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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OST] 이승열 - 날아 (Fly) MV
2014-12-21 , Sunday



*'미생'이 끝났네요. 아, 재미있게 봤어요. 오랫만에 드라마를 볼 수 있었네요. 후반부의 몇가지 흐름에 대해선 시청자들 사이에 이런 저런 불평들도 나왔겠지만, 저 개인적으론 오랫만에 '챙겨볼 수 있는' 드라마가 나온 것만도 어딘가 싶습니다. 요즘엔 어찌된 셈인지, 꽤 호평을 받은 드라마들조차도 좀처럼 재미있게 보질 못했거든요.

*20회, 혹은 20국은 마치 환타지 같았지요. 어떤 면에선 좀 신파이기도 했고, 어떤 면에선 '헛소리'이기도 하고, 또 '선문답'이기도 했죠. 그래도 전 창작자들이 두 손을 크게 벌리고 멀리 가려고 하는 쪽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라 괜찮았습니다. 특히 끝부분은 극의 연장이라기보다는 - 영업3팀의 세사람이 다시 조우하는 데에서 사실상 드라마는 끝나고, 일종의 보너스 영상이 뒤에 따라붙은 느낌이었는데, 전 그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상사맨들이 꿈꾸는 '삶의 원형' - 처음 동서양을 잇던 상인들의 대상로까지 이들의 여정이 이어지는 것 좋지 않나요. 그건 어쩌면 이들이 물리적으로 해낸 여행이라기보다는, 이들의 정신이 꿈꾸는 가장 드높은 지점같은 것일 겁니다. 사장님 결제받으려고 뛰는 것이 아니라, 인류를 위해서 한발 한발 나아가는 거대한 여정의 일원이 되는 것요. 이상주의는 요즘 '유행상품'은 아니지만, 전 언제나 이상주의를 좋아하는 쪽이라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꿈의 원형'은 도전을 하고, 용기를 내고, 파격을 꾀할 때, 우리에게 엄청난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힘의 원천이죠.

*아쉬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 또한 결국엔 '슈퍼맨들의 이야기'가 되었다는 점이죠. 미생 임시완, 아니 장그래는 마지막회에 슈퍼맨이 되어서 건물 사이도 점프하고, 자동차에 부딪혀도 살아남고, 사막을 달리는 자동차의 운전대를 잡습니다. 사실 따지자면, 장그래가 내내 애틋하고 측은해보이긴 했어도, 워낙 바둑 영재였고, '원인터'도 수재들이 모이는 곳이니 애시당초 이 드라마 역시 꽤나 '선택받은 젊은이들'의 이야기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보통 젊은이들의 감각'이 어느 정도 있었다면 그것도 날라갔죠. 그리하여 세상의 수많은 곳에서,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소리없이 자리에 앉아있을, 혹은 그 자리에서도 밀려날 진짜 미생들의 '이루어지지 못한 꿈들의 이야기'는 말미에는 좀 뒤로 밀리긴 했습니다만 - 역시 그걸 이 정도만큼 건드린 것만 해도 어디에요. 2014년의 대한민국에서 말입니다. 장그래가, 사장의 아들이 아닌 것만도 감사해야죠.

*그나저나 이 드라마가 남긴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이승열의 노래입니다. 2014년 나온 노래들 중, 그야말로 베스트로 손꼽힐만한 훌륭한 곡이, 이 드라마에서, 그리고 이승열에게서 나왔네요. 드라마를 감싸면서 이 곡이 만들어내는 힘은 정말 굉장했지요. 이 작품이 가진 '가장 강한 힘'을 음악으로 그려낸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아주 오래전 - 까지는 아니고, 90년대 한창 케이팝(좁은 의미의 케이팝요~)의 맹아적 음악들이 우수수 등장할 때, 보컬적 측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보컬을 선보인 뮤지션들이 있었죠. 대중적 계열에 솔리드, 김건모, 유영진 등이 있었다면, 락씬에선 이승열과 방준석이 결성한 유앤미블루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보컬뿐 아니라 음악 전체로서의 완성도가 정말이지 엄청난 작품들을 이들은 발표했었죠. 정말 좋은 음악이었습니다. 한해 한해가 지날수록 그 가치가 더욱 새로와질 만큼요. 그 흐름이 어떤 식으로 이어지나 했는데,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음악에 이들이 참여하면서 빛을 발하더니, 또 이렇게나 아름다운 곡을 선사해주네요. 예전에는 미처 느낄 수 없던 질감의, '지금 이곳 우리들에 대한' 강한 밀착력까지 가지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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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변호인'은 보지 못했습니다. 아직은요. 볼 수 있으려면 좀 더 시간이 흘러야 할듯. 그래도 미생의 주인공인 임시완이 좋은 배우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라도 짐작키는 어렵지 않았습니다만, 이 작품에 출연한 덕분에, 이 사람을 볼 수 있었네요. 이 사람은, '정적인 연기'가 엄청나게 좋네요. 움직임도 전혀 나쁘진 않지만, '움직이지 않을 때'의 힘이, 표정 연기도 무척 좋지만 '표정을 짓지 않을 때'의 힘이 엄청나게 강한 사람이에요. 드라마 촬영장의 카메라가 사랑하는 종류의 사람들이죠. 그냥 거기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위를 환기시키는 능력.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마저도 '무슨 일이야?'라고 되묻게 만드는 힘이죠. 그는 그 힘으로, '미생의 양식으로 존재하는 삶들'에 대해서 우리가 관심을 갖게 만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보고 있던 재벌 자제들의 이야기 따위는 간단히 내팽개칠 만큼 말입니다. 물론 훌륭한 원작과 공들인 연출이 존재하지만, 그의 힘도 정말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극은 독특하게도, 극적인 사건들이 교차되는 순간들 이상으로, 그냥 장그래가 우두커니 서 있던 장면들이 더 극적인 힘을 뿜어내고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죠. 미생의 주제의식을 - 원작에서 드라마로 이어지는 가장 강한 주제의식을 드러내보여준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면, 바로 임시완의 '정적인 연기'가 뿜어내는 힘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소리내어 항변할 수 없는, 그저 눈을 내리깔고 입을 다물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가 바로 그 힘으로 보여주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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