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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엔블루 콘서트 남은 이야기들 - Yes, We Do!!!
2013-03-28 , Thursday

[지난해 12월 말경에 작성된 글입니다. 그래서 글 내용이 2012년을 '올해'로 지칭하며 씌여져 있는데, 글 전체의 흐름이 그에 맞춰져 있어 따로 날짜를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1

*15일과 16일의 씨엔블루 Blue Night 서울 콘서트 직후 짧은 감상을 남겼습니다만, 진심이긴 하되... 사실 그 후기는 살짝 페이크모션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담담하게 감상을 쓸 수가 없는 공연이었어요. 진짜 감상은, 이쯤 됩니다. "이게, 말이 돼?" 정도랄까요. 공연을 같이 보신 분들과 진짜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공연, 정말 좋지 않았나요?' 정도가 아니라, '이게, 말이 돼?'라고 서로 질문을 던져야할 수준이었지요. 그러니까, 이게 말이 되냐고요.

*15일 공연도 대단히 훌륭하고 재미있었습니다만, 오랜만에 갖는 한국 무대의 구성과 분위기에 안착한 이틀째의 공연 - 16일 공연은, 저희 내부에서는 '12.16 대란'이라고 부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전 오사카 공연에서, 정용화의 광기가 팀 차원의 스피릿으로 확고부동하게 자리잡으면서 대단히 동적인 구조물을 증축해내는 데에 성공했고, 그 주요 매개체가 '댄스 타임'이었다면, 블루나잇 공연에선 그 광기가 - 도달할 것 같았고 도달해야 했던 지점, 하드넘버들에서도 새로운 업그레이드를 이뤄냅니다. 그러면서 씨엔블루라는 그룹이 종래에 가지고 있던 중심좌표들을, 뿌리까지 뒤흔들어버립니다. 이전에는 이들이 가진 하드한 방향성의 표출에도 불구하고 '팝락그룹'이라는 규정이 우선적으로 존재했다면, 이젠 더 이상 그 정체성만을 이들에게 들이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팀은 대단히 하드한 음악을 하는 락그룹이 된 겁니다. 그것이 이 팀의 중심좌표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를 잡아버렸어요.

*이걸 이렇게 이론적으로 얘기하는 건 쉽죠. 쉽게 들릴 겁니다. 그런데 이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경량급 복서가 헤비웨이트급으로 진출하려면 체중만 늘리면 됩니다...라고 쉽게 얘기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우리만큼 어려운 일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살만 불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체중이 늘어나는 것만큼 힘이 커져야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체중은 키울 수 있지만, 힘은 쉽게 늘릴 수가 없습니다. 그건 온몸의 세포들이 다른 종류의 것으로 변환을 해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아주 단적인 예로, '랩'이 있습니다. 가령 Just Please나 One Time의 중간에 삽입되는 랩은 종래에는 다소 가벼운 형태였습니다. 정용화의 보컬이 앞서 달릴 때에도, 그 부분은 다소 동떨어져 들렸습니다. 랩을 맡은 베이시스트 이정신이 정식 래퍼나 목소리를 능숙하게 운용할 줄 아는 보컬리스트가 아니니 이건 어쩌면 딱히 놀랄 것 없는 결과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랩이 첨가되는 댄스음악을 많이 하는 아이돌 그룹들에게서는 일반적인 현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것에 비하면 오히려 나쁘지 않는 공연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그룹이 지금, '나쁘지 않는 버전'에 만족해야할까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음악팀이, 일급으로 올라서려면 - 모든 것이 일급이어야 합니다. 정용화의 보컬은, 단연 일급 수준이죠. 그런데 그가 씨엔블루에 몸담고 있는 이상, 그리고 그 팀의 리더이자, 동시에 음악적 리더인 이상, 정용화가 일급 뮤지션이 되는 것 또한, 팀과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누가 못하고 누가 잘하고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한 팀의 음악을 들을 때, 우리가 그 요소를 분별해서 듣지는 않으니까요.

