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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 데빌 쇼케이스 - 마이클 리: 반가운 '가세'
2014-08-18 , Monday



*'더 데빌'은 8월 22일부터 11월 2일까지 종로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되는 창작뮤지컬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라고. 그리하여 무대는 월스트리트. 주식 브로커 파우스트가 주식의 대폭락 사태를 경험한 후, X의 유혹에 이끌려 악의 세계로 들어서는 내용이라고 한다. 장르는 락. 출연자는 3명. 이지나 연출. 위의 클립은, 쇼케이스의 무대 영상(이날 초대된 청중들이 찍은 동영상이  유튜브에 많이 올라왔는데 그중 하나를 '모셔'왔다).

[*8월 23일 낮 공연 관람 후 추가하는 몇가지 사실: 이 작품은 만 16세 이상 관람가이다. 유의하시길. 마이클 리가 맡은 X의 출연 분량은, 존 파우스트보다 상당히 작다. 극적 비중은 작지 않지만 말이다. 작품의 구조, 흐름, 내용은 좋게 말하면 ^ ^ 난해한 편에 속한다. 자세한 내용은 따로.]  

*작품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진짜 소개할 것은 그중 X의 역을 맡은 배우 마이클 리이다. 내가 뮤지컬 장르의 팬은 전혀 아닌지라, 이 소식 자체를 귀기울여 들은 것은 마이클 리 때문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이 뮤지컬 배우에게 깊은 관심을 갖는 이유야, 당연히 딱 한가지다. 그는 흘륭한 배우이고, 매력적인 스타이지만, 그 이전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넘어서 정말로 뛰어난 보컬리스트이다.

이 무대 영상을 보면서, '어, 프로그레시브락 같네'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 뮤지컬 자체가 프로그레시브 락 뮤지컬을 표방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그레시브 락은, 1960,70년 즈음의 영국에서 유행했던(?) 락 장르. 다르게 말하면 핑크 플로이드가 속한 장르다. 그런데 워낙 특이하고 다양한 음악들이라 이 장르의 여타 뮤지션들은 핑크 플로이드와는 전혀 다른 음악을 한다. 각자가 다 다른 음악을 하는 장르인 셈. 심지어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도 음반마다 다 다르지 않은가.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공식을 단순화시켜서 말하면, '하드락+클래식' 정도. 위의 음악이 딱 그런 감각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거기다 보컬 측면이 강조된 셈인데, 저런 넘버들이 20여곡 넘게 포진하고 있다고. 파워풀한 유형의 보컬을 갖춘 뮤지컬 배우들에게 상당히 도전적인 작품이 될 듯. 그러니 마이클 리 말고도 가창력에선 내노라하는 배우들이 잔뜩 포진해 있다.

그런데 프로그레시브락은 '하드락+클래식'의 공식을 따라가되, 숨겨진 공식 하나가 더 있다. 절대로 '팝화'되지는 말아야 한다. 즉, 선율이 가볍거나 친숙하게 들리는 순간, 그냥 '유로팝'이 되는 거다. 그러니 무거워야 하고, 좀 이상하기도 하고, 좀 변칙적이기도 해야 한다. 일부러 그러지야 않겠지만 결과적으론 그렇게 된다. 위의 음악은, 그중에서도 살짝 거친 스타일인듯. 나는 좋다. 마이클 리의 보컬도 자연 거칠다. 그런데 원래 이 사람의 스타일은, 커리어를 보자면 오히려 스탠더드 계열에 가깝다. 그 느낌은 여기 있다. 2011년 SBS에서 방영된 음악회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대표 넘버 'This is the moment' 실황. '정격'이라 해도, 힘과 박력은 어느 순간 정격 전체를 뒤흔든다. 정격의 흐름을 배반하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번개가 치는 것도, 괴물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지만, 계곡의 샘이 흐르고 흘러 광대한 대하를 이루는 종류의 박력, 그런 느낌을 맛볼 수 있다. 대단하지 않은가.
    


*위의 무대가 '브라보!'소리가 절로 나오는 가창이라면, 이번에는 우리 모두를 말 한마디 못하고 망연자실하게 만들어버리는 무대다. 바로 지난 2013년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그는 예수 역을 맡았고, 마치 기적과도 같은 무대들을 한국의 청중들에게 선사해주었다. 공연 기간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의 겟세마네는 나날이 더 위대해져 갔지만, 이 프레스콜 버전 또한 그 감동을 전하기엔 전혀 모자람이 없다. 그저 하나의 무대 클립이지만, 마음의 준비 없이 그냥 보시라고 하기엔 좀 죄송스럽다. 보컬적인 면에서, 그리고 정서적인 면에서 너무 파워풀해서, 자칫 지켜보는 쪽에서 '동조'가 이루어지면, 함께 기가 소진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보시라. ^ ^ 어쩌겠는가(그런데 난 이 작품을 본 작년이라면, 아마 이 클립을 올릴 엄두를 나 스스로가 내지 못했을 듯 하다. 지금에야 좀 괜찮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사람이 JCS(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주연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가 원래 활동하던 미국에서 2011년에 공연한 전적이 있다. 독특하게도 그는 거기서 예수와 유다 역을 동시에 맡는다. 즉 어떤 회차에선 예수 역을 맡고, 다음 회차에선 유다 역을 맡는 식이다. 예수와 유다가 모두 주역인데, 각자의 넘버 갯수는 그다지 많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하다. 그리고 나 같은 방식의 '주연 보컬' 중심 감상자에겐 그야말로 꿈의 방식이다. 그래서 정말 행복하게도 우리는 유튜브를 통해서, 마이클 리가 부른 유다의 넘버 Superstar와 Heaven on their minds도 접할 수 있다. 유다의 넘버들은 한결 소울풀하고, 한결 펑키(funky)하다. 예수의 서사적 블루스와는 대조되는 방식. 그런데 소울+펑키는 나름대로 상당히 어려운 가창을 요구하는 장르이다. 리듬과 그루브를 살려서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정격적으로' 뛰어난 보컬리스트들이라 해도 잘 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JCS의 예수들은 대개 뛰어난 보컬 역량을 갖춘 인물들이지만, 그들이 모두 유다의 넘버를 잘 소화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무래도 방식이 다르니까. 아, 그런데 마이클 리는 그야말로 일급의 리듬감, 일급의 그루브를 들려준다. 예사로운 보컬리스트가 아님을 또 다른 방식으로 알 수 있다.



