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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요섭 - 1월 4일의 카페인 & 12월 14일의 Still With You
2013-04-01 , Monday

[1월의 글을 뒤늦게 올립니다. 그래서 날짜 관련 표현에서 약간 어감 차이가 나는데, 그냥 두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지난 1월 4일의 KBS 뮤직뱅크 카페인 무대를 보았습니다. 양요섭의 솔로 활동으로는 마지막 생방송 무대인 셈인가요. 그는 이번 솔로 활동에서 매 방송마다 정말 좋은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하루 하루 조금씩 미세하게 상승시키고, 액센트를 부여해서 매번 무대를 챙겨보게 만들었지요.

*요즘 가요프로그램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노래들을 좀처럼 챙겨보지 못했는데, 이 곡은 꽤 많이 듣고 봤습니다. 양요섭이 노래를 잘 해서라거나(물론 그렇지 않았다면 아예 보질 않았겠지만), 곡이나 안무가 '잘 나와서' 이전에, 그냥 이 노래를 듣게 되더라고요. 그냥 노래가 듣고 싶어서, 물끄러미 듣는 - 아주 평범한, 그러나 사실 음악을 듣는 가장 좋은 방식으로요.

*그러니까 오히려 왜? 라는 질문을 딱히 던지지는 않고 있었는데 - 마지막 주 방송을 보노라니, 문득 이 노래가 지금 좋은 이유는, 이 곡이 진짜로 슬퍼서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댄스음악 가사가 늘 즐거운 것만은 아닙니다. 화난, 혹은 상처입은 가사들이 붙는 경우도 많죠. 분노 류의 가사도 많고요. 하지만 댄스음악에 슬픈 가사가 붙고, 거기다 노래 자체까지 진짜로 슬픈 곡은 꽤 드물 겁니다. 그런데 이 노래는 슬퍼요. 가사도 슬프지만 곡조가 더 슬픕니다. 그래서 댄스음악을 보면서 느끼는 압박감이 없습니다. 신나야 한다는 압박감 말이에요. 으쌰 으쌰 거릴 필요가 없습니다. 우울한 상태로,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어도 노래가 '듣는 저'와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곁에 편안히 자리해 줍니다.

*이런 댄스음악도 괜찮지 않나요? 기묘하고 정신없고 혼란스러운 12월을 보낸, 1월의 감상자에겐 말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들 모두 조금 그런 상태일지도요. 우울하지도 않게, 너무 부담스럽지도 않게, '휴우~'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들을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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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제가 주로 하는 '기량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어쩌면 그런 면에서, 이건 꽤 어려운 보컬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정서를 포착해낼 줄 아는 사람이 그 곡을 부르고 있었기 때문에 전달 가능한 느낌인데, 양요섭은 그걸 참 잘해냅니다. 그러고보니, 예전 양요섭의 보컬 감상기에, '슬픔의 적층'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네요. 머리를 쥐어짜거나 궁리를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표현이 나오더라고요. '적층'이라는 어휘는 제게도 낯설어서, 뜻밖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에요. 나이 많이 먹은 베테랑 가수에게나 쓸 법한 표현인데 - 그런 사람들에게조차도 써본 적 없는 표현을 왜 쓰고 있지... 라는 생각 또한 잠깐 했을 정도입니다. 주인공은 명랑유쾌한 이미지의 아이돌 그룹 리드 보컬리스트인데 말이에요. 그런데도 어쩌겠습니까. 흘러나오는 표현을 그대로 쓰는 수 밖에.

*그건 아마 슬픔이라는 감정을 '젊디 젊은' 그가 만지는 방식이 정말 인상깊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렀네요. 지난 12월 14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온 양요섭이 에릭 베넷의 Still With You를 부르는 것을 듣노라니, 그것을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가 가진 '정서적 부피감'을요. 아 그건 정말로 커져있었죠. 예전 커버에서는, 무언가 근사한 것이 나타났다 사라진 느낌이어서, 지나간 자리를 쳐다보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그'가 그 자리에 좀 더 분명하게 자리잡고 있는 듯 했습니다. 당시 그가 감정의 층위를 충실하게 클리어해낸다는 점에서, '충실한 청소부'라는 표현 또한 썼는데, 이젠 그것과도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감정의 덩어리가 더 커져 있고, 그의 장악력이 더 커져 있습니다. 그는 이제 그 공간의 주인이 되어 있네요. 그리고 그가 표현해내는 느낌은, 또 다시 '슬픔'이었습니다.

*그 감정을 이 사람은 정말로 완전히 직격적으로 표현합니다. 도망가지 않고, 더없이 차분하게 그 감정을 응시하고 받아들이고 표출해냅니다. '슬프다는 감정을 표현해야지'라는 일회적 시연이 아니라, 어느 시기를 그 감정과 오랫동안 함께 한 듯한 느낌이 드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감정은 특정 부분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드러나는게 아니라, 소리 하나 하나에 명징하게 깃들어있습니다.

