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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찬 '이별이란 없는거야' - 언제나 같은 자리: 최정상
2011-10-27 , Thursday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좀처럼 보지 않는다는 얘기는 이미 했는데, 또 보게 되었네요. 조규찬이 나왔으니까요. 그렇지만 사실 프로그램은 안 보고, 조규찬의 무대만 봤습니다.

*두번째 곡, '이별이란 없는거야'를 들으면서, '저 사람은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자리요. 그를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자리. 아주 높은 지점. 세상이 뭐라 하든, 자신의 장작가마 앞에 앉아, 오로지 자신만이 가진 가장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으로 도자기들을 살펴보는 장인의 자리죠. '우리'야 뭐라 할 엄두가 안 나죠. 그는 우리들 모두보다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가진 사람이었는데요. 그저 '이제 됐다'하고 그가 작품을 세상에 내어주면, '오!'하고 감탄할 뿐이었습니다.

이 사람의 음악에, 어떤 형식으로든 순위를 매긴다는 건 코미디죠. 전 원래부터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 포맷(가수들의 무대 자체 말고요)의 가장 상식적인 포지셔닝은 '코미디'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너무 쓸데없이 지나치게 엄숙해요. 아니면 이거 사실은 코미디인데, 저만 속은 걸까요? 그런지도.

그런데 조규찬의 이번 무대는, 그 모든 것들과는 별개로 정말 좋네요. 저희는 이 사이트를 통해서 '케이팝'이야기를 주로 해왔습니다. 즉, 조규찬 세대가 아닌, 조규찬 이후의 세대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주로 얘기해왔었죠. '조규찬'은 가요가 탈트롯화하면서, 어느 순간 자기 미학의 정점을 내뿜던 시기의 인물이고, 어쩌면 '정점' 그 자체인 인물입니다. 그에게서 가장 특이한 점은, '완벽한 보컬'이죠. 이 시기, 정말 빼어난 음악을 했던 우리나라 뮤지션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다들 보컬링 자체는 좀 미온적인 상태였습니다. 탈트롯은 되었지만, 보컬의 방법론이 탄탄하게 구축되어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팝적인 요소들은 어정쩡했고, 융화도 덜 된 상태였고요. 재미있었지만, 보컬링 자체의 힘을 따지자면 취약했습니다. 그런데 조규찬은, 그 부분이 그야말로 치밀하고 완전했죠.

그는 보컬 뿐만 아니라 작곡, 작사에다 연주까지 다 해내는 인물이라 그야말로 자신의 1인 학파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다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라 쟈켓까지도 직접 구상해냈으니까요. 그는 새로운 컨셉을 가지고 있었고, 수용해야할 것들을 수용했으며, 그 다음엔 완전히 자신만의 언어와 내용과 형식을 갖춘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음반 하나 하나 단위로 빈틈없는 구조를 갖추어서 말입니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그에 매료되었고, 그는 편곡, 코러스 등을 통해서 알게 모르게 시대의 대표작인 히트곡들에 자신의 힘을 보탰죠.

그는 케이팝 세대는 아니지만, 그의 음악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독자적인 질료를 이루며 '팝'과 대응해 자랑스럽게 한국의 '가요'라는 지평 위에 서 있는 눈부신 자산입니다. 마치 쿠바의 어떤 음악들이 그렇고, 아일랜드의 어떤 음악들이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전 우리나라의 케이팝이 '팝적 장르의 코드'를 받아들이는 것을, 음악팬으로서 대단히 즐기고 있긴 합니다만, 동시에 케이팝이, 이러한 가요사의 빼어난 성취들도 흡수해주길 바랍니다. 그의 음악에서 표현되는 감수성들은, 정말이지 우리 가요만이 가질 수 있는 귀중한 음악적 자산이에요.

