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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의 이야기 - 발데스 집안의 피아니스트들
2016-08-03 , Wednesday

1
모든 형태의 유전 중에서 분명한 것 중 하나가 '음악의 유전'이다. 음악은 하나의 공동체를 통해서도 분명히 유전되고, 하나의 음악집단 안에서도 분명히 유전되는데, '피를 통한 유전' 또한 대단히 분명하다. 음악은 '인간이 고안해낸 것'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인간에게 '부여된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그 힘이 그대로의 강도를 가지고 유전되는 건 아니기에, 아버지의 음악적 힘이 아들에게서도 똑같은 정도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 아주 행복하게도 음악의 힘이 삼대를 통해 강력하게 발현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쿠바의 피아니스트 발데스 집안. 할아버지-아버지-아들 삼대가 모두 피아니스트.

이들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고 하기엔, 내가 본격적인 재즈 감상자도 아닌터라(난 그저 듀크 엘링턴의 팬일 따름이다), 그저 어쩌다보니 공교롭게도 내 귀에 들어온 이 놀라운 가족의 몇몇 음악들이다.

아버지인 츄초 발데스. 그가 2001년 발표한 라틴 여성싱어인 브이카 Buika와의 협연 앨범. 처음 이 음악을 접했을 때, 난 브이카에 대한 얘기만 들은 상태였는데, 음악을 듣자마자 '이 피아니스트는 대체 누구지?'라고 생각했다.  


참 신기한 것이 아무리 뛰어난 피아니스트라고 해도, 그가 반드시 좋은 어컴패니스트(반주자)는 아니다. 피아노를 너무 도두라지게 하는 것도 별로지만, 뛰어난 연주자들은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너무 맞춰서 해주다보니, 자신의 힘은 좀 덜 발휘하는 경우도 있는 것. 그런데 보컬 소리에 맞춰들어가면서도 피아노가 가진 힘을 단단하게 드러내는 경우는 만나기 쉽지 않은데, 이 곡에서는 정말 감탄했다. 정말로 단단하게 보컬을 받춰주면서도 자신(피아노)의 힘 또한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 그래서 앞부분의 반주 파트도 중간에 살짝 나오는 솔로 파트도 모두 좋다. 라틴색이 짙은 음악을 그렇게 즐겨 감상하는 편이 아닌데도(꼭 라틴색이 짙은 음악만 그렇다기보다는, 내 취향이 팝쪽에 가깝다보니, 각국의 민속 음악들을 그렇게 열의있게 감상하는 감상자는 아닌 것이다. 따지고보면 요즘의 음악감상자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이 음악은 그 힘에 힘입어 아주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2

이번에는 삼대에서 손자 담당 츄치토 발데스이다. 곡은 그 유명한, 모두가 다 아는 '베싸메 무쵸'다. 이건 우리나라에서도 번안되어 불리워진데다, 아마 세계 어느 곳에서도 라틴 음악을 대표하는 곡으로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노래는 아주 단순하고 통속적이면서 구성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트롯풍으로 불리워도 이질감이 없는 음악. 아마 어느 나라에서나 그럴 것이다. 그것이 인기 비결이기도 할테고.

이 곡을 접하면, 난 언제나 몇해전 '무한도전'에 신화가 출연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에릭이 이 노래에 맞춰서 코믹하게 춤을 췄는데 - 짧은 장면이었고, 에릭도 코믹 컨셉으로 분명 춤을 추고 있었는데, 신화 특유의 남성적 끼를 한껏 집어넣다보니, 순간적으로 그 분위기가 꽤 진성의 라틴 감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그때 이 음악은, 누군가 마음 먹으면 엄청나게 현대적인 감각으로도 재해석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가 무지했던 것이고 곡의 힘은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것이다.

유튜브에서는 수많은 해석, 수많은 형식으로 베싸메 무초가 연주되고 있는데, 그중 단연 귀에 들어왔던 버전이 바로 이 츄치토 발데스의 피아노 연주다.



3

마지막으로 할아버지 베보 발데스. 1950년대 쿠바 재즈씬의 형성기에 커다란 역할을 한 이 거장은, 오히려 아들과 손자보다 더 모던한 느낌을 들려줄만큼 절제되고 지적인 울림의 피아니스트이다. 아마 그가 자신의 커리어에서 커다란 공백기를 가졌기 때문일까. 초창기 쿠바 재즈씬의 중심 인물이던 그는, 사랑에 빠져 스웨덴으로 가서 정착했다가, 1990년대 중반에야 다시 활동을 재개하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한다.

베보 발데스의 연주는 대단히 훌륭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딱히 이곳에 소개해야 겠다고 생각해둔 클립은 없었다. 그러다가 만난 작품. 이거다.



유명한 쿠바 작곡가 에르네스토 레쿠오나의 시보네 Siboney. 2005년 뉴욕 재즈클럽 빌리지뱅가드의 라이브 버전. 젊은 베이스 주자인 하비에르 콜리나 Javier Colina 와 협연한 실황으로 2007년에 음반으로 나왔다. 곡도 워낙 아름답긴 하지만, 처음에 나오는 베보의 '슬로우 그루브'는 정말로 아름답다. 중반부의 베이스도 더할 나위 없고. 소리와 소리 사이에서 물을 머금은 장력이 존재하는 듯 느껴진다.

이렇게 그들은 삼대를 이룬다.

[피파니아닷컴 piffania.com]



*쿠바 재즈의 초석을 쌓은 위대한 뮤지션인 베보 발데스는 작년 2013년 3월 22일 향년 94세의 나이로 작고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위대한 뮤지션들과 멋진 세션을 즐기고 계시길.

[*2014년 2월에 써두었던 글인데, 지금까지도 글이 닫힌 채로 게시판에 남은 상태였다. 끈끈하고 숨막히는 여름 더위에 헥헥대다 보니 문득 이 음악들이 다시 떠올라서 글을 끌어왔다. 이 글은 추후(업데이트후)(언젠가는 하긴 할 예정이다 ^ ^)에는 2014년 2월 시점으로 저장될 글이라 시의적 표현은 그대로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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