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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 Shadow - 그림자가 빛이 되는 지점
2013-07-27 , Saturday



1

비스트의 이번 정규 음반 타이틀곡 Shadow의 첫 인상은, 생각보다 밋밋합니다. 요즘 소위 말하는 흥행 넘버들이 가지는 - 귀에 딱 들어오는 '후크 라인'이 있는 곡은 아닙니다. 즉, 듣자마자 '대박이겠네'하는 느낌을 주진 않습니다. 그런데 후크를 중심으로 간다는 건, 양날의 칼이기도 합니다. 귀에 착 들어온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뻔하다'는 의미도 되니까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후크 중심의 음악에 진력을 내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것을 하려들면, 듣는 이에게 낯선 느낌을 주게 되는데 - 요즘의 우리 가요계의 흥행 구조는 그런 낯선 느낌에 인내심을 가지고 받아들여주는 분위기 또한 아니죠. 가수들이나 제작자나 고민이 많을 겁니다. 그 밸런스를 잡으려면요.

여기서 비스트는 2번을 택합니다. 말하자면, 통상적으로 쓰이는 흥행 공식적 수법으로 가기보다는, '다른 쪽'을 택한 거죠. 위험 부담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비스트처럼 완전히 주류적인 팀이, 특히나 이번 앨범이나 활동을 꽤 중시하는 듯 보이는 상황에서 이런 시도를 할 때에는, 다른 건 차치하고, 일종의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곡 얘기로 다시 돌아가자면 - 저 역시도 '첫 인상은 밋밋하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툭 하고 맹렬하게 승부수를 던지는 곡들을 제가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닌지라, 그게 부정적인 인상은 아니었습니다. 곡의 노선이나 힘은 좋았습니다. 잡다한 잔재주도 없었고, 장식만 요란하게 한 곡도 아니었습니다. 차분하고 정직하게 제 역할을 하는 멜로디들이 일관성있게 모여서, 건실한 구조를 이룬 곡이었습니다. 전 좋았어요. 그런데 특이한 걸 발견했습니다. '발견'이라기엔 별건 아니지만, 처음 곡을 듣고난 뒤, 머릿속에 남은 곡의 잔상이 'Shadow~ Shadow~'하는 코러스 부분이더라고요. 이 부분은, 곡에서 멤버들의 보컬력을 강하게 드러내거나 절정부를 이루는 부분이 아닙니다. 계속 반복은 되지만, 그냥 에코 이펙트같은 장식적 느낌이죠. 그야말로 곡의 절이 끝날 때, 마치 그림자처럼 툭 하고 떨어지는 부분입니다. 전 이런 종류의 소절엔 대단히 무덤덤한 편인데, 시간이 지나니 이 부분이 의외로 머릿 속에서 맴돌던데요. 그래서 곡을 다시 찾아듣게 만들더라고요.

재미있는 구조라고 생각했습니다. 곡의 절정부가 아니라, 곡의 메인 멜로디부가 아니라, 곡의 '잔상'이 기억에 남다니 말입니다. 댄스음악에서는 이러한 반복구들이 보통 신나는 분위기를 더해주기 마련인데, 이 구절은 그 반대의 효과를 가진 점도 특이하죠. 뒷덜미를 슬쩍 잡아끄는 느낌이에요. 그야말로 '그늘'같은 느낌인 거죠. 그렇게 따지면 이 곡에서, Shadow는 단순히 가사 뿐만이 아니라, 구조적, 정서적으로도 하나의 테마로서 기능하고 있는 셈인가...하고 생각했네요.

이들이 가진 자신감의 실체는 방송 무대에 이들이 오르자마자 바로 드러나더군요. 이번 이들의 Shadow 무대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멤버 1인의 솔로 댄스 무대, 멤버 2인의 듀엣 댄스 무대, 멤버 5인이 춤추고 1인이 노래하는 구성부터, 멤버 6인의 군무까지 - 단 한곡의 무대에서 다채로운 구성들이 펼쳐지는 것도 재미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모든 세트들 속에서, 멤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죄다 '살아있네요'. 멤버 용준형이 작곡을 하고 프로듀싱을 한 음반이라서인지, 곡과 무대가, 이 6인조 그룹의 개성을 완전히 받아안고 있습니다. 누가 준 게 아니라, 자신들이 자신들 무대를 만들어낸다는 느낌이 너무나 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과거 1, 2세대 케이팝 뮤지션들이 만들어냈던 일사불란함과는 또 다른 느낌의 무대에요. 멤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개성, 그들 각각이 추구하는 음악적 지향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듯 느껴질 정도에요.

