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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 위를 달리는 고속 철도: 네트
2014-01-26 , Sunday

우리나라 인터넷 속도가 빠른 것을 부러워하는 외국인들의 반응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정말이지 우리나라 인터넷 속도가 빠르긴 하죠. '통신 속도가 빠른 것에 대한 부러움'은 속도가 느린 것이 어떤 것인지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짐작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제게도 그 느낌은 이제 가물가물하지만, 하이텔이나 천리안 시절, '1메가'의 수치에도 감격하고 조바심치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르긴 합니다. 그때는 정말이지 '더 빠른 인터넷 속도'야말로, 파라다이스로 가는 고속전철로 느껴질만큼 간절했죠. 그러다가 우리나라에 인터넷을 위한 광케이블이 깔리면서 '찬란한' 역사가 탄생했네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을 가진 나라' - 우리나라죠.

그런데 얼마전 이런 통계도 봤습니다. '세계 학생 행복지수' 조사였던가요. 거기서도 우리나라가 1위였죠. '불행한 쪽'으로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가장 불행하다고 느끼는 쪽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통계를 본 우리들 중 누구도 '믿을 수 없어'라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들 모두는 그걸 이해할 수 있었죠. '그럴거야'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겁니다.

공부하느라, 혹은 공부하는 척이라도 하느라, 바쁘고 정신없겠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이 그렇다고 인터넷을 덜 하지는 않을 겁니다. 꽤, 아니 아주 많이 할 겁니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은 우리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해주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된 게 분명하네요.

인터넷이 뉴미디어로 급부상했을 때, 우리 모두는 인터넷이 '소통의 도구'가 되리라 기대했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만 대화를 건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화하는 상대에게만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서 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완벽하게 그런 세상은 열렸습니다만 - 그러한 기술을 가장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그 혜택을 남김없이 향유해야할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기묘하게도, 행복해보이지가 않습니다.  

예전에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홍보차, 워쇼스키 남매가 내한해서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을 때, 이런 논지의 얘기를 했었죠. 자신들을 인터뷰하던 한국 기자들이 정작 인터뷰하는 취재원인 자신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노트북 자판만 보고 있어서 이상했다...라고 말입니다. 한국이 인터넷 망이 가장 발전했다고 알고 있는데 정작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지 않는다...라고 말입니다. 그때 방송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네요. 저렇게 짧은 시간, 한국을 방문하고서도, 이 사회에 대해서 가장 의미심장한 지점을 짚어내는 '감'을 가진 사람들이구나 라고 감탄했습니다.

아주 오래전, 우리 모두에게 유행처럼 번졌던 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한 대사 '오겡끼데스까(잘 있나요?)'는, 단순한 외국어 인삿말의 의미를 넘어, 이제는 '도달할 수 없는 상대에 대한 안부인사'의 메타포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이 생기고 나서 우리는 편지를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만... 그걸 문득 묻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네트의 맞은 편, 말없는 당신, 안녕하십니까. 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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