그와 유사한 문제는, 리드 기타를 맡고 있는 이종현과의 앙상블에서도 일정 부분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종현은 뛰어난 작곡가일뿐 아니라 나름의 음색을 지닌 좋은 보컬리스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가 좋은 보컬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중요한 부분에서 전 초기에는 미진함을 종종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정용화의 보컬과 그의 보컬이 가지는 유기성의 문제였습니다. 두 사람은 같이 앙상블을 이룬다기보다는, 번갈아 부르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도드라지진 않았지만, 어차피 번갈아 부른다고 해도, 한곡 안의 보컬인 이상 거기엔 '두 사람'이 불러야만 하는 이유가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단 두 사람의 스타일이 너무 다릅니다. 그것 자체는 나쁜 문제가 전혀 아닙니다. 한 팀내에서 두 보컬이 있을 때, 서로 비슷한 것보다는 다른 것이 훨씬 좋습니다. 훨씬 재미있죠. 제일 나쁜 것은, 한쪽이 다른쪽을 답습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씨엔블루의 투보컬(물론 명백하게 리드 보컬은 정용화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어쩌면 더 유기성의 중요함은 큽니다)은 엄청난 가능성을 품고 있었죠. 정용화의 보컬이 '락'을 중심에 두고 범역이 대단히 넓은 가운데 팝적 뉘앙스가 강한 보컬 형태였다면, 이종현의 보컬은 포크음악적 베이스에 가요적 정조를 많이 살리는 보컬이었습니다. 아주 크게 보면 한 테두리에 있긴 했지만, 세부적으로 보자면 방향이 꽤 다른 겁니다. 제가 이 그룹의 음악을 처음 듣던 시기에는, 두 보컬이 이뤄낼 풍부함의 가능성은 그저 가능성일 뿐, 아직은 본격적인 합이 이루어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건 의외로 쉽지 않은 문제일 수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트레이닝으로 테크니컬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이를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의 음악을 읽어야합니다. 팀의 음악이 만들어가는 역학에 대해서 서로가 더 깊고 넓은 이해와 합의에 도달해야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생각지 못하는 여러가지 요소가 작용할 수 있기에 단순히 시간이나 경험의 축적만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이게 '될까'하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었습니다.

*자, 그런데 2012년 12월 현재 - 불과 1년이 지난 지금, 12월 16일의 무대를 정점으로 이 팀은 그 중요한 문턱을 넘어버렸습니다. 마치 네명의 청년들이 망치를 휘두르듯, 그 녹록치 않은 얼음덩어리들을 부셔버렸습니다. 와장창 하고 말입니다. 미친 거 아니야? 이게 말이 돼? 하는 물음은 그 시점에서 터져나온 겁니다. 이 팀이 좋은 자세를 가지고 있다면 분명 진전은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너무나 극적인 변환입니다. 16일 One Time의 랩파트를 보세요. 정용화가 가세한 랩파트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졌는지를 모두가 똑똑히 목격했을 겁니다. 이제 그 랩 파트는 곡과 유리되지 않는다는 1차 목적을 달성했는데, 1차 목적을 달성하는 그 시점에 바로 눈부신 협연의 에너지를 추가하는 3차쯤 되는 목표까지 함께 이뤄버린 겁니다.

지난 일본 투어 당시, 이정신의 서브 보컬 분량이 많아지면서 분명 그가 가진 가능성이 좀 더 앞으로 나오는 느낌은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아직은 그 정도까지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전환이 시작되었으니 차츰 차츰 무언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일찌감치 콘서트 리허설에 들어갔다고 자랑하던 이 팀은 - 중간 과정 다 생략 - 그냥 다다다 앞으로 뛰어나가더니 탁! 하고 이루어야할 그것을 나꿔채버립니다. 일단 가장 가시적인 예만 들자면 그렇습니다. 이걸 이루어낸 건, 좋은 자질에 좋은 자세를 가지고 노력을 해낸 이정신만이 아니에요(물론 그는 대단합니다. 박수 치고 가야해요! 짝짝짝!). 씨엔블루가 해낸거죠. 단적인 예로 보컬을 들었을뿐, 사실 이건 단순히 보컬의 합이나 팀웍 이야기가 아니고 음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구조'의 문제입니다.