전 언제나 장현승의 보이스와 스타일이 상당히 특이하면서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케치북에서, 멤버들이 '4차원적'이라고 그를 일컫던데, 바로 그런 식으로 '누가 뭐라든 난 나야'하는 느낌의 춤을 추며 만들어내는 도입부 무대는 정말 좋습니다. 데뷔초의 소년같은 느낌이 싹 물러나고, 섹시하면서도 유연한 선을 만들어내는 이기광의 무대도, 한결 성숙해졌지만 여전히 숫기없는 소년같은 느낌을 자아내기도 하는 손동운의 무대도, 통상의 아이돌 그룹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중후한 남성적인 느낌을 스타일리쉬하게 드러내며 곡의 무게를 잡아주는 윤두준도 그렇고, 어딘가 마법의 샘에 가서 '반짝 반짝 빛나라'는 주문이 걸린 생명수라도 뒤집어쓰고 나온 듯한 양요섭까지 - 이들은 춤과 보컬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 없는 무대를 만듭니다. 아, 예전보다 살짝 비틀린 느낌의 랩으로 정교하게 전체 톤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프로듀서 용준형도 있군요.  

[ 상단 링크 #1: http://youtu.be/_lXgkPNT4fo ]



2

...라고 까지 쓰고 잠시 시간을 둔 사이에, 이들의 방송 무대는 계속 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8일의 인기가요 무대를 보았네요. 언제나처럼 에너지 넘치고, 이번 곡의 장점을 멋지게 끌어낸 무대를 보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뭔가 다릅니다. 뭔가, 저런 식의 비스트 무대는 처음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건 뭐지?'라고 생각하면서 재차 삼차 그 무대를 지켜봤네요.


[ 링크 #2: http://youtu.be/cwAAt_NPbk0 ]


정말 기묘한 느낌.

계속 보다보니 조금은 그 차이를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들은 아주 잘했고 아주 근사했죠. 그리고 무언가가 변해 있었습니다. 뭐냐고요? 이들의 자세요. 이들이 이렇게 '거만한 무대'를 만드는 건, 처음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조용히 일하던 사환 아이들이, 갑자기 눈을 빛내며 뚜벅 뚜벅 다가와서, '이건 아니잖아요...'라고 나직이 말하는 느낌이었달까요.  

비스트는, 그러고보면, 언제나 그런 느낌이 있었습니다. 한 수 접은 느낌요. 그들의 무대가 활력이 덜 넘쳤다거나, 그들의 무언가가 아쉬웠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진 않았죠.  단지, 우리나라의 선두급 기획사에서 대표그룹으로 발탁되어, 데뷔할 때부터 '내가 제왕이오'하는 느낌을 실제로든, 혹은 억지로든 일단 휘둘러보는 경우와는 좀 다른 정서를 이들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지배자'형의 눈빛은 먹히면 좋은데, 안 먹히면 유치한 아이돌의 클리쉐에서 멈추고 말죠. 하지만 어쨌든 큰 시장을 겨냥한 아이돌들은, 눈에 힘을 잔뜩 주고 나오긴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처음부터 그걸 갖고 있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덜 부담스러워했고, 한결 대중적인 포지셔닝을 할 수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건 비스트가 가지고 있던, 꽤 특이하고 개성있는 '감성 영역'이기도 했습니다.

