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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불후의 명곡2 - 이기찬 '님은 먼곳에' : 신기한 변이
2011-09-22 , Thursday

*저는 요즘 유행하는 '서바이벌류'의 음악프로그램들을 안 봅니다. 거창한 이유를 댈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TV 자체를 거의 안 봐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저렇듯 많은 가수들이 오랫만에 TV에서 노래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 '제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무대'도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했습니다. 큰 기대는 아니었습니다만.

*그런데 오늘, 무심코 인터넷 어딘가에서 '불후의 명곡2' 대기실에 앉아있는 이기찬의 모습을 보곤, '우와, 톡시다!!'라고 외치며 후다닥 그의 영상을 찾아보았습니다(밑의 글에 소개했지만 그는 요즘 뮤지컬 '톡식 히어로'의 주인공 톡시로 출연 중입니다).

*'톡식히어로'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이 너무 '틀을 깨는 것'이라서 - 그게 그냥 뮤지컬 무대 위에서만의 것인지, 아니면 군에 다녀온 그가 총합적으로 하나의 틀을 깬 것인지가 궁금했습니다.

*이기찬은, 대단히 아름다운 음색을 가진 발라디어인데, 자기 보컬의 틀이 꽤 강합니다. 딱 들으면 대번에 알 수 있는 기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죠. 전 그것들을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틀'이 조금 굳어져 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발라드 가수'라는 양식 속에 안착한 가수라서 더 그랬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찬은 언제나 지켜보고 싶은 가수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톡식히어로'의 '히어로'가 이기찬이라는 사실을 들었을 땐, 대단히 반가웠습니다. 여러모로요. 그냥 그의 노래를 오랫만에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울듯 했는데, 공연장에 가보니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기찬이, 자신의 기존틀에 그야말로 해머질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어깨에 힘도 안주고 태연히 하고 있었습니다. 극중 그의 대사대로, '분위기 있는 발라드 가수'가 말입니다. 이건 좀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파괴'가 그의 방송 무대에서도 이어질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어느 정도는 분명 새로운 느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것만으로도 아주 즐거울 것 같아서 해당 무대를 찾아 봤습니다.

*그런데 으헉! 이게 뭔가요?

*이 사람, 살짝 미쳤네요? 아니 이런 기쁜 일이.

*그가 부른 곡은, 김추자의 '님은 먼곳에'. 아주 유명한 1970년대의 가요입니다. 당시로서는 대단히 혁신적인 곡이었죠. 신중현이 작곡한 곡들이 다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전 '케이팝의 맹아'를 서태지로 늘 얘기해왔는데,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신중현의 역사가 단절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우리는 '신중현으로부터 시작하는 케이팝의 장대한 역사'를 가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 곡을 96년에 데뷔한, 케이팝의 초기 세대에 속한 이기찬이 부릅니다. 그런데 사실 이기찬의 보컬은, 딱히 '케이팝 세대'적이진 않았죠. 이전 세대의 가요와는 차별화되지만, 그렇다고 전면적으로 새로운 세대의 문법을 취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그래서 대중들에겐 오히려 한결 편하게 다가가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 곡에서, 그는 신중현이 노래 속에 씨앗으로 뿌려놓은 소울풀한 힘을, 재즈와 펑키가 가미된 새로운 느낌으로 받아안네요.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면서요. 아, 이런 거 정말 좋단 말이죠. 이건 마치 예전에, 활동 중기의 이적이 일정한 시기를 거치면서 어느새 흑인 음악적 베이스가 짙은 보컬을 구사하기 시작하던 때를 연상시키네요. 그는 그런 보컬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엄청난 노력을 했고, 결국엔 그만이 해낼 수 있는 아주 진하고 강고한 보컬을 얻어냈지요.  

*이 무대에서 가장 재미난 건, 이기찬의 자세입니다. 막 나가고 있잖아요. 그런데 작위적이지가 않고, 아주 편해보입니다. 내내 그러한 음악과 그러한 느낌과 그러한 흐름 속에서 살아온 사람처럼 보여요. 보는 우리도 편하죠. 그렇게 편한 가운데, 이제껏 자신이 해오던 음악의 틀을 깨고 다른 음악을 보여줬네요.

*그러고보면, '톡식히어로'에서 본 이기찬의 모습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겁니다. 앞으로 새로운 개성을 마구 뿜어내는, 재미난 활동을 많이 해주길 바랍니다.

[피파니아닷컴 piffania.com]




*며칠 전, 이기찬은 뮤지컬 '톡식히어로' 공연 중에 발가락이 부러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그의 회차는, 죄다 또 다른 톡시인 이석준이 해내는 중. 이기찬 트위터에 따르면 - 극중에서 두 악당 '마이클'과 '잭슨'이 너무 무섭게 쫓아왔다군요(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찌나 다시 그 극이 보고싶던지). 그의 회차로 이 뮤지컬을 꼭 다시 보았으면 했기 때문에, 못내 아쉽습니다. 순조롭게 회복해서 그의 바람대로 마지막 주에라도 무대에 설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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