2

*정용화는 올해 개인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죠. '팬들이 걱정을 많이 하는데, 전혀 그럴 필요없다'는 이야기를 그가 하더군요. 덕분에 많은 작곡을 해두었다고 하면서요. 그런데 전 그것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정용화가 개인활동을 아끼면서 음악작업에 상대적으로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 뮤지션으로서의 그에겐 정말 좋은 타임플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적인 이유가 무엇이었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지난해 이들이 이루어낸 무수한 성취들은, 대단히 눈부시고 놀라운 것이었지만, 그 성취들은 꽤나 충돌의 여지가 많은 것이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뿐 아니라 여러가지로요. 대내외적으로도 그랬을 것이고, 정용화 자신도 아마 그랬을겁니다. 씨엔블루가 해나갈 음악을 온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채워내는 것이 이 팀에게 닥쳐온 수순인데, 그러자면 그 그림판을 누군가는 짜내야 합니다. 권리를 주장하려면 이들은 설계도를 가지고 있어야 했어요. 소속사가 뭘 허락해주고 아니고를 떠나서, '씨엔블루의 음악적 구조'를 이들이 1차적으로는 완성된 형태로 구축하고 있었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그걸 추동해내야만 하는 사람은 우선은, 정용화였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 눈엔 그에게서 올해 동안 달라진 것들이 수없이 보입니다. 우선 보컬이 달라졌어요. 그의 목소리가 바뀌었습니다. 2011년의 목소리와 지금의 목소리가 다릅니다. 몇차례 얘기했지만, 보컬의 중심축인 미들톤 목소리가 가지는 값이 무거워졌어요. 미들톤은 상방과 하방에 모두 영향을 자연스럽게 끼치는터라, 그의 목소리 전체가 바뀌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잔잔한 목소리는 더욱 깊어졌고, 헤비한 목소리는 이제 하나의 액센트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드 넘버에서 자연스럽게 기본 톤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이미 많은 곡들을 만들기도 했죠. In My Head같은 곡은 2년에 한번만 만들어내도 훌륭한 작곡가라고 해야할 판인데, 새로운 곡들이 단단한 퀄러티를 자랑하며 그에게서 연타로 터져나옵니다. 그 구성과 사운드도 나날이 더욱 치밀하고 세련되어지고 있습니다. 그 또한 대단하죠. 그가 좋은 곡들을 워낙 많이 쓰는 탓에 이건 그저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익숙해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죠. 거기에 그의 기타도 단단해졌습니다. 그 특유의 음악적 감각이 기타 연주에서도 자연스럽게 발휘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영어 발음도 예전보다 한결 좋아졌네요. 영어 가사를 많이 쓰는 이 팀에게, 그리고 세계 시장을 꿈꾸는 이들에게 그건 알게 모르게 상당히 중요하죠. 춤도 늘었다는... ^ ^ 그리고 너무나 중요한 사실. 씨엔블루라는 팀의 음악이 가지는 '구조'가 달라졌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형태로 힘몰이를 할 수 있는 '댄스음악'을 절묘한 형태로 집어넣으면서 이 팀은 구조 변경의 과정에서 연착륙을 해냈습니다. 그 댄스풍의 락음악들은, 종래의 씨엔블루가 가지고 있던 가장 유효한 부분을 새로운 것으로 바꿔냈습니다. 이제 '신나는 시간을 위해서' 굳이 종래의 타작곡가 넘버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서도, 그 댄스음악 속엔 씨엔블루만의 정체성과 힘을 전혀 흔들림없이 실어냅니다. 아 이건 정말로 대단하고 대단한 일이죠.

그리고 그 '구조를 흔드는 과정' 속에서, 팀의 음악뿐 아니라, 공연을 해내는 팀력의 구조 자체가 바뀝니다. 예전에는, 씨엔블루의 외연을 대표하는 외부작곡가곡들 - 정용화 특유의 락&발라드곡들 -  이종현 특유의 발라드곡들로 이루어지는 삼중 병렬 구조물이 이 팀의 공연을 이루고 있었다면(그래서 취향이 엇갈리면, 어떤 사람들은 그중 한 구조물만을 즐겼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씨엔블루의 락-댄스-발라드물이 더 강한 구조로 치고 들어왔어요. 그리고 각각의 구조물 속에서는 멤버들간의 협연이 유기적인 형태로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멤버들의 협연이 1차적으로 완성되면서 그 구조물들이 단단하게 형태를 드러낸 것입니다.

이거 대단한 겁니다. 이게 바로 진짜 대단한 일이에요. 이걸 정용화가 쉬는 동안, 짜냈을까요...라고 하면 그건 저희가 모르죠. 어차피 이건 그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니까요. 그러나 그는 이 팀의 지휘자입니다. 그건 원래도 당연한 일이지만, 단적으로 지난 언플러그드 무대 실황만 한번 봐도 그 사실을 실감할 수 있죠. 그리하여 이 모든 것은, 일단은 그에게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게서 끝나게 됩니다. 그러자면 전 그에게 '시간'이 필요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가 개인활동으로 연기활동으로 바빠진다해서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이미 그는 바쁜 가운데에서도 숱한 작곡을 하고 발전을 보여준 인물이니까요. 그러나 '무언가를 하며 얻는 결과물'과 '시간을 따로 가지고 얻는 결과물'에는 질감의 차이가 있을 겁니다. 그처럼 인기 정상의 인물이 되면, 그 시간을 가지기가 참으로 쉽지 않죠. 그런 가운데에 그가 '시간'을 가진 겁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그가 이 시기 정말로 중대한 일들을 해냈다는 사실이죠.  