데뷔 당시 화제가 되었던 바대로, 이들은 실제로 앞선 시기에 '패배'를 경험했던 사람들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기회를 잃거나' 했던 사람들입니다. 닿을락 말락하는 '연예인의 꿈'에서 추락할 위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죠. 이런 경험이 위와 같은 인상을 주는데 영향을 끼쳤을까요. 딱히 그러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가시적으로는요. 이들은, 금방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전 묘하게도 어느 한편으로는 그런 느낌을 계속 받았습니다. 좋은 의미로요. 그들은 좀 더 유연했고, 좀 더 무덤덤했고, 좀 더 '근로자'적이었어요. 즉, 자신들의 이미지를 뻥 튀겨서, 엄청나게 아우라를 풍기려하기 보다는, 작업장에서 부지런히 땔감을 주어다 쌓는 일꾼들처럼 노래하고 춤추고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그랬다는 의미입니다. 분명 이들도 파워풀한 댄스음악을 하고 있었고 강한 이미지를 컨셉으로 삼는 곡들도 있었습니다만, 동시에 금방이라도 돌아서서, 주머니춤에서 팜플렛을 꺼내, '비스트입니다'하고 건네줄 것 같은 실용적인 흐름 또한 엿보였던 거죠. 그런 의미에서 - 이들은 겸손해보였습니다. 이건 딱히 도덕적인 칭찬의 의미가 아닙니다. 그냥 그래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인기가요 무대에서는 - 그 '영업맨'의 느낌이 사라졌어요. 그 '겸손한' 느낌이 없어요. 춤조차 도도하게 느리고(전 언제나 춤을 가장 잘 추는 사람들은 가장 빠른 동작 속에서 '느린 느낌'을 시연해낸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시선은 앞을 똑바로 향하네요. 약속이나 한듯이, 하지만 약속한 것 같지는 않은 듯 말입니다. 이게 '연출상의 필요'에 의한 눈빛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자연스러운 시선 방향이 달라진 겁니다. 더 중요한 건, 단순히 시선의 방향이 아니라, 눈빛 자체입니다. 여유있고 자신만만하게 자신들의 노래와 무대에 집중하고 몰입한 눈빛입니다. 그래서 연출된 느낌이 물러나고, 흐름이 자연스러우며, 무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청중들의 시선을 자신들에게서 떼지못하게 하는 힘을 가졌어요.

그것을 받쳐주는 건, 이들의 한층 더 치밀해진 안무이고, 유연한 동작들이고, 그 가운데에서 더욱 힘차고 농밀하게 불러내는 노래 소절들, 근본적으로 자신들의 곡에, 자신들의 개성을 그대로 투영해가며 만들어내는 무대이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런 모든 것들이 합쳐서, 마침내 이들이 드러내는 새로운 얼굴을 만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이걸 이날 무대에서 여실히 느꼈지만, 그간의 숱한 경험과 활동들을 통해서 이들이 착실히 갈고 닦아온 것들이 이제 다양한 디테일로 드러나는 것이겠죠. 가령, 지난해 12월의 연말 시상식에서 이들의 무대들도 이미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힘을 뽐내고 있었으니까요.

데뷔 이후 지금까지 한시도 쉼없이, 모든 무대에서 MR반주의 덧칠에 의존하지 않는 강한 라이브를 해온 이들은, 이제 팀 멤버가 정규 음반의 프로듀서로 수록곡을 모두 작곡한 아이돌 그룹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멤버들의 보컬 모두, 춤을 추는 가운데에서도 안정감과 힘, 개성을 가지고 있고, 앨범 수록곡들은 '군내없이' 이들의 젊은 감성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소위 인기작곡가들이, 유행코드랍시고 담아내는 통속적인 느낌이 아니라, 강하든 약하든 비스트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이 담긴 음반이죠. 그리하여 이들이 지금 보여주는 눈빛은, '기획사에 의해서 훈련받아 만들어낸 제왕적 이미지 연출의 눈빛들'과는 또 다른 종류의 힘을 가지고 있네요. 진짜 힘이죠. 단순히 이들이 성공을 해서가 아니라, 음악과 무대를 손안에 거머쥐고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만들어냈다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힘인 겁니다.

그래서 더욱 근사한 무대였네요.
그림자을 거치고 나온 빛처럼, 이들의 모습이 바로 그런 힘으로 빛나는 무대였습니다.

[펌허용/피파니아닷컴 piffania.com]










*그리고 또 미적거리다보니, 이제 비스트가 활동을 마감했네요. 번번히 시의성을 따르지 않는 글들이 되어서 죄송합니다만, 현재는 저희가 정식 업데이트는 거의 할 수 없는 시기이다보니, 양해부탁드립니다.

*늦어진 김에, 이들이 활동 마무리로 부른  How to Love 무대도 같이 올립니다. 정말 좋았죠? 초반부 용준형의 랩과 양요섭의 보컬 앙상블은 정말이지 백미네요. 절 후반부에 슬쩍 가세하는 용준형의 보컬도 좋고요.


