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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로 택시지 Καλο ταξιδι -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 조성진
2015-10-23 , Friday

*이 인삿말 -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이라는, 유럽 어느 나라의 인삿말을 어디선가 분명 접했는데, 어디였더라 하고 한참 갸웃거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 같다는 것까지는 생각했는데, 결정적으로 작품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고, 그러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딘가 묻혀있던 하루키의 책을 찾아냈는데, 거기에 있다. 그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택시를 탄 남자(タクシーに乗った男)'이다. 그 유럽 어느 나라는 그리스다.

*이 단편의 줄거리. 요약하기가 좀 힘들겠다. 그래도 하겠다 - 지금부터가 그 줄거리다. 결말까지 모두 쓸 참이니, 알아서 피하시라.

<화랑 탐방을 하는 나는 인터뷰하는 화랑 주인들에게 관례처럼 '지금까지 만난 가장 충격적인 그림은?'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한 40대의 여성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준다: 그녀가 화가가 되려고 뉴욕에 머물던 젊은 시절 이야기다. 스스로에게 그림의 재능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종의 바이어 일을 하던 그녀는 '택시를 탄 남자'라는 제목의 그림 한장을 산다. 그림은 형편없었지만, 그림 속의 남자는 그녀에게 '범용(凡庸)함'에 갇힌 자의 슬픔이라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얼마 후 그녀는 남편과 헤어지고 그림도 태워버리고 뉴욕을 떠나온다. 10여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작년 아테네를 여행하던 그녀는 우연히 그림 속 바로 그 남자를 택시 안에서 만난다. 두 사람은 의례적인 대화와 인삿말을 나눈다. 남자는 헤어지면서 '카로 택시지(즐거운 여행을!)'라고 말한다.>

*이 인삿말을 기억해내려고 했던 것은, 어딘가에 인용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어디였는지를, 이제 또 까먹었다. ^ ^ 쪼개진 기억 반쪽을 찾아냈는데, 손에 들고 있던 반쪽을 또 잃어(?)버린 셈이다. 그러려니 한다. 이렇게 잃거나 잊는 일이 태연해진 걸 보면, 난 젊은 사람은 더 이상 아닌듯. 반대로 생각하면, 젊었을 때에는, 잃거나 잊는 일이 두렵고 고통스럽다. 사실 겪고 보면 그다지 두려운 일도, 고통스러운 일도 아닌데 말이다. 아니면 그걸 통과했기 때문에 두려운 일이 아니게 된 것일까.

*이 짤막한 단편소설 속에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화자(話者)인, 화랑의 여주인은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인다. "이 이야기엔 교훈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체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귀중한 교훈 말입니다. 그것은 이런 것이지요. 사람은 무엇을 지워 버릴 수는 없다 - 지워져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그런 거 말이에요" 라고.

그녀가 말한 교훈을 음미하려면, 작품을 읽어야 한다(이 작품은 일종의 에세이에 가까운 것이라, 위에 시도한 내용 요약은 실제 작품의 느낌을 전혀 전달하지 못하니, 흥미를 느끼시는 분들은 꼭 원작으로 작품을 접하시길).

*그러니 교훈은 일단 차치하고 '범용함에 갇힌 자의 슬픔'으로 말하자면, 나로선 그다지 공감할 수가 없는 영역이다. 내가 전혀 예술가가 아니기 때문. 반대로 나는 1부터 100까지 오로지 감상자 기질로만 채워진 사람이라, 내 범용함이 무척 편하다. ^ ^ 종종 문득, 예술가들의 번뇌를 들여다 볼 때면, 예술가 기질을 가진 사람은, 바로 그것 때문에, 가장 행복한 감상자의 자리에 안착할 수는 없겠구나...라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굳이 예술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꿈'이 있고, 그 꿈의 상실에 대한 공감은 누구나 가능하다. 모든 꿈에 대해서 모든 가능성이 만개하는 하나의 시간대가 인간이라는 생물에게 주어진다. 모든 종류의 미래로 향하는 통로가 활짝 열리는 시간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기묘하리만큼 손 끝 가까이에 있다. 그 순간이 지나면 - 갑자기 문이 확 닫힌다. 감옥의 쇠창살이 내려지듯 철컹 철컹 사방의 문이 닫힌다. 곧 새롭게 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그 시기'는 지나간다. 그런 것. 그런 종류의 일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런데 저 소설이 담아내려는 것은 - 그 시기가 아니라, 그 다음 시기의 이야기 아닐까. '상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실한 다음'의 우리들 말이다. '상실의 시대'라고 번역된 '노르웨이의 숲'이 바로 그 20대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면, 하루키의 또 다른 많은 소설들은 '상실 그 이후'를 다룬다. 그는 그 주제를 꽤 집요하게 다룬다. 상실하고 난 다음. 우리의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여전히 의미를 지닌 존재일까. 우리의 미덕은 무엇일까. 가장 빛나는 지점을 지나온 존재들은 - 어떤 식으로 살아나가는 것일까. 저 단편 속에는 그 답이 없다. 그러나 그 답을 아는 사람들은 저 단편을 통해서 텔레파시처럼 의견을 교환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인삿말이 '카로 택시지'쯤 되겠다.

*어디에 인용하려고 했는지는, 여전히 기억이 안 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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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부분의 출전: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걸작선 中 '택시를 탄 남자' (문학 사상사,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옮긴이 유유정)




*그저께 21일(폴란드 현지 시간으로는 20일) 21살의 한국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세계적 권위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쿨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정도 경사라면, 클래식에 평소 관심없는 - 가령, 나같은 ^ ^ - 사람들도 모두 요란하게 호들갑을 떨면서 축배를 나눠야 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사람의 연주는 정말 특이하다. 유튜브에서 경연이 생중계된다는 소식을 듣고 잠깐 보는데, 타건부터 달랐다. 그 복잡하고 어려운 건반들을 모두 하나 하나 의미지워서 연주해내는 느낌을 그냥 구경갔다가 난데없이 받아서 좀 놀랐다.

어쨌든 그는 1등을 했고, '범용함의 막다른 골목'같은 것은 평생 모르고 살아갈 그는 이제 무수한 여행을 할 것이다. 11월에는 일본 NHK교향악단과 이틀간 협연한다. 내년 2월에는 갈라콘서트 형식으로 한국 무대에 선다고.

다음 동영상은, 그가 우승한 다음에 가진 폴란드 현지의 갈라콘서트 마지막 앵콜곡. 폴로네즈. 그는 1등상 외에 '폴로네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쇼팽의 영웅 폴로네즈는, 워낙 영화 등에서 많이 접하는 작품이라, 선율을 들으면 누구든 '아, 이거'라고 할 것이다. 그가 본선에서 연주한 폴로네즈도 상당히 좋았다. 영웅적이었다. 그런데 이 갈라의 폴로네즈는, 거의 황제 버전이다. 둘 다 좋다. 국내의 클래식팬들에겐 큰 기쁨이 하나 생긴 셈이겠다. 쇼팽 콩쿨의 한국인 우승자를 만나서 뿐만이 아니라, 이런 무시무시한 연주를 하는 한국인 피아니스트를 만나게 되어서 말이다.

갈라 - 쇼팽 폴로네즈 6번 '영웅'.
부분 재생을 체크해놓은 바로 앞 부분은 본 연주곡인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다.


경연 2차 - 쇼팽 폴로네즈 6번 '영웅'


경연 파이널 -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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