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니아, M is M
   
   
 

       Pepper's Note

       Mook

      Calendar


페퍼 노트


전체  talk(130)  review(12)  notice(2)  special(0) 

김수현 - '치명적이고 위험한 사랑'의 연작들 & 천일의 약속
2011-12-07 , Wednesday

1

*드라마를 계속 잘 안 보고 있는데, 요즘엔 그 정도가 더 심해져서요. 김수현의 드라마가 시작된다고 해도 무덤덤했네요. 그런데 전 김수현의 드라마에는 늘 반쪽만 반응합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김수현의 드라마가 2가지 성향을 가진 것이겠네요. '정사'적 드라마와 '야사'적 드라마죠. 아니, 그보다는 '에토스'적 드라마와 '파토스적 드라마'로 나뉜다고나 할까요.

*더 쉽게 말하면, '가족 윤리가 지배하는 드라마'와 '정념이 지배하는 드라마'입니다. 칼로 잰듯이 나뉘지는 않지만 두가지 주제는 다양한 형태로 그녀의 드라마에 존재합니다. 전 전자쪽이 강한 드라마는 거의 안 보고, 후자쪽은 재미나게 봅니다. 어떤 때는 신기해요. 양쪽을 모두 다 잘 다루고, 두 주제에서 모두 대중들을 휘어잡는 느낌이라서요.

*'정념의 드라마' 라인에서, 제가 은근히 재미나게 지켜보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가령 '청춘의 덫'에서요. 심은하 버전 말입니다. 대단히 잘 만든 리메이크 버전이었죠. 심은하도 대단하고 극도 좋았지만, 전 이종원과 유호정의 이야기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죄스러운 사랑'이고 '저주받은 사랑'이고, 그래서 비극적인 운명을 맞게 되는 사랑입니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극이 후반부에서 들어서면서, 전 이 노작가가 '이종원과 유호정 커플의 사랑'을 대단히 소중히 여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두 사람의 사랑이야말로 정말로 입체적으로 변해가고 있었거든요. 이종원은 어느 순간 돈 때문이 아니라 진짜로 유호정을 사랑하게 되었고, 유호정은 '이기적인 사랑'을 넘어선 새로운 종류의 사랑을 하게 됩니다. 이종원에게 안겨 혼절하다시피 우는 유호정의 씬은 제겐 해당 작품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던 장면입니다.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고, 끝끝내 만나지 못하는 상태로 드라마는 끝나지만, 마지막회에 가장 인상적인 사랑은 유호정을 그리는 이종원에게서 빛나던데요.

*그리고 그 다음해인 2000년에 '불꽃'이 방영되었습니다. 바로 그 사랑, 이종원과 유호정이 한 바로 그런 종류의 사랑을 이제는 '서브 스토리'가 아니라 '테마 스토리'로 잡아서요. 주인공은 이영애과 이경영입니다. 두 사람 매력적인 배우자가 있음에도, '바람'을 피죠.

당시에도 난리가 났지만, 아마 지금 방영했으면 정말 난리가 났을 거에요. 왜냐고요? 왜 '여주'가 '매력만점 남주1'를 놔두고, '우유부단하고 매력하나도 없는 나쁜 놈 남주2'을 선택하냐고 말입니다. 요즘 시청자평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전 반반이었습니다. 차인표는 고압적이긴 하지만 매력적인 재벌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경영 또한, '무언가'를 담아내서 보여주었습니다. 일종의 '편안함' 같은 것이랄까요. 딱히 어떤 조건과는 상관없이, 그냥 어떤 존재가 어떤 존재에게서 편안함을 느끼고, 정신적 혹은 육체적(?) 소통이 이루어지고, 그 소통이 자신의 삶에 중요한 것이 되고, 그래서 그 끈을 놓지 못하게 되는 미묘한 이야기가 거기에서 이어지죠. 김수현은 그걸 분명하게 그려내고, 이경영이 그걸 분명하게 표현해줍니다. 이영애도요.

특이하게도, 이 이야기는 해피(?) 엔딩이 됩니다. 두 사람 다 배우자와 헤어지고 맺어지거든요. 놀라운 결말이죠? 이 드라마는 대대적인 히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놀랍죠.