[ 링크 #3: http://youtu.be/dN-VO73n6eQ ]

*전 어제 8월 31일 이 사람들이 출연한 라디오 방송도 실시간으로 들었습니다(SBS 파워FM 정선희의 '오늘같은 밤'). 요즘 들어서, 가수들이 방송에 출연하면, '음악'이라는 테마 없이, 혹은 가수라는 게스트의 정체성을 외면한 채로 진행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제겐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제의 라디오 프로그램은 좋더군요. 아주 즐겁고도 유쾌한 방송이었어요. 말미에, Be Alright을 선곡해서 들려줬는데, 이번 앨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넘버입니다. 그나저나 이들 음반의 곡들을 다시 보니, 사실 이번 음반은 '가을 음반'의 성격이 참 강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찬 바람이 불 무렵, 이들이 발라드 후속곡으로 활동을 좀 더 해주었다면 정말 좋았을듯. 하긴 곡은 이미 나와있으니, 우리가 찾아들으면 되겠습니다만.

#1분 듣기: 비스트 Be Alright - 괜찮겠니 - How To Love

(재생 중에 게시물을 닫았다가 열면, 음악이 자동 재생됩니다. 유의하시길)

*어제 방송에서, 용준형은 '아직 날개를 펴지 않은 상태'라고 얘기했죠. 저도 조금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제 알맹이는 다 준비되었고, 더 강하게 더 넓게 품을 벌리고 도약을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것이 비스트가 서 있는 단계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전과는 또 다른 의미로의 도약을 기다리겠습니다.  

*아참, 이들은 활동 말미에 팬들에 대한 선물로 용준형과 윤두준의 듀엣 넘버인 I Am a Man을 무료로 공개했죠. 그런데 이 곡이야말로 상당히 임팩트가 강하네요. 좀 놀랐습니다. 곡의 스케일도 큽니다. 편곡을 어떻게 하든 - 가령 락이나 오케스트라 버전을 시도해도 -  다 받아낼 노래죠. 앞으로 이들이 '강하게' 나갈 때의 방향을 예고해주는 전조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두 사람의 버전도 아주 좋았지만, 언젠가는 한번쯤 비스트가 부르는 확장버전도 듣고 싶네요. ^ ^





**이왕 늦게 오픈하는 김에 - 또 추가하는 이야기. 사실 이 얘기는 너무 늦게 하는 감이 있는데, 이 팀은 여섯명 보컬 모두의 음색이 정말 다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모두가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은 음악적 팀웍의 면에서는 분명히 난점이 있습니다. 잘 해내면 정말 훌륭하고 특별해지지만, 많은 경우는 그냥 엉성하게 끝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비스트의 특이한 점은, 이렇게 각자의 음색이 다르면서도, 팀웍을 맞춰가는 방식은 꽤나 프리스타일인 겁니다. 양요섭이 워낙 단단하게 메인에서 버티고 있고 그건 엄청나게 큰 역할을 하지만, 이 팀은 처음부터도 그렇고 지금도 양요섭에게 의존을 하지는 않습니다. 다들 자기 힘으로 서 있어요. 그리고 서로간의 관계도 그다지 강압적이지 않습니다. '음악' 얘기를 하는 겁니다. 보컬들이 모두 '솔로적인 보컬'의 분위기를 일정 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유닛 조합을 때때로 해도 어쩐지 그게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이건 장점일까요 단점일까요. 이건 생각보다 어쩌면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보컬과 보컬의 관계에서, '너 없이는 못 살아'의 분위기가 잘 안 느껴지니 말입니다. 함께 노래해보는 솔로 가수들 6명 같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단 한명도 솔로 가수가 되기 힘든 멤버 6명의 팀보다야 낫겠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전 오히려 흥미진진하게 이 팀을 지켜봤습니다. '프리스타일의 팀웍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팀 자체는 워낙 좋았으니 '무언가 나올까' 싶었지만, '딱히 무언가가 나오진 않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건 미묘하고 어려운 문제에요. 그런데 이번 활동을 보면서 - '아, 바로 저렇게...'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걸 말로 하기란 좀 애매합니다. 누군가 '어떻게?'라고 물으면, 그저 무대에 선 그들을 가리키며 '저렇게...'라고 말할 수 밖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기획사가 고안해낸 해법으로가 아니라, 누가 지시한 방침대로가 아니라 - 그냥 여섯명의 젊은이들이 함께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합'이 나오고 있었거든요. 서로 '야, 그러니까 이건 이렇게 해야 하잖아'라고 떠들썩하게 웃고 얘기하면서 만들어낸 것 같은 자유로운 합 말입니다. 아니, 사실 그런 종류의 합은 이들이 초기에도 이미 보여줬습니다. 전 그 얘기를 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 노력이, 한 고개를 또 넘었습니다. 지금 보여주는 합은 당시와는 또 다르네요. 자유로운 가운데, 눈에 보이지 않게 연결되는 지점들이 생겼어요. 전혀 연관되어 있지 않은 듯 하면서도 밀고 당기는 힘이 생겼습니다. 그것들이 동적으로 구성되고 연결되어 있어서, 거기에 어떤 일반적인 규칙을 적용하거나 끌어낼 수 없지만 - 어쨌든 이 사람들은 '새로운 차원의 합'을 만들어내서 보여줍니다. 어쩌면, 이번 활동 무대에서 제가 가장 즐긴 것은 그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합의 강점? 이겁니다. 너무 편해요. 음악을 듣는 것이, 무대를 지켜보는 것이, 너무 편하네요. 축 처지는 종류의 그런 편함 말고요. 아주 기분좋은 것들이 가져다주는 편안함 말입니다. 틈만 나면 언제든 달려가서 흔쾌히 지켜보고 싶은 편안함 말입니다. 그런 걸 가졌어요. 젊은 그룹이 이런 힘을 가지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인데 말입니다. 계속, 비스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멋진 합을 보여주길, 기대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보여주는 보컬 합의 또 다른 진일보한 형태는, 이번 음반 수록곡 Be Alright에서 더욱 선명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노래 자체도 좋지만, 상당히 정교하고 치밀한 형태의 보컬적 조합을 선보이는 곡이라서 그것만 따로 떼내어 감상해도 대단히 재미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프리스타일의 느낌은 살아있고, 또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편하죠)