지금 이 팀이 저희에게 보여주는 것을 보면, 분명 무언가가 시작되었고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건 심지어 비밀도 아닙니다. 가시적으로는 이 팀 스스로가 내년에는 올해 활발히 못한 음악활동을 열심히 해내겠노라고 예고하고 있는데다가, 1월에는 자작곡으로만 가득 찬 한국 음반을 내겠다고 안내까지 했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을 위해 필요한 가장 큰 준비 - 팀의 음악적 구조물 초안을 완성하고 그 정체성을 확보하고, 공연력을 끌어올려 새로운 지점에 발을 내딛는 것까지 해냈습니다.

이 팀은 올해 엄청난 걸 이룬 겁니다. 이제 이 팀의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이 팀의 음악이 장난이나 농담이 아닌 - 진지한 음악적 결과물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들어놓는 작업을요. 그것도 상당히 경제적으로, 필요한 적재적소의 요소들 배치를 바꿔가면서요. 이러한 작업들은 강력하고 영리한 리드와 높은 수준의 팀웍이 함께 존재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아니, 그런 것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했을 겁니다.


3

*다시 돌아가서, 이종현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이종현은 보다 전략적인 차원에서의 변화를 해냈죠. 그렇기 때문에 이 변화는 사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전 그게 그가 Get Away를 발표하던 순간부터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는 Get Away를 발표하고 Come On을 발표하면서, 주로 정용화의 작곡으로만 이루어졌던 하드넘버 라인업에 자신의 것들을 더합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이전 이종현이 만들던 곡의 보컬이 대개 자신이었다면, 이 하드넘버들은 정용화가 계속 리드보컬을 맡게 됩니다. 더 재미난 것. 이 하드넘버들이 보컬에게 요구하는 힘의 강도는, 정용화쪽 곡들보다 더 셉니다. 재미있죠? 딱히 뭐가 어때서 재미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재미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뭔가 중요한 공 하나가 이종현에게서 정용화로 던져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두 사람의 관계 구조가 새롭게 정립되기 시작하는 거죠.

그러다가 Time Is Over(이 곡이, 이 팀에 대한 제 인식에서 더할나위없이 중요하다고 재차 이야기하는 데에는 이 이유도 있습니다)에서, 전 이종현의 보컬이, 짧은 소절이긴 하지만, 처음으로(제게는요), 정용화의 하드 코드에 조응하는 것을 느낍니다. 정용화가 던진 공을 이종현이 받아낸 겁니다. 자신의 좌표값을 살짝 바꾸면서요. 그 파트가 길건 짧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물꼬와도 같아서 한번만 트여도 됩니다. 더군다나 이 사람들은 많은 과정을 통해서, 많은 것을 증명해낸 관계입니다. 기반은 이미 준비되어 있는데 이제 두 사람의 음악적 코드가 보다 유기적인 하나를 이루기 시작한 거죠.

'무언가 이루어지겠다'라고 예감을 했습니다. 제가 딱히 예감을 믿어가며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그 예감 때문에 일본 공연을 다녀온 건지도 모르겠습니다...사실은 분명하게 그렇습니다. 오사카 후기에서도 일부 이야기했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이 내용입니다.

그런데 진짜 이루어지더라고요. 전 이종현의 목소리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 요즘 간간히 소리가 흔들리기도 했었나요? 다른 공연 무대를 본 사람들에게서 그런 얘길 들은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전 그게 좋았습니다. 그의 소리가 플랫되든, 샵되든, 소위 '삑사리'가 나든 -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목소리가 흔들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는 오히려 덜 흔들렸을 겁니다. 그건 그런데 그가 그때 더 잘해서가 아닙니다. 그가 '자기 영역' 속에 있었기 때문이죠.

흔들림이 느껴진다는 것은, 해당 주자가 자신의 보컬이 가지는 값을 바꾸거나 포지셔닝을 변경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과연 최근의 그는, 특유의 포크적 발라드를 부를 때에 해내던 발성과는 다른 종류의 소리도 내기 시작합니다. 초기에는 '어조의 변화'를 통해서 노래의 임팩트를 주로 표현해냈는데, 이제는 보다 깊은 곳에서 소리의 울림을 시도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씨엔블루의 전체 음악에 융합되는 보컬의 포지셔닝을 위해서는, 그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흔들림들은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겁니다. 제자리에 있으면 흔들일 일이 없죠. 움직이기에 기우뚱거릴 수도 있는 겁니다.