*세대가 바뀌면서, 음악을 만드는 그에게, 그리고 음악을 듣는 우리에겐 또 다른 화두들이 던져지면서, 그의 음악을 이전처럼은 듣지 못했네요. 어느 시기엔 그의 무대를 보면서, '답'이 아니라 '질문'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하는 질문 말입니다. 그 답을 우리는 가지고 있지 못하죠. 그가 찾아야하는 겁니다. 이제까지의 여정도 그저 감탄하며 지켜봐왔을뿐인 우리가 감히 무슨 할 말이 있겠나요. 지켜볼 밖에.

그런데 여기 유학 도중의 그가, 갑자기 공중파에 등장해서 보여주는 무대엔, '답'이 있네요. 그가 찾은 새로운 답이 말입니다. 이 노래는, 제목만 '이별이란 없는거야'일뿐, 거의 준창작곡이라 다름없이 바뀌었는데, 이전 그의 편곡과는 스케일이나 질감이 다릅니다. 훨씬 더 크고 강하고 풍부해졌어요. 조규찬이 들려주는 보컬 또한 이전과는 뭔가 달라졌습니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예술가라고 해도, 자신의 시대가 있고, 자신의 물리적 힘이 있기에 그가 넘을 수 없는 일정한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걸 자신의 방식으로 또 다시 새롭게 뛰어넘은 느낌이에요. 이 사람, 누구도 지켜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불가마를 지켜보며 앉아 있었네요. '쉼'이 없었던 겁니다. 음악이란 그에게 '직업'을 넘어, '활동'을 넘어, '재미'를 넘어(물론 셋 다이기도 하겠지만) - 하나의 구도(求道)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 그에겐 이 프로그램의 포맷 따윈 별로 의미도 없었네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건 소극장 무대에서도 늘 그랬던 것이고, 그는 여전히 그의 여행을 하고 있을 뿐인 겁니다. 이 지구, 이 나라 - 음악가들에게 열렬히 환호하는 것 같다가도, 때론 야멸차게 굴기 일쑤인 이 한국에서 '유영하고 있는 이 은하계의 여행자'는 말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봐, 내 여행의 증인이 되어줘'라고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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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님의 댓글  2011.10.28    
아, 정말 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글이 여기에 있네요. 피파니아에서 그런 순간들을 얼마나 자주 맞이하는지. 나가수의 포지셔닝은 코미디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불명2의, 그 처음 출발하는 가수가 우승할 확률 1/32라고 하는, 그 3%라고 하는 어이없는 확률이 차라리 자신의 코미디라는 본질에 더 충실하달까요. 그래서 전 불명2의 그 말도 안 되는 제도를 참 좋아합니다. 사실상 우승자만 존재하고, 꼴찌는 존재하지 않는, 그리고 사실 우승자조차도, 누가 우승할만 했고 누구의 노래가 정말 좋았는지, 결국 최후에 판단을 내리는 건 시청자라 말하는 것 같아서요) 그토록 잔인한 룰을 그토록 훌륭한 가수들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 룰 이전에 모두가 동의하고 가야하는 어떤 예술적 합의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게는 그게, 가령 가수가 살아남기 위한 노래보다는, 자신에게 진실한 음악을 하기로 선택한 경우(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이상 예술가는 늦든 빠르든 이런 선택에 부딪치게 되겠죠), 그 프로그램이 서바이벌일지라도, 그 가수의 선택을 응원해주고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가혹한 조건을 가수들에게 내걸 수 있는 자격을, 프로그램이 잃어버린 것 같아요.

아무튼 무대에 대해 말하자면, 아, 좋다, 라고 생각했어요. 아티스트가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해요, 라고 말하면서 보여주는 것에 나도 좋아요, 라고 정말 순수한 감탄으로 동의할 수 있는 무대였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에서처럼요. 정교함이라는 것이, 기교라는 것이 그렇게 하나의 순정으로 다가오기 위해서 그 사람은 얼마나 치열한 길을 걸어가야 했을까요. 그 두 무대에서 어떤 구도적 경지에 다다른 '최선'이라는 것을 본 기분이었어요. 이렇게 '힘껏' 떨어질 수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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