***자, 이제 진짜 마지막 링크. 이들의 Shadow무대는 또 만나게 될 것 같지만 말입니다. 일부러 링크들을 올릴 셈이 아닌데도, 또 다른 요소들이 계속 가미되는지라 추가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9월 21일 방영된 음악중심 무대. 이번 무대에서는, 보컬이 정말 좋은데요. 그러니 안 올릴 도리가 있나요. Shadow는 미디움 템포 쪽에 가까운 댄스곡인데, 멤버들 모두의 그루브감은 대단히 강하게 발현됩니다. 그걸 감상하는 재미가 크죠. 그러다보니 발라딕한 보컬 쪽에 더 강한 손동운의 경우는 리드미컬한 흐름에서 살짝 가라앉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무대에선 리듬이 한결 타이트해졌네요. 새롭게 한발을 내딛는 느낌인데, 이런 경우엔 그 한발이 대단히 중요하죠. 앞으로도 계속 나아가주길.

양요섭은 이날 조수미 콘서트에서 공연하고 바로 무대에 섰다고 들었는데, 보컬을 여느 때보다 상당히 강하게 치고 나가네요. 이 사람은, 굉장히 파워가 강한데도, 사실 무대에서 자신의 '끝점'까지 가는 보컬은 잘 안 합니다. 그건 그의 방식이기도 해요. 자신의 기량 위주로 무대를 만들어내기보다는, 곡이나 무대의 특성에 맞는 가장 안정적인 틀을 대개 우선으로 하는 듯 보이니까요. 새로운 프레이즈나 창법을 선보일 때에도, 그게 완전히 안정성을 갖춘 형태가 아니고서는 잘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뮤지션답지 않게 듣는 이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항상 안겨주기도 합니다만. 그런데 오늘은 그가 강도를 슬쩍 더 올리네요. 이건 어쩌면 그가 '방심'을 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  저야 '강성 모드'를 좋아하는 감상자라서 아주 즐겁게  봤습니다. 다른 멤버들의 보컬도 한결 힘이 들어간 상태. 이렇게 멤버들이 각자의 스타일대로 더 치고나갈 수 있도록 노래가 만들어져 있는 셈입니다. 그걸 새삼스럽게 실감했습니다. 이 노래는 어찌된 셈인지, 요즘에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느낌이더군요. 구조가 건실하니, 아마 꽤 묵직하게 힘을 가지고 갈 겁니다. 활동은 마감했지만, 이렇게 간간이 보여주는 무대 하나 하나를 이 사람들은, 예사롭게 지나가질 않네요. 그런 면에서 이들의 연말 무대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 링크 #4: http://youtu.be/hxD3I29-2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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