가장 좋은 것은, 이것들이 그저 일시적인 시도로서가 아니라, 보다 깊이 있는 이해에서 나오는 겁니다. 디테일의 변화보다는, 보다 전략적인 합의 느낌요. 그렇기에 이것이 단순히 그의 보컬 뿐 아니라, 그의 기타와 곡에서도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뮤지션 이종현은 더욱 커질 겁니니다. 그리고 씨엔블루 또한 더욱 커지고, 아울러 리더이자 메인 보컬리스트인 정용화가 그려낼 수 있는 음악적 그림 또한 엄청나게 확장되고 단단해지죠. 함께 가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서 이 팀은, 초기에 다양한 이유 때문에 품고 있었던 '정체성의 충돌'을 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 극복해갑니다. 앞서 말한대로, 처음 이 팀을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에는, 전 이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작년 12월의 공연장에서는, 처음 이들의 공연을 접하고는 다시 생각을 바꿔서 - '당연히 되겠군'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이 팀 전체가 하나의 음악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으니까요. 거기엔 '굳건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우린 함께 달려가고 있다'라는 의지 말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될까'라는 의문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 그건 단순히 멤버 개개인의 보컬적 발전이라는 문제 이전에 '총합적인 구조'에 대한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응시하고 덤벼들고 무언가를 해낸다고 하는 일은, 생각만큼 단순하거나 쉬운 일이 절대로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상당히 미묘하게 자리잡고 있는 문제이고, 이걸 도외시한다 해도 씨엔블루에게서 커다란 흠결이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리하여 '과연...'이라는 질문이 쉽게 사라지진 않았어요. 이 팀이 쉴틈없이 좋은 곡과 연주를 양산해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과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의 차이는 크니까요. 이뤄지기 전까지는, '기대'과 '의문'은 항상 공존할 수 밖에 없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제겐 아직도 미묘하게 흐늘거리는 의문의 한 자락이 있었던 겁니다. 그게 전체 사운드의 2%를 차지하는 부분이라 해도 말입니다. 일급의 자동차에 죄어지지 않는 나사가 하나라도 있으면 안되죠. 그처럼 - 제겐 그게 중요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아니, 하나의 팀을 좋아하면서 뭘 그리 재고 따지는 게 많았나요?'라고 핀잔을 좀 들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게나 말이에요.

*그건 어쩌면 - '락'이기 때문이었을까요.


4

*그게 꼭 락이기 때문은 아닐 수도 있을 겁니다. 장르 음악들은 어디나 다 그런 통과의례쯤은 있을지 모릅니다. 없어도 되는데, 아무래도 장르 음악들이 가지는 공통의 틀과 기법이라는 게 있고, 그러다보면 유명무형의 단계들이 존재하는 거죠. 객관적이고 일관된 틀은 존재불가능하다해도, 어느 범위 내에서 끊임없이 비교와 랭킹, 통과의례, 자격조건 등이 생성됩니다. 나쁘게는 감상자의 '허세스러운 요구'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좋게 보면 일종의 '치열함에 대한 요구'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전 락팬이죠. 피파니아는 락음악사이트가 아니지만, 전 어느 정도쯤은 락팬입니다. 현재적인 락팬은 아닐겁니다. 요즘엔 그다지 잘 안 듣습니다. 그러나 이전엔 아주 많이 들었고, 그럴 수 있는 시기에는 또 많이 들었고, 또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많이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일례로 말하자면, 전 씨엔블루의 하드사이드 음악이 아주 편합니다. 가령 12월 이팀의 Get Away와 One Time의 전주 편곡 같은 걸 듣고 있으면, 좋고 나쁜 걸 따지기 이전에 - 어머니 배안에라도 앉아있는 양, 편안합니다. '이런 맛있는 양분은 근간에 먹어본 적이 없는걸'이라고 생각하며, 솔잎을 냠냠 따먹는 송충이가 된 기분이에요. 그러니까 그 정도로 해주는 한에서는, 시끄러운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거죠. 하지만 또 '어떤 방식이 아닌 한'에서는, 시끄러운 음악이라 해도 단 1초도 못 참습니다. 이게 장르 음악에 존재하는 진짜 까다로운 선일지도 모릅니다. '되면 한없이 좋은데, 아닌 것은 단 한순간도 참기 힘든 것'같은 이 느낌 말입니다. 그래서 락팬들끼리, '취향의 문제'로 넘어가면 되는 이슈를 가지고 죽을듯이 물고 뜯고 싸우기도 하죠. 유튜브 댓글란 같은 데에서 말입니다. 흐흐.

