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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톡식히어로' - 치명적 유혹 & 알싸한 뒷맛
2011-10-27 , Thursday

*누군가 내게 와서, '올해 너가 가장 재미있게 본 뮤지컬이 무엇이냐'라고 물어본다면, 난 도대체 뭐라고 대답을 해야하나. 그게 '톡식히어로'가 아닐 것이라고는 도무지 단정을 할 수가 없다. 지킬앤하이드와 뮤지컬 모차르트가 버티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 뮤지컬이 그냥 웃겨서가 아니다. 난, 애시당초 '그냥 웃긴' 무언가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런 취향이 아니다. 난 이 작품을 정말 진심으로 좋아한다. 주연배우를 빼고 말하라면(톡식 히어로는 투톱 형식이라 오히려 불리하지만) - 어쩌면 정말이지 '톡식 히어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일 것이다.

*그런데 톡식히어로도 주연 배우를 절대로 빼놓을 수가 없다. 이기찬도 좋았고 - 그래서 발가락을 다친 이기찬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관람했지만 - 정영주의 독특한 아우라가 이 작품을 다른 레벨의 것으로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녀가 맡은 배역, 그중에서도 '트로마빌의 시장'은 '코믹한 캐릭터'에다 악역이다. 그런데 난 이 사람의 이 캐릭터 보컬에 너무 매료되어버려서, 그야말로 흐느적거리며 공연을 관람했다.

*가령, 극 초반부에 시장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찾아온 청년 멜빈. 그가 CNN에 비리를 고발하겠다고 하자, 이에 당황한 교활한 여시장. 코웃음을 치다가 태도를 갑자기 바꾸어 그를 '유혹'한다. '몸'으로는 아니고, '일자리', 부시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시작되는 노래.

"잘 들어, 핸섬 보이~~/내가 너를 고용할게~~"

이거 정말이지 코미디 코드로 진행되는 장면이다. 건장하고(?) 악독하게 생긴 여시장이, 짐짓 청년을 쓰다듬으며, 농염한 R&B 톤으로 노래를 하고, 쑥맥 청년은 이에 속아넘어가는 장면. 노래가 계속 되면, 'x발, 상관없어 상관없어 상관없어~'라고 하는 코믹한 가사들까지 나오기 때문에 하하하 웃으며 봐야하는데, 정영주의 소울 보이스가 이어지는 2~3초 사이에 그만 내가 녹아버리는 것이다. '바보 아냐'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무릎이 휘청거리는 것을 어쩌겠는가. 올해 내게 그렇게까지 유혹적인 보컬을 들려준, 여성 뮤지컬 배우는 없다. 그러니 지난번에 얘기한 대로, 2011년 나의 팜므파탈은 정영주인 거다.

*그 다음 곡 'Get The Geek'이 시작되면, 그녀는 갑자기 톤을 바꾸어 악독한 본색을 드러내고, '찾아내, 그 새끼!'라고 사납게 노래한다. 이 캐릭터의 변화는 - 역시 '코믹'하다는 핑계로, 그저 가면을 바꿔치우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에게서 진심어린 증오와 사악함이 흘러나오고,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내가 그녀를 더할나위없이 즐겁게 바라보고 있다가도, 갑자기 움찔하게 만들어버릴 정도인 것이다. 아, 이 극은, 그리고 이 캐릭터는 - 자칫하면, '명품 조연'만을 해내는데 그칠 수도 있었던 이 배우에게 얼마나 안성맞춤의 극인가. 다음에도 꼭 이런 '큼직한 역할'을 맡아 그녀의 연기력이 가진 다양한 대역폭을 드러내주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장르적 계열의 곡들을 부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정말 바란다.

*발가락 부상에서 간신히 돌아온 이기찬이 무대에 서기로 된 날은 이틀. 화요일과 토요일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멀티맨이 화요일엔 고명환, 토요일엔 임기홍이라는 사실. 그런데 임기홍이 실력파에다 아주 잘한다는 - 신뢰할만한 추천도 받았고, 거기다 '조연상'까지 이 배역으로 탄 사람인데도, '마지막으로 멀티맨 고명환을 볼 기회'를 놓치기가 싫었다. 토요일은 결국 보지 못했고.

그러니까, 고명환 때문에 화요일 공연을 본 거다.
브라보, 고명환!