이건 기법상으로도 나타납니다. 에릭 베넷은 꽤 정통적인 노선의 소울싱어이니만큼, 원곡에서도 라이브에서도 소리의 파동이 강합니다. 음 자체도 꽤 많이 변주하죠. 그런데 이 무대의 양요섭은 그 변주들을 원음으로 환원시킨 후, 원래의 음 자체에 힘을 불어넣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래서 노래의 인상은, 상당히 정적인, 그리고 동양적인 것으로 바뀝니다. 그런데도 노래는 '가요화'되지 않고 소울 넘버로서의 힘을 가지고 버티네요. R&B적 장력이 한음 한음에 들어있기 때문이죠. 이거 특이해요. 노래를 자신의 방식으로 소화한 겁니다.

양요섭이 이제 적지않은 무대경험을 갖춘 뮤지션이 되었지만, 이런 방식의 가창은 자주 할 기회가 없었는데도 - 이런 식으로 무르익은 무대를 보여주는 것은 참 신기한 일입니다. 아마 무대 위든 아니든, 어디서건, 그가 이러한 노래들을 자신의 것으로 오랫동안 품어왔던 것일테지요.

마지막 부분. 엔딩으로 다가가면서, 그가 이 '무거운 감정의 덩어리'를 어떻게 마무리하는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지켜봤네요. 조용히 사그라들지, 약간의 쇼맨쉽으로 드라마틱하게 맺을지 - 둘 다 맞춤의 답은 아닐 것 같은데, 궁금하더라고요. 그런데 보세요. 그가 노래를 맺는 방식을. 슬픔의 장력을 머금은 채로, 엔딩을 고요하면서도 극적으로 처리합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밸런스를 잡아내어 감성을 표현하는 방식을, 이 젊은 보컬리스트가 알고 있는 겁니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 '슬픔'의 감정은, 양요섭의 솔로 활동에서도 이어져 하나의 컨셉이 됩니다. 리드미컬한 댄스곡에 슬픈 감정을 담아 불러낸다고 하는 것은, 그의 두 가지 강점을 한번에 보여주는 방식이었죠. 그러니 이건 정말 강력한 방식의 솔로 데뷔였던 겁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로지 양요섭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을 가지고 나온 셈이니까요. 이건 이 곡을 준 사람(용준형)이, 양요섭이란 보컬리스트가 무엇을 가장 훌륭히 표현해내는지를 정말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할겁니다. 이 멋진 안무를 만든 사람들도 마찬가지.

*이번 솔로 활동으로 양요섭은, 차분하면서도 굳건하게 자신의 음악세계를 세상에 데뷔시킵니다. 비스트 활동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말입니다. 내심 기다렸던 일이고 정말 반가웠습니다. 그의 세계는 이제 막 열린 것이고, 그가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자신만의 음악'은 훨씬 더 클 겁니다.

예전에 그가 출연했던 뮤지컬 '광화문연가'를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작품 자체는 좀 아쉬웠습니다. 제 기대와는 달리, 음악보다 극적 내러티브 쪽에 더 무게 중심이 놓여있는 구조더라고요. 그런데 당시 커튼콜 무대에서, 양요섭의 짤막하지만 파워풀한 보컬을 들으면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에게 아직 본격적으로 보여준 바 없는 그의 '파워보컬'도 파워보컬 매니어인 우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간간히 들려주었고, 스케치북의 Thanks to 무대에서도 일부 들을 수 있었던 그 목소리들이죠.

여기에 이번 음반 '그래도 나는'에서 들려준 절묘한 슬로우잼 보컬과 더불어, 여러모로 양요섭은, 아직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 대단히 많은 보컬리스트입니다. 비스트와 함께, 그리고 이렇듯 멋진 솔로 활동으로 그것들을 계속 차례 차례 보여주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펌허용/피파니아닷컴 piffania.com]




*지난 연말 비스트의 무대들도 아주 재미있게 지켜보았습니다. 무대 위의 에너지가 더할나위없이 생기넘치는 이 팀 또한  자신들의 색깔을 가진 멋진 곡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위의 이야기는 그의 솔로 활동을 지켜보면서 계속 느낀 점들이기도 했지만, 1월 4일 무대가, 유독 각별히 '슬픈 감정'이 두드러지게 표현되는 무대였기도 했네요.

*진짜 마지막 무대가 되나요. 1월 27일, '아름다운 콘서트' 방송무대에서, 그는 Superstar를 들려주었습니다. 솔로 활동을 마감하면서, 자신의 보컬이 어떻게 상하좌우로 확장가능한지를 보여주고 가네요. '더 큰 집'을 가지고 돌아올 그의 다음 무대가 지금부터 기대됩니다.


*뒤늦게 추가하는 이야기. '그래도 나는'을 저렇게 간단히 이야기하고 넘어가는 건 좀 아쉬워서요. 무척 특이한 감성의 R&B곡이죠. 듣자마자 '누구더라...'하고 오래 전의 가수를 떠올렸는데 스모키 로빈슨이었습니다. 그가 70년대에 Quiet Storm이라는 곡을 발표했는데, 이 곡은 그대로 '하나의 서브 장르'를 만들어냈습니다. 늦은 밤 듣는, 무드있는 소울 넘버를 가리키는 이름이 되었죠. 양요섭의 '그래도 나는'는, 바로 딱 이 장르의 계보도를 2010년대의 감성으로 잇는 작품입니다. 양요섭의 절묘한 가성 보컬이 그걸 실현해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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