*그런데 씨엔블루가 그 경계에 서 있었던 것입니다. 그 경계에 서 있는 것만이라도 어디에요. '내가 들을 수 있는 락그룹'이 될 수 있는 한 팀을 발견한 것만 해도 감지덕지입니다. 참고삼아 이야기하면, 이것은 어떤 식으로도 한정된 범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보컬력의 측면에서, 기묘한 돌파지점을 만들어내던 케이팝을, 우리는 꽤 오랫동안 - 때론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초기에 사람들은, '피파니아는 아이돌들을 좋아하나봐'라고 얘기했는데, 정작 저희들은 '아이돌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무덤덤한 감상자들입니다.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들은 대단히 성실하고 열정적인 집단이지만, 저희가 보고 있었던 것은 포인트가 좀 달랐습니다. 하나의 '돌파'를 보고 있었던 겁니다. 세계 시장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새로운 종류의 보컬적 돌파의 과정을요. 흑인음악과 백인음악의 사이에서 팝적 코드를 새로운 방식으로 소화하면서 새로운 성취를 해내는 케이팝을, 바로 이곳에서의 현상이라는 사실에 한없이 반가워하며 지켜보고 있었던 겁니다. 우리나라에선 오히려 그러한 측면이 해당 케이팝 뮤지션들의 화려한 '아이돌성'에 묻혀 간과되어 왔다면, 세계 시장은 지속적으로 그러한 측면에 주목했고, 몇년 사이에 케이팝은 확고부동하게 세계 팝음악계의 역동적인 하나의 팩터로 굳건하게 자기 자리를 확보했습니다. 우리나라 가수들의 '독자적인 R&B적 창법이나 소화방식'을, 이제 외국의 음악전문가들이 먼저 대중미디어를 통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케이팝의 성장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단계의 '돌파'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장르음악의 등장'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케이팝의 시작이 '아이돌'이란 외적 형태를 띠었다면, 그 성숙은 '장르 뮤지션들의 등장', 혹은 '기존 아이돌 뮤지션들의 장르음악인으로서의 진화'란 형태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몇차례 했었던 바입니다. 그 최초의 인물이 지드래곤이었습니다. 그는 과연 이미 엄청난 일들을 해내고 있죠. 그리고도 또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많은 케이팝 뮤지션들이 의미있는 행보를 위해 노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와중에 전 슬며시 이런 꿈을 꾸기 시작했었네요. 3,4년전쯤 부터였던듯. 혹시 이러다가 - 어쩌면 '의미있는 락보컬리스트'가 케이팝 필드에서 등장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러면 굉장할텐데...라고 생각했네요. 시장의 흐름상 그런 일은 결코 쉽지 않을듯 싶었지만, 정말이지 그 바람은 컸습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제법 귀를 열어놓고 사는 저조차도 무덤덤하게 바라보던, 꽃미남 밴드라는 명칭을 달고 사는 '한 그룹'일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전의 첫 정용화 보컬 감상기에서 썼던 바대로, 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지요. 이건 말이 안되잖아...는 그때 처음 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키장 '얼짱'으로 데뷔 전부터 알려지고, 드라마로 데뷔해서 곧바로 스타덤에 오르고, 시끌벅적하게 음악활동을 시작했던 - 그 사람이 바로 '제가 기다리던 그 사람'이라는 사실은 말이에요. 현실이라기엔, 지나치게 극적이고 요란하지 않습니까. 이게 뭔일이람...싶더군요. 주변 아이들이, '정용화 오빠, 완전 잘 생겼어요!'할 때, 그저 무심하게 그래 그래 하고 고개 끄덕였는데 말입니다.

*중언부언은 접어두고 다시 돌아가서, 그런데 '락'이고, 제가 일종의 '락팬'비슷한 의식을 갖고 있어서인지, '설마...'의 시간을 좀 가진 겁니다. 그런 면에서도 꼬장꼬장한 다른 락팬들을 뭐라할 것도 없습니다. 이들에게 '진정한 락의 잣대'를 이리저리 들이대며 재단하던 사람들과 제가 본질적으로 다르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겁니다. 그리하여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지만, '진정한 락그룹으로서의 무언가'를 이 그룹이 보여낼 것인가에 대해서, 전 열두개 정도의 질문을 던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치열한가, 자신들의 것인가, 일관된 정체성을 견지하는가, 통일성을 갖출 것인가... 등등 어지간한 락그룹들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모두 들이댔네요. 그리고 하나 하나 클리어해내며 답변을 던지는 이들에게 재차 삼차 어려운 질문들을 던지고 또 던지고 있었던 겁니다. 왜냐하면, 결국엔 너무 반가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는 케이팝에서 이들이 해야할 과제와 역할이 정말로 심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너그럽게 보면, '잘해나가겠네'라고 분명 생각하면서도, 한켠에선 17살짜리 락매니어처럼 입을 삐죽거리며, '설마...'라고 생각하기도 했던거죠. 설마 지금 여기 존재하는 이 척박한 시장이, 그리고 그 시장에 기반한 계산을 끊임없이 해야하는 소속사가, 당신들에게 부여하는 질긴 핸디캡조차도 뚫고 - 그 모든 것을 변명이나 핑곗거리로 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가능할까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수없는 Yes를 만납니다. 오케이, 예스! 우리는 간다!를 끝없이 듣고 있는 기분입니다. 16일엔, 저도 이젠 그만 두 손 들었다 싶었습니다. 내가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던 형태의 그룹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이제는 더 이상 부인할 수가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5

