혼전 속에서 두 자아가 섞이고 맞물리고 교차된 결과일 겁니다. 이 부분도 자주 재생은 하는데, 아직 '써먹은'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살면서 절대절명의 대결적 상황을 맞닥뜨리면,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죠. 제가 서부의 총잡이도 아니니 뭐 그럴 일이야 있겠습니까만.  

여기까지, 가장 상스럽게, 가장 맛깔나게, 가장 사랑스럽게, 가장 처연하게, 가장 장대하게, 가장 운명적으로, 그리하여 가장 아름답게 욕을 잘 하는 남자 조승우 이야기였습니다.

[피파니아닷컴 piffania.com]




*오자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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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기뉴님의 댓글  2010.12.10    
무플방지위원회에서 파견나왔습니다.

뭐? 필요없다고?
진짜? 정말로?
&*$@#$#!%$%@!#$
듣다보니 안쓰러워 개소리 마라!!!

(아름답고 맛깔나게 들리나요?^^;;)

*안스럽다
[형용사] ‘안쓰럽다’의 잘못
안쓰럽다’의 의미로 ‘안스럽다’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안쓰럽다’만 표준어로 삼는다.
관련조항 : 표준어 규정 2장 4절 17항

(얘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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