*하지만 다시 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기찬의 '덜 쉰 목소리'를 꼭 듣고싶어서였다. 두어주를 푹 쉰 그는 과연 '안 쉰 목소리'였고 아주 좋았다. 이걸 바랐던 이유는, 그의 보컬 '강약'을 위해서였다. 지난 첫 공연관람에서는, 그가 너무 '강강강'으로만 가는거다. 그게 목소리도 거칠어졌고, 그가 보컬톤도 거칠게 잡아서였다. 그런데 사실, 원래대로는 이기찬의 목소리는 '약'에 엄청나게 강한 스타일 아닌가. 그가 '강'을 충실히 해준다는 건, 아주 재미나고 즐거운 일이었는데, 난 그의 프로페셔널한 '약'이 강과 어우러지는 걸 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날 공연에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이기찬은 어떤 식으로든, 그 자신의 '약'을 쓰지는 않았다. 자신이 캐릭터 톤으로 설정한 음색 안에서만 노래를 했다. 우와, 엄청나게 철저한 거다. 틀린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치 '노인 노래만 부르던 맨오브라만차의 조승우를 바라보는 심경'과 흡사한 섭섭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캐릭터 톤 안에서는, 훨씬 더 재미나고 유려한 음색들이 나와서 즐겁게 들었다. 그런데 이 사람, 이만큼이나 베리에이션을 하고, 또 동시에 그러면서도 이만큼 극중 노래 톤의 일관성을 유지해내는 건, 정말 놀랍다. 이기찬의 다음 뮤지컬은, 정말이지 꼭 보고싶다.

*지난 첫 관람보다,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간 보컬을 들려준 사람. 최우리였다. 이 섹시하고 대찬 캐릭터는, 지난번보다 자기 보컬을 더 확장했다. 어찌나 즐거웠는지.

그러니 말이다. 이렇듯, 남자 주연(이기찬), 여자 주연(최우리), 악당 주연(정영주), 악당 조연(고명환)까지 이렇게 모두 매력적이고, 내 마음에 들게 노래해주고, 그러면서 서로간의 합도 좋고, 캐릭터를 만들어낸 솜씨도 뛰어나고, 극도 말이 되고, 대사도 말이 되고, 세트도 말이 되는 그러면서 그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 그런 극을 찾기란 얼마나 힘든가. 뮤지컬 모차르트나 지킬앤하이드도 사실 이 정도는 아니었다. 주연을 맡은 두 사람의 신화적인 무대가 수많은 것을 커버했을 뿐이었고, 빼어난 협연자들이 있긴 했지만, 전체가 '소화하기 좋은 건' 아니었다. 물론 극의 스케일이 다르고, 강도가 다르고, 야심의 방향도 다르지만 - 전체가 소화하기 좋은 걸로 따지자면 이 뮤지컬, 정말이지 최고다. 막판 이기찬의 부상으로 좀 더 보지 못한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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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보다보니, 작품의 주제의식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할 여유를 가졌다. 작품에서 끊임없이 얘기되는 것은, 맨해튼과 뉴저지와의 대립적 관계. '뉴욕'의 상징인 중심도시 맨해튼의 유독성 쓰레기가 뉴저지 트로마빌에 쌓인다는 것은 '환경 테마'를 위한 설정. 그러나 동시에 지역 대립이 언제나 계층적 대립과 함께 하는 미국의 상황을 절묘하게 담아낸 비유라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 맨해튼에서 전철을 타고 퀸즈 쪽으로 건너가자 불과 한두정거장 만에 풍경, 전철 속 분위기, 사람들의 모습이 변하는 것을 깨닫고 놀랐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냥 동네 분위기가 다른 정도가 아니다. 미국에서의 지역 대립은, 일종의 계급적 봉쇄전과 같은 느낌이다. 서로 노골적으로 아예 피한다. 뭐, 그래봐야 다닐 사람들은 다 다니지만.

*넘버들 리스트:

1."Who Will Save New Jersey?" - Melvin, Company
2."Jersey Girl" - Mayor, Waste Management Executives
3."Get the Geek" - Mayor, Sluggo, Bozo
4."Kick Your Ass" - Toxie
5."My Big French Boyfriend" - Sarah, Shinequa, Diane
6."Thank God She's Blind" - Toxie
7."Big Green Freak" - Little Old Lady, Dr. Fishbein, Mayor, Professor Ken, Toxie
8."Choose Me, Oprah!" - Sarah, Shinequa, Diane
9."Hot Toxic Love" - Toxie, Sarah
10."The Legend of the Toxic Avenger" - Folk Singer, Toxie
11."Evil is Hot" - Mayor, Professor Ken
12."Bitch/Slut/Liar/Whore" - Mayor, Ma Ferd
13."Everybody Dies!" - Toxie
14."You Tore My Heart Out" - Toxie
15."All Men Are Freaks" - Ma Ferd, Sarah, Shinequa, Diane
16."The Chase" - Company
17."Hot Toxic Love (Reprise)" - Sarah
18."A Brand New Day in New Jersey" - Toxie, Sarah, Company

*난, 또한 연출가 오만석에게 꽤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의 연출작들은 계속 체크하게 될듯. 원곡들을 찾아들어봤는데, 어떤 부분은 한국 가사의 라이밍이 더 뛰어나기까지 하다. 그리고 보컬면에서 여시장의 노래는, 뭐 정영주 버전이 미국 캐스트와 비교해도 단연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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