*그리하여 어려운 퀘스트의 또 한가지 관문을 통과한 이 팀의 이번 한국 공연 무대들은 정말이지 엄청나더군요. 뭐 하나를 찝어서 얘기할까 생각해보니 엄두가 안나네요. 절묘한 흐름을 일구어낸 세트리스트부터, 각각의 파트들을 운용해나가는 리드, 일관된 구조를 이루는 새로운 편곡들, 청중들과의 능수능란한 교감을 이루어내는 멤버들 전체의 일사불란한 호흡, 원래도 일급이었는데 도무지 정체란 것을 모르는 듯 매번 새로운 정점을 치고 오르며 듣는 이를 놀라게 만드는 정용화의 보컬, 아름답고 힘있게 사운드를 리드해가는 이종현의 기타, 보컬과 랩의 앙상블, 좋은 곡들, 언제나 매력있고 유니크한 강민혁의 드럼과 감각적으로 치고들어오는 이정신의 베이스까지, 아 거기에 정용화의 기타와 이종현의 보컬도 뺄 수 없죠. 어느 하나 놓치기 싫은 사운드가 겹겹이 쌓여있어 '듣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여기에 '자신들의 음악'을 표출해내는 이들의 박력과 에너지까지 더해져 - '정신을 차려보니 공연이 끝나있었다' 류의 전형적인, 그러나 대단히 만나기 어려운 형태의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이 팀 대단하죠?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지금 좀 지나치게 많이 하고 있지만, 대단한 건 대단한 겁니다. 1월 14일 자작곡으로 이루어진 한국 앨범에 발매하기 앞서, 이들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준비를 끝냈어요.

*이제 남은 건 한가지 뿐입니다. 세상이 그들을 발견하는 거죠. 이미 이들은, 밴드로서 그야말로 대단한 수준의 해외 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어느 면에서는 한국을 능가할 정도죠. 오히려 한국이 여전히 이들의 진면목을 잘 모릅니다. 한국은 원래부터 자국의 뮤지션을 가장 늦게 발견하기로 정평이 난 곳이기도 하니까, 그건 뭐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어쨌든 모국이 그들을 제대로 발견하고 각인해야죠. 여대생들에게 킹카 1위로 선정되는 정용화가, 꽃미남밴드 씨엔블루가 - 예쁜 포장지에 싸인 팬시용품이 아니라, '진짜배기 락그룹'이라는 사실을요. 우리들 삶을 위안하고 신나게 하고 충만하게 해줄 수 있는, 힘있고 새로운 음악을 해내는 락뮤지션이고 락그룹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 과정은 순식간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오래 걸릴지도 모릅니다. 1월의 앨범이 단박에 승부수가 되어버릴 수도 있고, 어쩌면 이런저런 변수들과 시장요인과 실갱이하느라, 단계적으로 수순을 밟아가야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습니다. '그것은' 결국엔 이루어질 겁니다. 이들이 자신을 지켜낸다면, 지난 공연을 관람한 운좋은 팬들이 그 감동을 굳건히 간직하며 그 길을 함께 한다면, 그건 이루어질거에요. 그리고 그 길을, 그들을 통해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락팬으로서의 신선한 감동을 맛보고 있는 저 또한 즐거운 감상자로 함께 지켜볼 겁니다.

