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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젤리스 Soil Festivities 1악장 - 빗소리를 들어보시겠습니까
2015-03-09 , Monday



빗소리는 숱한 음악에 삽입되어 있지만, 그중에서 제 가장 오랜 기억 속에 남아있는 빗소리입니다. '어린 시절'에 들은 후, 엄청나게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걸 들을 겨를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혹은 그간에는 이것과는 다른 종류의 빗소리들을 들으며 살아왔던 것 같기도 합니다.

들어보시길.
음악은 긴데, 빗소리는 바로 나옵니다.

어린 시절, 어느 날 - 방바닥에 귀를 대고 누워 이 음악을 듣노라면, 마치 숲에 누워있는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곧 봄이니까요.
이런 빗소리를 들어야죠.

[피파니아닷컴 piffania.com]



*반젤리스는 그리스의 유명한 전자음악 연주자입니다. 어느 시기에는 많은 영화 및 방송 OST 작곡가로 이름을 날렸으니 아는 분들도 많으실듯.  '불의 전차'나 '블레이드 러너' 등의 음악을 만든 사람입니다. 영화와는 별개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거대하고 단단하게 구축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어느 시기의 작품들'은 제가 대단히 좋아하던 것들이기도 했습니다만, 사실 제가 이 사람의 음악을 더 적극적으로 접하게 된 것은, 존 앤더슨과의 협연 때문입니다. 존 앤더슨은 'Yes'라는 프로그레시브락그룹의 보컬리스트였습니다. 예스는 지금도 활동 중이지만, 그들의 최전성기는 70년대였고요. 존 앤더슨은 지금은 멤버가 아닙니다. 전 이 그룹이 언제나 참 이상한 그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존 앤더슨은 제가 아는 한에서는, 팝씬에서는 제일 '이상한 보컬'을 하는 사람입니다. 많은 팬들이 '천상의 목소리'라고 그를 칭송합니다만, 전 정말 이상한 목소리이고 이상한 보컬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꼭 좋은 뜻으로가 아닙니다. 그런데 '뭐가 저렇게 이상해'라고 짜증을 내다가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열렬한 팬이요. 원래 전 그런 타입의 감상자는 아니라서, 그 이후론 그런 경우는 딱 한번 빼고는 더 없었습니다. 그 두 케이스 중에서 더 이상한 건 '존 앤더슨'쪽이었고요. ^ ^

그런데 자신의 취향과는 전혀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말입니다. 그 사람의 음악이, 제 취향의 벽을 허무는 효과가 있습니다. 내 원래 성격이나 취미로는 도달하지 못하는 지점을, 그 사람을 통해서 가는거죠. 그리곤 새로운 영역이 내 감각과 지각의 범위로 들어오는 겁니다. 그렇다고 이걸 억지로, 일부러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알게모르게 큰 이득이 생깁니다. 그건 마치 육식밖에 모르던 짐승이 '초식'의 묘미도 알게되는 것 같은 일이죠. 그래서, 어린 분들이나 젊은 분들은 - 자신의 문화적, 혹은 예술적 취향과 다른 무언가를 맞닥뜨렸을 때, 그래서 바로 돌아서려고 하는데, 뭔가 기묘한 느낌이 남아서 마음 속에서 일렁인다는 느낌이 들면, 그 느낌에 한번쯤 기회를 더 주는 건 어떨까 생각합니다. 가끔 인터넷 댓글에서, 그런 글들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싫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 이야기가 생생하고 진실한 겁니다. 그때 그 사람은 거대한 문의 앞에 서 있는 셈입니다. '좋다'는 느낌 이상으로 '싫다'는 느낌도 하나의 출발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걸 볼 때면 마음 속으로 '열어!'라고 응원합니다.  ^ ^


*아, 그런데 이 음악, 그리고 이 음반을 제대로 들으려면 - 제대로 된 음향기기로 들어야 합니다. 전 그때 LP판과 소위 '전축'이라고 부르는 턴테이블 오디오로 들었지요. 지금은 저도 그냥 작은 컴퓨터 스피커로 듣고 있습니다만. 이 곡의 원 느낌, 원래 힘은 이런 식으로는 제대로 구현이 안됩니다. 이 곡을 좀 더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꼭 CD 혹은 더 높은 음질의 파일, 그리고 더 좋은 스피커로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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