*그리고 '내 남자의 여자'가 2007년 방영되었네요. 이전의 극들이 '바람을 핀다'는 느낌이 좀 모호한 상황들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말이지 완전 대놓고, '바람피는 남편과 그 상대 여자'의 이야기가 됩니다. 작가는, '그것들'이 욕을 드럼통으로, 톤 단위로 욕을 들어먹도록 온갖 상황을 다 설정해놓습니다. 아내는 더할 나위없는 현모양처이면서도,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좋은 여인입니다. 거기다 '그녀'는 아내의 친구입니다. 남편은 교수이고, 우유부단한 성격에, 위의 작품들에 나온 남자 주인공들과 같은 정도의 매력조차도 없습니다.

*그리하여 이 '위험한 커플'은 작가의 에토스를 대변하는 여신 하유미에 의해서, 처절하게 응징당합니다. 욕을 듣고 두들겨 맞습니다. 부모도 이들을 외면합니다. 아내는 우아하고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불륜'이 맺어준 커플은 날이 갈수록 궁상맞아지고 추악해지다가 결국엔 헤어집니다. 한국 사회가 '부부의 약속을 깬 인간들'에게 퍼부을 수 있는 온갖 저주와 악담은 다 받은 셈이죠.

*사실 엄밀히 따지면 이 주제들의 시대감각은 순서가 거꾸로에요. 가장 보수적인 이 작품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청춘의 덫' 서브 커플 정도가 등장하고, 마지막으로 가장 현대적이고 반전적인 '불꽃'이 나오는게 맞을 듯 싶은데 말입니다. 신기하죠.

*그런데 하유미의 욕설과 김희애의 일그러짐을 재미나게 지켜보던 당시에도 전 한편으론 놀라버렸습니다. 왜냐하면 말이에요. 그 작품에서조차도, 작가는 '죄지은 커플'의 사랑을 놓지 않았던 겁니다. 울먹이는 남편 김상중은 진정으로 김희애와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은 그의 운명이었던 겁니다. 김희애에게도요. 상황이 어떻든, 두 사람은 진짜 사랑을 했던 거에요. 하긴 - 사랑이란 '불수의(不隨意)' 감정'이니까요. 그건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위대하고 동시에 위험한 거죠. 김수현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사람입니다. 인간 세상의 모든 룰과 규칙과 관계없이 존재하고, 그래서 때로는 사람을 파괴하고 그래서 때로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는 그런 사랑을요. 로맨티시스트인 거죠. 그리고 대중들은 말이에요. 항상 로맨티시스트를 사랑한답니다.


2

*'천일의 약속'은 상당히 특이하죠. 약혼을 깨는 소프트한 불륜이긴 한데, 이번엔 상대 여인에게 '형벌'이 이미 내려져있습니다. 특이하죠? 이건 참 특이한 구상입니다. 그래서 무리수도 많이 보이고, 또 그 특이함 덕분에 등장인물들이 죄다 특이해보이기도 합니다. "아니, 뭐 저렇게 이상한 사람들이 다 있어?"라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여전히 이 작품에서도, '죄많은 사랑'을 전개할 때, 김수현 작가가 보여주는 그 힘 -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그 진성 로맨티시스트로서의 힘이 느껴집니다.

*유호정이 한없이 이기적인 부잣집 딸이었던 것처럼, 김희애가 '못되먹고 쌀쌀맞은 친구'였던 것처럼, 수애 역시 터벅터벅합니다. 물론 수애가 초반에 연기에 힘을 좀 많이 주기도 했지만(오늘 처음으로 수애의 목소리가 제 톤을 찾은 듯 느껴졌을 정도니까요) 그렇지만 밉살스럽도록 자존심 많고, 토 많이 달고, 까탈스럽고, 그러면서 제 삶에 대한 애착과 욕심이 강한 처녀인 것은, 수애가 아니라 캐릭터 서연이지요.

그런데 이번에도 전 '그걸' 즐기고 있습니다. 전 김수현이 마음먹고, '불완전한 캐릭터'들을 그려낼 때, 정말이지 감탄합니다. '쟨 뭐야?'라고 얘기하면서도, 기묘한 형태의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따지고보면 우리 모두 불완전하니까요. 우리인들 성격이 그리 좋은 건 아니잖아요? 우리도 다 욕심많은 인간일테고요. 그렇기 때문에, 김수현이 자신의 캐릭터들에게 밉살맞은 무언가를 그려넣고, 그것을 충돌시키고, 스파크를 내다가 -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엔 무언가가 있다'라는 그녀의 주제의식을, 밀어넣을 땐 꽤 뭉클해집니다.