*유다의 Heaven on their minds는 장르 면에서는 Superstar와 다소 다르다. 이건 펑크(punk)한 에너지에 더 가깝고, 그러면서도 사이키델릭하고 살짝 프로그레시브하다가(즉, 몽환적이기도 하고 구조적이기도 하고) 그러다가 안드로메다로 가는 정말로 난해한 구조의 곡(나도 장르를 생각하면서 들어본 것은 처음인데 정말 '복잡했군요')이다. 그리고 마이클 리의 해석과 가창은 이 곡에서도 역시 정말 좋다.


*이런 보컬리스트였는데, 그는 어쨌든 그간엔 '미국'에 있었다. 그가 어디에서 활동을 하든 중요하진 않았다. 그는 아주 훌륭한 보컬리스트였다. 그것이 중요했다. 그런데 나는 그가 한국으로 와서 '마음껏' 활동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그가 '아시안'인데, 미국 뮤지컬계에 적(籍)을 두다 보니, 그가 해낼 수 있는 역의 폭이 심각하게 좁았기 때문이다. 그건 '인종차별'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해당 국가의 주요 청중들이 있고, 그들을 대상으로 '연극적 공연물'을 올리려면 보다 큰 풀(pool)의 인종을 주인공으로 올리는 것이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특히나 대형 뮤지컬들은, 실험적인 선택을 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니 말이다. 물론 그게 꼭 철칙은 아니어서, 그는 그 와중에서도 많은 극의 다양한 배역으로 출연을 하고 자리를 잡았다. 그것만 해도 대단했다. 그러나 난 그가 더 큰 무대에서, 더 큰 역을 많이 맡는 것이 당연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한국 뮤지컬계에서도 그가 정기적인 활동을 하길 바랬다. 그런데 지난 JCS를 기점으로, 그는 아예 한국을 떠나지 않고 계속 뮤지컬에 출연하고 있다. 이 아니 기쁜 일이란 말인가.

'이쪽 시장에의 완전한 착륙'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의 언어는 영어이고, 그는 한국어가 서툴다. 대사의 발음을 중시하는 관객들은, 그의 발음이 불만스러울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정서적인 문제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분명 나아지고 좋아지지 않을까. 영민하고 성실한 배우인 듯 보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얘기는 함부로 앞서 가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기다 난 그의 작품을 모두 챙겨보거나, 뮤지컬을 많이 보는 청중도 아니니, 오히려 이렇게 한가롭게 얘기하는 지도. 실제로는 좀 팽팽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처음 소개한 '더 데빌'의 쇼케이스 클립을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 '마이클 리가 이제 한국어를 느끼면서 노래하는구나'라고 말이다. 물론 지난 JCS 당시에도, 난 이미 그의 한국어 겟세마네를 통해 감동의 극한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언어'로 말하자면, 거기엔 다소 기계적인 조합의 느낌은 존재했다. 그에게 한국어란 아직도 '기의'와 '기표'가 분리된 '부호'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던 것이다. 거기다, 발음 상의 문제와는 별개로, 영어에서 사용하는 감성의 조율력, 혹은 창법적 테크닉의 구사력을 전개하는 부분에서 분명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 한국에서 '다작'을 하면서, 그는 계속 그 문제와 '투쟁'하고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위의 클립에선 그 '결과의 일단'이 느껴진다. 훌륭한 보컬리스트들은, 특히나 뮤지컬 배우들은 언어를 부리는 궁극의 마술사이다. 그래야 하고, 그렇게 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언어는, 조금쯤은 다른 힘을 가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마이클 리는, 언젠가는 '한국어라는 언어'가 더 더욱 익숙해지면, 그에 걸맞는 더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들려줄 수도 있지도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더 데빌'은 아주 흥미로운 무대가 될 수도 있을 듯(역시, 난 뮤지컬 작품보다는 주연 배우의 보컬에만 관심이 온통 쏠려있는, '잿밥 중심의 뮤지컬 관객'이다. ^ ^)

*어쨌든 저쨌든 그가 한국 뮤지컬계에 이제 여권을 들고 손님으로 서 있기보다는, 방안에 자리잡고 앉은 느낌. 난 그것이 너무나 반갑고 좋다. 에전엔 마이클 리의 무대를 보면서 '미국에, 한국계의 좋은 보컬리스트가 한명 있네'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미국쪽의 '내가 좋아하는 보컬리스트들' 숫자를 하나 올렸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 쪽 '내가 좋아하는 보컬리스트들' 숫자로 계산해도 되겠다. 근년 들어 한국은, '가창 담당 음악의 신'에게서(만은), 꽤나 사랑받는 지역이다. 예전에도 안 그랬던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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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데빌의 쇼케이스에서 마이클 리가 부른 또 다른 곡. 구조적으로 살짝 좀 더 난해한 계열의 음악. 아직 호흡이 덜 맞는 듯 어수선해 보이지만 어쨌든 재미있다. '보컬을 감상하는 맛'은 엄청난 뮤지컬일 듯.



*'더 데빌' 출연자 인터뷰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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