*2013년의 씨엔블루, 건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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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길게 얘기를 했습니다만, '제가 오랫동안 기다리던 형태의 그룹'이라는 측면에서, 사실 진짜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못했네요. 정용화의 보컬에 관해서도, 다른 멤버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위의 이야기과 관련되면서도 동시에 조금은 다른 층위의 이야기입니다. 그걸 이야기하자면, 우린 이들의 언플러그드 실황 이야기부터, 최근 일본에서 방송된 Come On 아레나 투어 이야기까지, 그리고 12월의 한국 공연 이야기를 다시 찬찬히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실은 아직도, 우리가 가장 쓰고싶은 형태의 진짜 후기는 하나도 손을 못 댔다는 느낌이 들어서 살짝 OTL모드이긴 합니다. 공연주자들이 공연을 너무 잘 하면, 그걸 '기록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고생을 많이 해야하죠. ^ ^ 뭐, 즐거운 고생이지만요. 그러나 이 이야기는 일단 '큰 숙제'로 남겨놓고, 지금은 이들이 선물처럼 들려주는, 멋진 '밴드라이브 방송 무대'들부터 감상을 해야할듯!



*매번 잊는 것. 그렇지만 보통 제가 꼭 써야한다고도 굳이 생각하지 않는 것인데, 이상하게 이들에 대해서는 일부러라도 짚고 넘어가고 싶어집니다. 그리하여 아쉬운 점!

음향입니다. 첫날 공연은 지난해보다 덜 조율된 느낌이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지난해 공연은 2회차만 봐서 확실한 비교는 안되죠. 이번 공연에서도 이틀째는 좋았습니다. 단지, 객석간 차이가 좀 있는 듯 했어요. 특히 사이드쪽 좌석에서는 소리가 다소 안 좋았다고 들었습니다. 시야 차이야 어쩔 수 없지만, 소리의 퀄러티는 어느 자리에서도 놓치지 않도록 두루두루 살펴주길 바랍니다.

이들 공연의 음향은, 사실 대체로 합격점입니다. 큰 문제는 없으며 일반적인 가요 콘서트를 기준으로 보면 상위의 음향입니다. 그런데 전 이 팀이 음향에 좀 더 욕심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밴드뮤지션의 공연은 댄스뮤지션들과는 달리, 백댄서도 없고, 화려한 의상이나 드라마틱한 배경도 잘 없습니다. 그건 전 좋아요. 어차피 저에겐 별로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준비를 안 해도 되는 만큼, 음향은 정말 좋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씨엔블루처럼 하드한 음악을 하는 그룹은 - 하드한 악기 소리들이 '노이즈화되지 않고' 객석에 전달되도록 신경써서 조율을 해줘야 합니다. 이건 아주 어려운 일일 겁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씨엔블루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다른 부가적 이벤트 없이 순수하게 밴드 사운드로만 공연해내는 팀이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음향이 좋은 콘서트로서의 명성 정도는 욕심내봐주길 바랍니다. 장기적으로 말입니다.

그 이외에는 역시 생각이 전혀 안 납니다만 - 이번에도 마구 쥐어짜본다면, 전 씨엔블루가 하나의 공연에서 음악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그림이 한장 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로 Man in front of the Mirror나 Mr.KIA, Illusion 같은 음악들이죠. 살짝 몽환적인 느낌의 업템포 계열 곡들 말입니다. 2011년까지 이들의 일본 활동에서 상당히 큰 몫을 차지했던 이 음악들은, 20대의 감각이 돋보이는 정말로 훌륭한 라인업의 레퍼토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그림도 이들의 공연 스케치북에 한장 쓰욱 더 추가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어차피 앞으로 이들의 공연 스케치북은, 이들이 이미 보여준 그림 외에도 더욱 다채로운 종류의 그림들로 채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엔 12월에 발표했던 일본 음반과 1월에 발표하는 한국 음반의 곡들도 가세하겠지요. 어떻게 채울지는 이들이 결정을 잘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결국 저는 - 역시, 그냥 콘서트 횟수가 많고, 콘서트 시간이 길기만을 바라면 될 듯. ^^



*글을 묵혀둔 사이, 2013년 초반의 방송 활동이 어느덧 다 지나갔네요. 요즘 '창고모드'를 핑계로, 글을 써놓고 묵혀두는 일이 너무 늘었네요. 멋진 활동이고 재미있는 무대들도 아주 많더군요. 잘 봤습니다. 훌륭하게 활동을 해냈으니 이 팀은 이제 '자작곡 음반'을 넘어서, 멤버들 스스로가 음반의 총체적 기획과 방향, 사운드와 디테일까지 모두 결정하는 '셀프 프로듀싱 음반'을 내는 단계로 성큼 성큼 걸어가면 될 듯 합니다. 이미 상당 부분은 그렇게 되었을테고, 보다 본격적으로 그러지 않을 이유도 전혀 없어보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이들의 소속사를 새로운 반열에 새우는 일이 될 겁니다. 자작곡으로만 채운 음반을 냄으로써 일구어낸 지금의 좋은 흐름을 꼭 부여잡고 더 힘차게 나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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