오늘(6일) 16회. 정말 재미있게 봤네요.

[피파니아닷컴 piffania.com]


*전 김래원의 연기는 처음부터 좋던데요. 이병헌처럼,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대역폭의 연기를 가진 배우에요.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오늘 처음으로 수애 목소리가 편했습니다.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 이전의 목소리도 아주 많이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남동생역을 맡은 박유환에게는 언제나 감탄합니다. 대단해요.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얼핏 보았을 때에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러네요. 연기를 잘 하고 못 하고의 문제를 떠나, '극에 안착한 느낌' 말입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가장 빨리 제 자리를 찾고 제 역할을 한 캐릭터 중의 하나일 겁니다. 상당히 까다로운 배역인데 말이에요.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전 사실은 이미숙을 '보기' 위해서 이 드라마를 챙겨봤는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정말 아름다워요.

*박영규를 보면, 전 모든 코믹한 이미지를 넘어 언제나 '어둔 하늘 어둔 새'가 떠오릅니다. 이 작품을 다시 볼 방도란 없는 걸까요.








- 무단전재 금지/피파니아닷컴 piffania.com -
본 사이트의 글은 외부로 퍼가실 수 없습니다
단, '펌허용'이라고 표기된 글은 - 변형없이, 출처를 정확히 밝히시면 - 퍼가셔도 됩니다


list 


 2011/12/12
   review :: 12월 11일 씨엔블루 콘서트 - 한없이 배고픈 네명의 청년들  +1
 2011/12/08
   talk :: 윤도현의 MUST - YB '흰수염고래' : 우리도 언젠간 그들처럼!  
 2011/12/07
   talk :: 김수현 - '치명적이고 위험한 사랑'의 연작들 & 천일의 약속  
 2011/10/27
   review :: 10월 11일 '톡식히어로' - 치명적 유혹 & 알싸한 뒷맛  
 2011/10/27
   talk :: 조규찬 '이별이란 없는거야' - 언제나 같은 자리: 최정상  +1
 2011/10/07
   review :: 2011년 9월 4일 - 신혜성 콘서트 관람기  +2
 2011/10/07
   talk :: 뮤지컬 속 그녀들 - 정영주, 정선아, 옥주현  
 2011/09/22
   talk :: KBS 불후의 명곡2 - 이기찬 '님은 먼곳에' : 신기한 변이  
 2011/09/19
   talk :: 신혜성&키요키바 슌스케 - I Believe (PV-short version)  +3
 2011/09/13
   review :: 4월 21일 KBS 해피투게더: 정용화의 '고해' - 등잔 밑 섬광탄  +4
 2011/09/11
   review :: 9월 10일 뮤지컬 '톡식히어로' - 이렇게 웃어본 것이 언제였더라  
 2011/09/10
   talk :: 2011년 9월 콘서트에서 - 신혜성 '그리워' & 새 싱글 미리듣기  +3
 2011/07/31
   talk :: [잡담] 창고 모드... & 한여름의 킥 비밀글입니다 
 2011/07/23
   talk :: 아서 클락 & 샘 쿡, 그리고 여름 - 우리는 꿈꾼다  +4
 2011/06/27
   review :: JYJ 광주 콘서트 - 3개의 힘이 만나다  +4
 2011/06/27
   talk :: JYJ, 광주 콘서트를 끝으로 월드투어 마감 & 또 하나의 태풍  +6
 2011/04/24
   talk :: MBC 내 마음이 들리니 vs HBO 얼음과 불의 노래 - 눈빛, 동과 서  
 2011/04/11
   talk :: MBC '내 마음이 들리니' & 환타지 '얼음과 불의 노래' - 아이는 알고있다  
 2011/03/21
   talk :: 3월 19일 국립중앙박물관의 락콘서트 - 트랜스픽션 & 4집 소식  
 2011/02/25
   talk :: JYJ - 2달간 7개국 10개 도시 월드 투어 & 홈페이지, 팬미팅  +3
list  prev [1][2][3] 4 [5][6][7][8] next

Copyright 1999-2017 Zeroboard / skin by herais




Copyright ⓒ Piffania.com All rights reserved.
본 사이트는 이메일주소의 무단 수집을 거부합니다
*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